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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목 Aug 20. 2017

열고싶을 때 열고 닫고 싶을 때 닫는 서점

북트는 한 껏 내 맘대로.

이제는 서점을 좀 제대로 해보자 하여 내부 확장 공사를 하였으나 곧 문제에 봉착할 것을 깨닫게 되었다. 오픈을 제대로 하기가 힘든 것이다. 일주일중 화요일, 금요일은 오픈을 하기 어렵고 그 외의 평일에는 기타 수업이 꽉 차있기 때문에 카운터를 보기가 어렵다. 이러다가 무인 서점을 운영해야 할 판이다.


실제 내부 공사로 인해 한 달간 문을 닫았다. 그 동안의 매출은 온라인으로 충당했고, 뭐, 평타치는 정도로 그럭저럭 나왔다. 어디서든 마찬가지다. 간절함이 없으면 그냥저냥 되는 것이다. 서점은 전략적으로 그냥저냥을 목표로 했으니 서점을 열자마자 목표는 달성했다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말 매출은 옆집 이야기가 아니다. 그 달을 이겨낼 수익은 나와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다른 서점은 책만 팔아서 어떻게 한달을 살지. 나야 본업이 있으니 걱정은 없지만;;


서점만으로 매출을 일으키려면 비용을 감안해서 최소한 월세(약100만원) + 본인 인건비(약200만원)  + 전기세외 기타(약 8만원) + 사입비(??) 이렇게 하면 최소 순수익은 300만원이 훨씬 넘어야 한다. 300만원 만들자면 서점 마진이란게 뻔하니 1,000만원은 팔아야 한다. 동네 서점이 이게 가능한가 싶다. 15,000원을 평균으로 따지면 책으로만 한 달에 666권. 월화수목금토일 쉬지 않고 하루 평균 22권씩 팔아제껴야 한다. 사람들이 동네 서점에서 새 책을 얼마나 사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서점도 연남동에서 중고책으로 유명해지면 모를까 하루에 22권씩 팔기는 어렵다. 중고책은 그나마 한 사람이 몇 권씩 사기 때문에 22권을 금방 채울 수는 있겠지만 판매 단가가 완전 다르기 때문에... 그리고 지금은 본업에 충실해야 하는 상황이라 문을 닫고 있으면 닫았지 1년째 홍보를 못하고 있다. 2년 정도는 더 있어야 제대로 서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일단 월세 낼 돈만 버는 것이 현재의 목표. 


간절함이 없다보니, 솔직히 세세한 상품 매입도 어려운 상황이다. 오는 중고책 매입만 조금씩 할 뿐이다. 이것에만 전심으로 집중하면 뭐 잘 될 것도 같은데, 그게 불가능한 상황이라 천천히 내 페이스대로 운영중인 것이다. 가끔 지나가다 문 잠겨있으면 입구에 써 있는 전화번호로 전화해서 왜 안 여느냐고 묻는 분들도 왕왕 계시다. 그냥 일이 있다고 둘러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북트는 내가 열고 싶을 때 열고 닫고 싶을 때 닫는 맘대로 서점이 되었다. 처음엔 계획된 일들이 많았는데 현재의 삶이 그걸 용납해주지 못하니 아직은 서점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여러번 난장판 된 경험을 하고나니 선뜻 일을 벌리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일종의 방치. 내 맘대로 오픈하고 내 맘대로 닫을 수밖에 없는 서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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