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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목 Apr 28. 2016

서점의 의미

북트의 서점창업 - 5

책은 지식으로 동네를 순환한다.


동네 중고 서점은 책이 순환하는 곳이며 동네 지식 생태계의 시작이다. 이 곳에 책을 팔고, 사 가는 사람은 다름 아닌 동네 사람들이다. 읽는 책이 바뀌면 동네의 생각이 바뀐다. 읽는 이들은 저 마다의 관점이 있지만 동네에 흐르는 책을 읽을 때 옆집 국수가게 아저씨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3층 광수네 엄마가 매일 하는 고민을 엿볼 수 있고 일주일간 현주의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들었던 소설의 이야기가 오늘은 영미의 품 속으로 찾아간다. 생각의 흐름은 동네 서점으로 한 번 모였다가 다시 흩어진다.  


책이 순환한다는 것은 책을 집에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전달 돼 그 내용을 함께 나누고 그 다음 책으로 연결되는 과정이다. 누군가가 오랫동안 읽은 책들이 많은데 책의 제목만 살펴볼 수 있다면 이 사람이 어떠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인지 한 번에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삶에 대한 마음가짐이나 가치관까지도 알아낼 수 있을런지 모른다. 책은 동네에 있는 여러 사람과 다양한 방식으로 만나고 그리고 이웃이지만 지금까지는 얼굴도 몰랐던 이웃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책이란 읽은 순간 생각을 작동시킨다. 책은 우리를 평소와 다르게 만들고, 묵직한 생각, 평범한 때의 내가 아닌 전혀 다른 개념의 나를 불러온다. 그리고는 생각에 양분을 불어넣는다. 당연하게도 생각이라는 것을 하며 살지만 생각 자체에 대해 생각해 본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다. 책을 읽을때, 생각은 평소의 내가 생각하던 평범함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게 된다.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려고 안간힘을 쓰듯. 독서는 사고의 힘을 길러준다. 읽기는 생각이라는 틀 자체를 변화시킨다. 나라는 작은 생각의 틀을 깰 수 있게 만들어주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유연함을 유지하도록 만들어준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 읽기 시작한 사람은 계속 읽는다. 생각의 틀을 꿈틀꿈틀 넓히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읽기든 생각을 하지 않고는 읽을 수 없다. 이것은 분명 눈으로 '읽는' 행동이지만 눈으로 들어온 정보로 인해 뇌는 끊임없이 생각하게 된다. 글의 진행 과정, 이야기, 연결고리, 문제점, 인권, 남과 여, 사람, 죄, 우정, 삶, 그리고 사랑. 책을 읽지만 생각은 시작된다. 좋은 책은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가 사고하며 무엇인가를 하는 중이라면 그 생각의 틀을 넓혀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읽기 시작하면 한 권으로 끝나지 않는다. 계속 책을 읽고 그 속에서 인사이트를 얻으며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스스로와 공유한다. 그래서 읽기는 글자를 읽어 나가는 것이 아닌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읽는 것이 생각이라는 것은 결론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독서가 나 스스로를 주체적인 생각과 해석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독서 외에 자신만의 사고 활동을 할 수 있는 경우가 드믈다. (있다면 글쓰기 정도?) 사색을 하는 것도 과거의 지식과 지혜의 밑천이 없으면 생각의 틀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주체적인 생각은 나를 나답게 만들어 주는 가장 중요한 도구다. 평범한 생각에서 머물 땐 생각하는 행위는 단지 '머리아픈'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 이내 생각을 말아버린다. "에라이~ 모르겠다." 하면서. 그걸 버리지 않고 끝까지 고뇌하며 생각을 끝마칠 수 있는 힘을 독서는 준다. 


서점을 시작하면서 (의미심장한 얘기가 자꾸 나오긴 했지만...) 느낀 것은, 혼자라는 것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혼자라고 느끼는 것은 마음이 맞고 생각이 같은 사람을 찾는 것이지만 그것이 가능할까. 내가 가진 생각을 온전히 이해하고 지지해줄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나 혼자 뿐이다. 누군가가 공감을 할 수는 있겠지만 100%의 완벽하게 알 수는 없다. 단지 공감을 할 수 있을 뿐이다. 혼자인 마음을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내 생각을 말할 수 있고 글로 쓸 수 있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이, 그런 곳이 바로 내가 가장 원하는 곳이다. 생각을 공감하는 서점이고 싶은 것이다.


서점에서 읽기와 쓰기는 뗄 수 없다. 읽으면 쓰게 되고, 쓰면 읽어야 하는 것이 이치다. 읽으면 쓸 수 밖에 없고 쓰려면 생각할 수 밖엔 없다. 그래서 서점은 읽는 공간이면서 쓰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공간으로 발전할 수 밖에 없다. 아니 그러므로 서점은 생각하는 공간이다. 읽고 구매하는 공간을 넘어서 인테리어가 멋진 공간도 아니고 그럴싸한 테이블이 있는 공간도 아니다. 온 동네의 생각과 지혜가 가득 찬 곳이 바로 서점이 되는 것이다. 책은 지식으로 동네를 순환하며 사람들을 읽게도 쓰게도 생각하게도 만든다. 


이것이 북트가 지향하는 목표 지점이다. 그냥 동네 서점 하나 생기는 것은 별로 원하지 않는다. 뭔가 하나 해보겠다고 그럴싸한 외모로 오픈하는 서점도 아니다. 평소 책을 읽다가 느끼는 것이 많았고 삶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읽을때마다 세상엔 위대한 사람들이 많고 그런 생각들을 읽을 때마다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때문에 사람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얘기할 수 밖에 없었고 나의 삶을 바꾼 것은 독서 였다고 말할 수 있다.


어느정도는, 이 서점에 내 삶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읽고 쓰고 생각해서 삶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어보자고 해서 만들게 된 것이 바로 이 서점이다. 서점으로서 역할이라 할 것은 별로 없다. 생각하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이것을 충실히 지킬 수 있도록 준비하고 운영하는 것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만들어갈 수 있게 노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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