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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목 May 01. 2016

우리가 글을 써야할 때

작위적 글쓰기에서 벗어나기

우리가 글을 쓸 때는 언제인가. 십중 팔구 보고서나 레포트일 것이다. 아니면 카톡? 자소서? 필요에 의한 글이 아니면 요즘 세상에선 별로 글을 끄적일 필요가 없다. 강요할 필요도 없다. 써야 할 이유 따위도 없다. 아무리 글쓰기가 좋다 한들 쓰라고 쓸 수 있을까. 써보는 사람들이나 계속 써대는 것이지 돈을 줘도 못 하는게 글쓰기다.


그래도 요즘은 사람들의 글쓰기 욕구가 정말 어마어마해서 다양한 사람들이 글쓰기를 시도하는데 (이 때 브런치가 있어서 다행인 것이다!) 종이를 펼쳐놓고도 쓰질 못하는 경우가 많다. 흰 종이의 공포. 뭐라고 써야할지 머릿 속에서만 맴돌 뿐 글자로 나오지가 않는다. 그러한 막연한 글쓰기의 부담감을 없애줄 수 있는 것은 바로 읽어줄 대상을 염두하는 것이다.


엄마에게 써 보자.


수 많은 대상 중에서도 일단 엄마에게 써보자. 엄마에 대해서 쓰는 것이 아닌 엄마에게 하고픈 말을 써보자는 얘기다. 엄마라면 떠 오르는 오만가지의 감정과 복잡한 심경들이 모두에게 있을 것이다. 엄마라는 글자에 눈물을 뚝뚝 흘리는 자매님들도 계시겠지. 그런 것을 그냥 적는 것이다. "어머니! 저는 불효잡니다!" 이런 시작도 괜찮을 것 같다. "저번에 보내준 김치는 잘 먹었어요 엄마." 이런 것도 좋을 듯 하고. 여기서 정말 중요한 사실, 엄마를 생각하자마자 그 어느 누구도 글자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글을 못 쓰니 안 쓰겠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문장을 어떻게 구사할까라든지 뭐라고 써야 엄마한테 멋있게 보일까를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말 하고 싶은 말들만 떠올랐을 것이다. 문체고 나발이고 중요한 것은 하고 싶은 말이었을 것이다.


나이 먹으니 드는 느낌, 어렸을 적 얘기들, 고마웠던 일, 도시락, 그 때의 생각들, 깔깔대고 방바닥을 뒹굴며 함께 티비 보던 기억, 졸업식, 운동회, 치과, 식구들, 미워했던 형, 말 하지 못했던 비밀들, 밥, 강아지, 재봉틀. 이 글감들은 모두 실제 나의 기억을 더듬어 찾아낸 엄마와 연관된 것들이다. 할 얘기는 너무나 많다. 이렇게 대상을 염두하게 되면 집 떠났던 기억들이 모두 돌아오면서 글에 에너지가 생긴다.


그러니 우리가 글을 쓸 때는 언제인가. 이제 대답을 사회가 필요로 할 때라고 말하지 말자. 당신이 보고싶을 때, 죽도록 미울 때, 길가다가 문득 떠올랐을 때, 과거의 기억들이 꿈만 같을 때, 그냥, 글을 쓴다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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