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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목 Jun 25. 2016

일상의 사막화를 이겨낼 덕질

인생의 무한동력

일상에 감성이 사라지자 사람들이 건조해지기 시작했다. 일상이 진짜로 "만하는 황"이 되자 말라 비틀어지는 느낌이 든다. 으악 목이 탄다. 마음 속의 수분이 증발해버리면 목이 타듯 감성도 타들어가기 시작한다.


그래서 떠난다. 여행.


여행은 짧고 비 현실적인 꿈 같다. 내가 지난 며칠간 뭘 한걸까. 꿈을 꾼 듯 아련하다. 이걸로 채워질리 없는 나의 감성을 뒤로한 채 다시 일상으로 복귀. 여행의 시간들이 마치 남의 것인양 아련하다. 내 감성이 충분히 젖어들기에 여행은 언제나 짧다. 현실로 돌아오면 갈증은 더 심해진다. 더 멋진 곳으로의 다음 여행을 기약한다.


그래서 시작한다. 취미.


예술과 만난다. 악기 연주하기, 그림그리기, 예술적인 활동하기, 춤추기, 만들기, 생각하기, 글쓰기, 책읽기, 문화활동, 비평하기, 시쓰기, 영화 감상하기, 토론하기 등등 평소 하고 싶었던 일 중에서 이제껏 못했던 것들을 시도하기도 하고 흥미가 생기는 일들에 집중한다. 이러한 일들이 외부로부터가 아닌 내면으로부터 시작되면서 우리의 메마른 감성은 서서히 젖어들기 시작한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열정이 생기는 일들이 지금 나의 감성을 물들이는 일이다.


사람은 궁극적으로 내면이 성장하길 원한다. '이전보다 좀 더 발전해야 겠다.'라는 의식적 사고를 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것을 경험한 순간 이전보다 더 발전하게 된다. 지금 새로운 것은 이내 과거의 기준이 되고 한 단계 높은 차원의 기준을 경험하기 위해 앞으로 전진한다. 이렇게 시작된 경험은 계속적으로 이루어지면 내면의 열정을 앞으로 밀고나가는 원동력이 된다. 자가발전 시작.


여기에서는 취미라는 단어를 사용하였지만, 무엇이 되었든 (내면의 성장이 될만한 그 어떤 것이라도) 그것은 감성의 건조함을 막을 수 있다. 눈빛이 초롱초롱해지며 반짝반짝 빛이 나는 동시에 의욕에 가득차고 생기가 온 몸을 휘감고 발이 빨라지며 미소를 머금게 되는 그것. 그것이 무엇인가.


그래서 시작한다. 내면탐구.


나는 무얼 좋아하는가. 지금 여기에서 남들 다 좋아하는 여행, 사탕, 맛있는거, 재밌는거 라고 대답할 게제가 아니다. 질문을 바꾼다. 살면서 나는 무엇에 미쳤었던가. 어떠한 활동을 할 때 흥분되었는가. 밤잠을 안 자며 빠져들었던 것은 무엇이었는가. 이것을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게임 좋아해요. 드라마 좋아해요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미쳐있었던 것에서부터 나를 찾아내는 과정이다. 인생에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나중에 생각해도 괜찮다. 일상을 촉촉히 적실 오아시스를 찾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기 때문이다.


내면의 나와 대면하지 않고는 이러한 탐구는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다만 변덕쟁이처럼 쉽게 바뀌는 그런 것이어선 안 된다.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는 것도 좋지 않다. 정서적 만족감을 넘어서는 근본적인 자가동력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삶을 영양가 있고 윤택하게 만들어줄, 무한동력이 될만한 열정적인 일을 정말로 오랜시간 탐구하고 찾아야 한다.


당연하게도 사람마다 근원이 다 다르다. 특정 셀럽이 될 수도 있고, 어떠한 물건이 될 수도 있다. 축구공이 좋아서 전세계 축구공을 모으는 축구공 마니아가 탄생할수도 있는 노릇이고, 남들이 잘 하지 않는 특별한 운동이나 행동이 열정의 근원이 될 수도 있다. 남들이 보면 사소할 것들도 당연히 괜찮다. 일상의 사막화를 막을 수 있는 나만의 것을 갖는 것은 절대 욕먹을 일이 아니다. 어떤 부류의 것들은 (소위말해 천박하다고 여겨질만한) 무시당할 수도 있지만 그런것에 아랑곳 할 필요가 없다. 천박한 열정이란 없을 뿐더러 그런것을 평가하고 자시고할 고상한 열정이란 것도 없다. 사막화된 일상을 감성적으로 풍요롭게 만들 나만의 덕질만큼 행복한 것이 또 무엇인가.  


그러니 시작하자. 덕질.


개인적으로는 나는 기타 강좌를 덕질하듯 만들어 댔다. 물론, 그것은 나에게 있어 삶의 아주 사소한 일부분이다. 강좌를 하나씩 만들던 어느날 나는 기타 배우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고 하나씩 체계를 만들다 보니 교본이 2권이나 세상에 나오게 됐다. 내가 책을 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부족한 부분들이 눈에 띄자 그것들을 해결하고 싶은 마음에 열정을 내게 된 것이다. 근원을 좀 더 들여다보면, 내가 그 무엇보다 좋아하는 일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다시말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을 수 있는 것을 만들어내는 일이었다. 나의 콘텐츠들이 다른이들에게 크든 작든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마음속 깊이에 들어 있었다.


생각해보니 사진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운영할 때도 사진강좌를 만들어서 업데이트를 했었다. 그 이전에는 컴퓨터 강좌를 만들어서 올리기도 했었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자료를 만들어서 퍼뜨리는 것을 좋아했었다. 그것이 지금에 이르러서는 사업이 된 것이고 기타를 판매하고 가르치는 것을 동일한 과정으로 해왔던 것이다. 앞으로 할 일도 이와 다르지 않다. 내가 쓴 글과 생각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고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 방식이 무엇이 됐든 큰 상관이 없었다. 방식이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목적을 오랜시간을 들여 발견해 왔기 때문이다. 아이템이 바뀐다 하더라도 나는 동일한 일들을 하게 될 것이다.


지금이 삶의 무한동력, 덕질을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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