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목 Nov 13. 2020

글쓰기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말자


자료를 뒤적거리다가 무려 2011년에 쓴 글을 발견했다. 너무 못써서 잠깐 읽어보며 히죽거리고 있었는데 그런 시도가 없었다면 지금까지 글을 써대지는 못했을 거다. 글쓰기를 꼭 해야만 하고 성취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면 하다가 그만뒀을테니까. 무언가가 인생에 잘 녹아드는 습관이 되려면 (규칙적일 필요는 없고) 두 가지만 하면 된다. 하찮게 생각하는 것, 그리고 꼭 해야하는 일과 하나로 묶어서 하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글쓰기는 일종의 자투리시간에 꺼내드는 스낵 게임같은 것이다. 1-2분에 한판 끝나는 엄청 단순한 게임.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서 방금 있었던 일을 복기하며 메모를 한다든지 하는 것이다. 제목만 메모를 해놓아도 "아 방금 생각했던게 뭐였더라..." 까먹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폰 메모에는 제목만 적어둔 메모가 수백개 있다. 쓰는 건 뭐 나중에..


꼭 해야하는 일과 묶는 것은 머리를 감을때는 오늘 할 일을 생각한다든지 양치질을 할때만 뉴스 사이트에 들어간다든지 하는 것을 말한다. 꼭 해야하는 일에 무언가를 붙여놓으면 하게된다. 예를들어 2시에 회의가 있으면 1시 50분부터 10분간 글쓰기를 하는 식이다. 어차피 2시까지밖에 쓸 수 없기에 시간 제한을 두면 좋다. 보통은 웹서핑을 하다가 노트북 뚜껑 덮을 때 적어둔 메모를 켜서 10분~30분씩 시간을 정해놓고 썼다. 노트북의 뚜껑을 덮는 일은 중요했기 때문에 노트북 뚜껑을 덮으면 '아!' 글쓰기가 생각났다. 그래서 아이폰 켜고 다시 노트북으로 글을 썼다. 나중에는 노트북을 덮고 노트를 펼쳐서 글을 쓴 적도 있다. 노트북 뚜껑과 글쓰기를 연결지어 생각해두고 시간을 한정해 글을 썼다. 마무리가 다 되지 않아도 내일 다시 쓰면 되니까 쓰다가 잠들거나 무리하지 않게 대충 한다. 


막 진지하게 생각해서 위대한 글을 쓰겠다고 했으면 하다가 말았을텐데 사소한 것들에 귀를 기울이니 어찌저찌 지금까지 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이제는 꽤나 비중있고 중요한 일이 되었다. 앞 문장과 뒷 문장 맥락 맞추기도 어려웠던 2011년으로부터 벌써 9년이나 흘렀다.

작가의 이전글 서비스의 근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