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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목 Apr 24. 2016

돈은 얼마나 드는걸까.

북트의 서점창업 - 4

뭐가됐든 매장을 하나 오픈 하려고 하면 돈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잖아. 평수에 따라 다르겠지만 1층 매장은 기본 권리금이 많게는 수천만원도 들어가고도 (서울기준) 거기에 기본 보증금 들어가고. 그러니 돈 없이는 마음대로 창업도 힘들지. 최소 2-3천은 기본으로 깨지고 말야. (어쨋든  보증금과 권리금은 깨지는 돈은 아니지만.) 일단 나는 돈이 없고... 


여기에 실내 인테리어를 예쁘게 꾸미려고 하면 거기에서만도 1-2천 정도는 쉽게 빠져나가 버리니까, 아니 이게 뭐야, 그러면 최소 5천정도는 일단 매장에 깔아놓고 시작하는 꼴? (흠.) 그러나 아직 판매할 상품도  없이 달랑 매장만 나와있는 상태에서 이정도 들어간다는 거야. 서점이면 책이 많아야 하니까 이것도 계산해보니 적어도 3,000권 정도의 책이 필요한데, 요즘 신간은 1권에 15,000원 내외로 자리를 잡으니 도매로 받아온다 하더라도 권당 만원 내외. 100권이면 100만원,3,000권이면... 책만 3천만원이 필요하네... 괜찮아 나는 어짜피 신간이 아니라 중고 서적을 할거니까. 돈은 그보다는 훨씬 더 적게 들지도 몰라.


원래 온라인으로만 장사를 해서 그런지 매장에 4-5천씩 (최소 2-3천) 묻어두고 장사를 시작하는 것이 상당히 어색한 느낌이었어. 그 엄청난 돈을 깔고 가는거면 1년동안 매출이 얼마나 나와야 한다는거지? 에서 딱! 머리가 아프더라. 생각보다 이런식의 오프라인 장사는 어려울수도 있겠구나 생각을 했어. 그래 서점을 하려면 돈은 있는대로 줄이자. 충격적으로 줄여보자. 일단 나는 창고를 가지고 있으니까 권리금이니 보증금이 더 들어갈 필요는 없잖아. 일단 판매할 책이랑 인테리어만 있으면 되겠다. 라고 생각을 했어. 원래 하고있던 사업이 있는 상황에서 새로 서점을 하나 더 하고싶은 것인데 현재 일들도 빡빡해서 여기에 쏟아부을 돈은 정말 없거든. 그래 최소한으로 줄여보자. 


진짜 칙칙하다...

사실 창고가 요즘 핫하다는 홍대 연남동에 위치해 있었고 (일단 위치는 좋아) 지하 40평 창고를 임대해서 사용하는 중인데, 상태가 쓰레기라 문제였어. 이미 4년 전부터 사용하고 있던 창고인데 안타깝게 불경기라 재고가 많이 빠진 상태였고 빈공간을 정리해서 일부를 서점으로 만들 계획을 했어. 일단 보증금은 납입된 상태니까, 거기에 인테리어 비용과 책만 들이면 일단 서점은 시작할 수 있겠다 싶었지. 비용도 아낄겸 경험도 쌓을 겸 그래, 인테리어는 셀프다. 서점이니까 크게 어렵지 않을거야. 생각하면서 인테리어 비용과 들어올 가구 비용까지 합산해서 500만원 정도를 예산으로 잡았어. 40평 중에서 대략 14평정도만 사용할거라서 인테리어 비용이 크게 들 것 같지는 않았지. 자재만 사다가 바로 시작하면 될 것 같았어. 


그런데 막상 서점을 하려고 하니 셀프 인테리어고 뭐고 일단 컨셉부터 잡아야 겠더라고. 컨셉에 관해서는 전부터 배우고 생각해오던 아이디어들이 있어서 몇 가지 활용해보기로 했는데 흔히 컨셉이란게 아이템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아니거든. 아이템으로 창업하는 경우에는 유행 지나면 그냥 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해.  아이템 = 컨셉이 아닌 셈이야. 그렇게 많이들 망했지. (불닭 알지? 전국을 한 순간 휩쓸고 지나갔는데 어느순간 거의 사라졌잖아.) 마찬가지로 서점을 어떠한 관점을 가지고 운영할지가 중요한 포인트야. 사실 그걸 만들어 내는 것은 정말 어렵지. 말이 컨셉이지 남의 것 따라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나만의 컨셉을 만들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거든. 그러다가 엉뚱한, 정말 산으로 가는 컨셉으로 런칭하는 경우도 많고. 그래서 사업에 관해 어떠한 관점을 가질 것인가는 운영자의 몸에서 배어나와야 하는것 같아. 컨셉이란게 어떻게 보면 스피릿을 만들어내는 거거든. 그래야 사업이 나의 생각과 결에 잘 맞는거고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이겨낼 수 있게 돼. 한계 이상의 상황을 주인장이 감내할만큼 충분히 매력적인 컨셉이 필요해. 사업은 아이템 장사도 아니고 운빨도 아냐. 이거 장사 잘 된대라고 뜬소문 듣고 달려들 것도 아니고. 그랬다가는 정말 광속으로 망하지. 앞서 얘기했지만 돈 4-5천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는거잖아. 정말 한 순간이거든. 


이렇게 만들어진 컨셉이라면 이 스피릿이 바로 서점의 정서가 되고 분위기가 되고 이름이 돼. 다시 이것은 로고가 되고 컬러 컨셉이 되는거야. 이게 완성되면 비로소 "나와 결이 맞는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시작 되는거고 거기서부터 사업이 시작되는거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내가 의도한 컨셉을 이름에서, 로고에서, 색깔에서 느낄 수 있는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어 냈는지는... 모르겠지만... 노력은 했어.) 이렇게 서점에 대한 컨셉을 생각하고나니 셀프 인테리어에 한껏 들떠있던 내 마음은 셀프 찬물을 끼얹은 상태가 되더라. 과연 나는 왜 서점을 하려고 하는 것이며 이것을 통해 세상과 어떤 교류를 하기 원하는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어. 왜 하게 됐는지는 이미 앞서서 얘기했지만 말야. (인테리어는 일단 안드로메다로..) 그리고는 컨셉을 확고히 갖추기 위해 끊임없는 자료수집을 시작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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