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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목 Aug 20. 2017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봐야지.

앞으로는 쓸모 없을 현재의 노하우.

군대 있을 땐 평균 800타 정도를 쳤다. 그걸로 훈련병 시절 사단 본부에서 차출당해 수 백 페이지 작전계획을 만들고 교범을 만들었다. 말 그대로 운이 좋았다. 선임하사는 훈련병 시절에 세 번 정도 찾아와 면담을 했고 훈련소 입소 일주일만에 나는 사단 본부로 갈 것이 결정되었다. 군대에서는 타자를 잘 치는 것이 지금도 쓸모가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사회에서는 타자 빠른 것은 별로 쓸모가 없는 모양이다. 이제는 누구나 다들 그 정도는 하는 세상이니까.


언젠가부터는 직장인의 능력 중에서 엑셀이나 파워포인트는 기본이고 포토샵을 잘 해야 인기라는 얘기를 들었었다. 직장을 다니지 않은지 10년이 되니 그것도 옛날 이야기일지 모른다. 사회가 원하는 쓸모있는 기술은 점점 많아지고 복잡해진다. 요즘은 인디자인이 대세라고 하던데 나도 그런걸 배워야 하나 1초 정도 지나가는 생각으로 해본적은 있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도구의 '쓸모'가 필요할 때 그 때 배우면 되지 무턱대고 목적도 없이 툴을 배우는 것은 낭비일 뿐이다. 


A라는 과업을 완수하기 위해 도구의 '쓸모'를 사용하는 것인데 요즘 사회는 '도구'를 배우는 것에 더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도구 자체를 어떻게 다루는지 배우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으로 무엇을 하려는지의 목적은 저 멀리에 있고 도구 자체를 배우는 것이 목적이 되어 버렸다. 주객 전도다. 기본적인 생각의 베이스가 커야 도구를 배웠을 때 사고가 확장되고,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이 더 커지는 것인데 생각이 빈약하면 툴을 배운다손 치더라도 효용성이 높지 않다. 


도구를 배우는 것은 나중의 일이다. 그 도구로 무엇을 할지가 더 중요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제 아무리 800타의 타수로 워드를 친다고 한들 그것이 현재 나의 삶에서 큰 도움을 주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빠른 타자는 내가 일하는데 있어 아무런 쓸모가 없다. 물론 업무할 때 좋기는 하지만 타자를 느리게 친다고 하여 일을 못 하는 것은 아니니 별 효용성은 없는 것이다. 빨리 친다고 하여 일을 빨리 끝낼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내가 주로 하는 일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기술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내가 앞으로 사용하지도 않을 기술이나 도구들을 익히는데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은 헛수고에 가깝다. 


미래를 대비해서 배웠던 많은 것들이 무용지물이 되는 세상이고 개인적인 적용에 지나지 않는한 노하우라는 것도 같은 맥락을 가진다. 창업에 이것을 적용해 보면 본인의 노하우는 그 때 뿐이다. 시간이나 지역, 네트워크등이 변화하는 세상에서의 자신의 경험치는 사소할 뿐이다. 한 번의 성공으로는 누구에게 조언해 줄 깜냥이 안 되는 것이다. 타산지석을 삼을 수 있도록 자신의 노하우를 정리하는 것은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동일한 방식으로 새롭게 무언가를 과거와 '똑같이' 만들어 낸다면 시작하는 순간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될 수 있다. 


도구에 대한 쓸모나 경험에서 우러나온 노하우등은 그 때 뿐이다. 현재로서의 가치만 있을 뿐 미래의 무엇과 다시 만난다면 구시대의 유물이 될 뿐이다. 시대는 변하고 있고 과거의 도구나 노하우는 우리를 더욱 시대착오적으로 만들고 있다. 지금 시대를 반영하지 않는 도구, 경험들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통해 벌어질 일들을 상상하고 생각하는 일이다. 얼마나 놀랍고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는가. 그것에 따라 우리가 사용할 도구의 용도도 중요성이 달라질 것이다. 손가락 끝을 보지 말고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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