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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목 Apr 18. 2018

외국인과 생경한 풍경과 쓸쓸함


매번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둘과 사진을 찍으러 어디로 갈까 얘기하기 위해 점심에 만났다. 우리는 꿔바로우 집으로 들어가 말이 통하지 않는 중국 사람에게 이것저것 물으며 음식을 시켰다. 연남동 한 복판에서 중국에 간 것 같은 냄새, 느낌, 식당의 분위기에 우리는 곧 여행자가 되어 외국의 음식을 먹었다. 무언가 맛있고 편안하지만 어딘가 짜고 비릿한 한끼였다. 사진 찍을 장소에 대해 대화를 하려던 것이지만 엉뚱하게도 소시오 패스의 무시무시함에 대해 이야기 했다. 내가 본 드라마에서 그런 캐릭터가 등장했다고 얘기하자 한 아이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럴땐 소시오패스에게서 도망치라고 우리에게 조언했다. 드라마에서는 도망칠 수 없는 우주선 안에 함께 타고 있다. 외계인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소시오 패스가 더 호러의 분위기를 뿜는다. 꽤 흡족했으나 앞으로 그 곳에서는 볶음밥은 먹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고 따뜻하고 아늑한 봄 날씨를 즐기고자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커피를 한 잔씩 사들고 함께 공원 벤티에 앉아 또 다시 정처없는 이야기들을 해댔다. 어디가지 뭐 찍을까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나오지 않았다. 사실 그러려고 모였다면 카톡으로 대화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했겠지. 그저 얼굴 보고 사는 얘기를 하는 것이 더 나은 것이다. 사실 무슨 얘기를 했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이내 다음 약속 시간이 다가옴을 알았다. 그래서 서울의 몇몇 곳을 다녀보기로 간단히 결정한 후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하늘이 맑고 날씨가 따뜻해서 마냥 벤치에 앉아있고만 싶었다. 더워지면 벤치에는 오래 앉아 있을수가 없기 때문이다. 봄과 가을, 딱 이 시기에만 오랫동안 자리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이며 달려다니는 아가들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그저 앉아 있기만 해도 눈 앞 풍경이 변했다. 우리의 사진도 그럴까. 오랜만에 찾아가면 풍경이 변해있는 골목과 작은 가게들은 연 남동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에 사무실을 잡고 일한지 6년이 넘어가다보니 이제는 과거에 비해 연남동이 너무 많이 바뀌어 이질감이 들 정도다. 마치 말이 통하는 외국에 온 것 같은 그런 생경함이 느껴진다. 얼마전에 오픈했던 플라워샵이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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