매번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둘과 사진을 찍으러 어디로 갈까 얘기하기 위해 점심에 만났다. 우리는 꿔바로우 집으로 들어가 말이 통하지 않는 중국 사람에게 이것저것 물으며 음식을 시켰다. 연남동 한 복판에서 중국에 간 것 같은 냄새, 느낌, 식당의 분위기에 우리는 곧 여행자가 되어 외국의 음식을 먹었다. 무언가 맛있고 편안하지만 어딘가 짜고 비릿한 한끼였다. 사진 찍을 장소에 대해 대화를 하려던 것이지만 엉뚱하게도 소시오 패스의 무시무시함에 대해 이야기 했다. 내가 본 드라마에서 그런 캐릭터가 등장했다고 얘기하자 한 아이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럴땐 소시오패스에게서 도망치라고 우리에게 조언했다. 드라마에서는 도망칠 수 없는 우주선 안에 함께 타고 있다. 외계인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소시오 패스가 더 호러의 분위기를 뿜는다. 꽤 흡족했으나 앞으로 그 곳에서는 볶음밥은 먹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고 따뜻하고 아늑한 봄 날씨를 즐기고자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커피를 한 잔씩 사들고 함께 공원 벤티에 앉아 또 다시 정처없는 이야기들을 해댔다. 어디가지 뭐 찍을까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나오지 않았다. 사실 그러려고 모였다면 카톡으로 대화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했겠지. 그저 얼굴 보고 사는 얘기를 하는 것이 더 나은 것이다. 사실 무슨 얘기를 했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이내 다음 약속 시간이 다가옴을 알았다. 그래서 서울의 몇몇 곳을 다녀보기로 간단히 결정한 후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하늘이 맑고 날씨가 따뜻해서 마냥 벤치에 앉아있고만 싶었다. 더워지면 벤치에는 오래 앉아 있을수가 없기 때문이다. 봄과 가을, 딱 이 시기에만 오랫동안 자리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이며 달려다니는 아가들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그저 앉아 있기만 해도 눈 앞 풍경이 변했다. 우리의 사진도 그럴까. 오랜만에 찾아가면 풍경이 변해있는 골목과 작은 가게들은 연 남동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에 사무실을 잡고 일한지 6년이 넘어가다보니 이제는 과거에 비해 연남동이 너무 많이 바뀌어 이질감이 들 정도다. 마치 말이 통하는 외국에 온 것 같은 그런 생경함이 느껴진다. 얼마전에 오픈했던 플라워샵이 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