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목 May 01. 2016

남들이 내 삶을 결정할 수 없어.

북트의 서점창업 - 6

누구에게 어떻게 영향을 받았던지 간에 삶이라는 것은 어쨌든 혼자서 하는 결정의 연속이야. 네이버 지식인을 보면 아니 이런것 까지 묻나? 뭘 이런걸 다 물어보는거지? 하는 질문들이 많은데 이를테면 "이 옷이랑 이 옷이랑 뭐가 더 잘 어울릴까요." "저는 이게 더 좋은데 님들 생각은?"


왜 물어보는걸까.


그냥 입어보고 좋아 보이는 것을 고를수도 있을텐데, 가족도 아니고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르는 네티즌들에게 물어보는게 뭔진 알겠는데 이해가 안되는 그런거 있잖아. 다른 사람들의 결정을 참고해서 좀 더 일반화된 결정을 하려는 목적일 것으로 생각되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결정을 타인에게 맡기는 것 같아.


8년간 사업을 하면서 제일 많이 변했던 부분이 그거야. 나는 사업을 한다는 것이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결정을 순간적으로 내려야 하는 것인지 몰랐어. 이거 색은 뭐가 더 좋아? 옵션은 어떻게 늘릴까? 물건을 얼마나 받아야 할까? 그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가? 댓글을 뭐라고 쓰지? 배너 위치는 위가 좋을까 아래가 좋을까? 이벤트는 구성을 어떻게 짤까? 글쓰는 말투는? 사진은 뭘로넣지? 영상도 넣을까 말까? 영상 편집은 어떻게 하지? 그럴려면 카메라가 필요한데 카메라 살까말까? 공지는 오늘 올릴까 내일 올릴까? 사소하고 이루 말하기도 어려운 수 많은 것들에 일일이 결정을 내리고 과정을 조정해야 했어. 그렇게 몇 년 하니까 선택장애가 있는 나도 단호박이 되더라. 그 즉시 결정하지 않으면 일이 딜레이 되는데 즉시 결정하고 나중에 수정하는게 낫지 결정을 미루니까, 일이 안돼. 안 되는 정도면 모르겠는데 매출에 영향이 생기게 됐지. 심각하게 고민 되더라고. 뭘로 결정할지를 결정하려면 이미 마음속에 결정을 하기위한 전제 조건들이 깔려 있어야해. 일관된 사업의 방향이나 가치관 설정 같은게 확고하도록 말야. 그래야 순간순간 벌어지는 일 와중에도 올바르고 효과적으로 의사를 결정하게 되는데 그런게 없으면 매번 '임기응변'이야. 그냥 결정만 빠를 뿐 전혀 사업에 도움이 안돼.


그래서 사업의 가치관은 꼭 세워야 하지. 해보려고 하니 이건 뭐 그냥 될게 아닌거야. 삶에 대한 가치관이 잘 정립되어 있어야 그런 가치관들이 사업에도 적용되고 자연스럽게 나올텐데 인생이 뭘까조차 생각해 본 적 없던터라 에이 될대로 돼라! 맘대로 결정하고는 돌아서서 급 후회하게 되더라고. 사업이 삶과 연결되어 있는 이유가 뭐냐면 예를들어 평소에 친구들한테도 교활한 짓 하는 애들이면 사업도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해. 자기에게 손해 나면 사업 수단으로 보복하고 갑질하고 본인 속 시원하라고 인격적 모독도 서슴치 않지. 정직하게 해도 돈이 우선이면 역시 수단 방법 가리지 않아. 왠줄알아? 우리 정서엔 나 힘들게 사는데 좀 도와주십셔가 있어.


먹고는 살아야죠.


하면서 밀수하고 커넥션 만들고 유해한 식품 만들어 팔고. 우리 사회는 그런 걸 용납해. (솜방망이 처벌로) 불법을 정당화 한다고. 그런 사업을 하면서 남들 다 하는건데 왜 그러냐고 하면 죄가 무마 되나. 아니거든. 공범인거지. 우리 사회에 그런 게 너무 많아. 법 질서 다 지키면서 돈은 어떻게 버냐는 말이 있거든. 같은 맥락인데 애초에 법을 지킬 생각이 없는건거야. 그러니까 정직하고 사람먼저 생각하면 바보가 돼. 정말 이상하지. 중견기업이나 대기업 중에서 선행하는 기업들을 보면 사실 그게 선행이 아니라 기본인건데 사회에 귀감이 될 정도로 좋은 일이라고 뉴스에 등장하거든. 그래서 기업가치에 정직이과 신뢰라는 것은 정말 중요한 요소야. 그리고 본인이 살면서 자신만의 삶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이 바로 기업의 가치관이 될 확률이 높아. 나의 경우 "아티스트가 세상을 바꾼다."거든. 무슨 뜻이냐면 자신이 일하는 것에서 일정 수준이 넘어가면 그 일을 예술적으로 하게 되는거야. 생활의 달인처럼 말야.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는데 그게 거의 예술가에 가까운 상태라는 뜻이야. 그런 예술가들에 의해서 세상이 변한다고 생각하는거지. 실제 예술만 봐도 그런 천재적인 작가들에 의해 세상이 움직이잖아. 그렇다고 우리가 예술의 경지에 올라야 한다는 건 아냐. 뜻은 그 정도로 수준이 높아지면 세상을 바꿀 힘이 생긴다는 것이야. 그러니 이걸 바탕으로 사업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어. 그랬더니 결정이라는 것을 그나마 쉽게할 수 있게 되었지.


이 사업이 북트다운가, 이 책은 북트스러운가, 북트라면 어떻게 결정했을까?와 같은 결정의 순간에 내 삶의 스피릿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북트가 의사를 결정하게 만드는 것이지. 말이 많이 돌아왔는데 본질은 이거야. 삶을 임기응변적으로 살다보면 결국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삶의 관점이 없기 때문에 잘못된 결정을 많이 만들게 된다는거지.


주체적인 결정이 되어야해.


8년간 기존 사업을 쉬지 않고 하다보니 그런게 있더라고. 만약 내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었다면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거야. 그 때에 기적적인 힘을 내어 다시 재도약 할 수 있으려면 정말 내 스스로가 즐겁고 행복해 하는 일을 하고 있지 읺으면 안돼. 이미 몇 번이고 사업 접었을지도 몰라. "에이 일도 잘 되지도 않는데 적당히 하고 말지"해 버리면 그냥 거기서 끝인거야. 뭣도 아니고 그냥 끝이야. 그런데 주체적으로 결정한 삶의 원동력이 거기에 들어가 있으면 정말이지 혼신의 힘을 뛰어넘은 초인적인 인내와 결단으로 사업을 이끌 수가 있어. 정신력 자체가 달라. 그게 사업의 무기야. 그걸 끄집어 낼 수 있는 사업인가가 중요한거지. 그래서 삶의 신념과 연결이 되어 있다면 정말이지 혼신을 다할 수 있는 계기가 돼. 절대 결정이라는 것을 타인에게 맡기는 실수를 범하지 않게되고 삶의 결정을 스스로 내리면서 한 발 한 발 나아가게 돼. 사업 아이템보다도 더 중요한 부분이야.


스스로가 중요한거야. 사업도 어짜피 삶 속의 일부니까 삶을 스스로 만들고 가꿔 나가는데 직접 결정하고 다듬고 완성해 가야해. 내가 서점을 이렇게 만들어가야 이 곳에 방문하는 사람들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직접 가꿔 나갈 수 있게 얘기라도 건넬 수 있는거겠지.

작가의 이전글 본질 변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