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늪에 빠져 헛된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
유채꽃으로 온통 물든 4월의 제주도. 꽃을 보니 엄마가 생각났다.
"제주도는 4월 되면 유채꽃이 많지? 꽃구경 가야겠다."
엄마와 함께 놀러 갈 생각에 부푼 어느 날 엄마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너, 계좌번호 하고, 통장 비밀번호 불러봐."
아!
엄마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절망했다. 또다시 시작했구나.
다단계! 30년 동안 지겹도록 들어온 그 이름 다단계!
약이라도 있으면 사다 줄 텐데, 이 지긋지긋한 병을 어찌하면 좋을까?
엄마는 다단계 중독자였다.
처음 암웨이를 시작으로 엄마는 다단계라는 사업을 알게 되었다.
다들 알겠지만, 암웨이로 큰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착각에 빠진 엄마는
열심히 그 누구보다 열심히 활동했다.
아파트도 사고, 건물도 사고, 매일 해외여행 다닐 꿈에 부풀어 정작 현실을 보지 못한 엄마는 결국
암웨이로는 돈을 못 벌겠구나 깨달았을 때가 2년 정도 지난 뒤였다.
그때 현실을 깨달았으면 좋으련만, 엄마는 이제 더 위험한 다단계를 찾아 나섰다.
그렇게 엄마가 손을 안 댄 업체가 없을 정도로 수십 개의 업체에 가입을 했다.
몇천만 원 투자해서 날리고, 또다시 다른 업체에 투자하고 그 짓을 30년이나 했던 것이다.
한 번은 엄마 지인이 무슨 미국에 게임기에 투자하라며, 기계 하나당 투자금 월 천만 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 (그 게임기가 미국에 있는지 어찌 알겠는가)
아무튼 그렇게 뜯어말렸건만, 결국 엄마는 투자를 했고 한 달 뒤 엄마 지인은 뉴스에 나왔다. 사기죄!
그 친척이 올해 출소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 기억으로 2년 전 해피런이란 업체가 마지막일 줄 알았다.
불법 다단계업체 신고에 앞장섰다던 노교수? 인가했던 분으로 기억하는데,
엄마는 친척의 권유로 해피런을 알게 됐고, 무슨 건강보조식품을 오천만 원이 넘게 집에 들고 왔다.
하루 한팩만 먹어도 될 거 같은데, 많이 먹을수록 좋다며 하루 20팩이 넘는 보조식품이 엄마의 뱃속에 들어갔다. 부작용이 있지 않을까?
아무튼 엄마는 또다시 한 달에 월 천만 원을 버는 상상을 했지만, 현실은...... 결국 대출금만 떠안은 채 해피런을 떠났다.
엄마도, 엄마를 소개해준 그 친척도 모두 빛만 산더미처럼 불어난 상태로.
그런데, 오늘 또다시 다단계에 가입했다는 소리를 들은 것이다.
또! 또!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회사 이름은 뉴트로 월드. 무슨 정수기를 판매하는 거 같은데 가입금 130만 원!
다단계식으로 가입자를 늘리면 월 천을 벌 수 있다는 이상한 소시를 하는 업체였다.
회사 이념을 간단히 말한다면,
1. 한국 및 전 세계 실업자를 구제한다. (실업자 구제를 개인이 할 수 있다고? 진짜 처음부터 어이가 없었다.)
2. 유통혁신으로 한국을 전 세계 1위 수출 강국으로 만든다. (그래, 노력해봐라 제발 좀)
3. 팬데믹을 종식시켜 마스크를 벗게 한다. (팬데믹을 종식시킨다고? 어떻게?)
4. 우리의 소원인 통일을 이룩한다. ( 난 통일을 원치 않는데, 누구의 소원인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이념을 내세웠는데, 엄마는 이 말을 신의 계시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 치료가 필요하다. 간절히.
문득, 엄마의 정신상태가 궁금해졌다. 엄마뿐만 아니라 이러한 말을 듣고 마치 최면에 걸린 듯이 돈을 내는 사람들의 심리가 궁금해졌다.
왜? 도대체 왜?
결국 그 욕심! 월 천을 벌 수 있다는 그 헛된 욕심! 그 욕심이 엄마의 눈과 귀와 판단을 가려버린 것이다.
맹목적으로 월천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빠져 결국 또 엄마는 다단계의 세상에 발을 들여놓았다.
"엄마가 돈 많이 벌어서 아파트 한채 너 이름으로 사줄게. 기다려."
엄마의 꿈을 내가 깨도 될까? 한참을 망설이다 나는 다단계 불법업체 신고 사이트에 글을 올렸다.
제발,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면서
신고방법 : www.kossa.or.kr로 접속하시어 '불법 피라미드 신고센터'를 이용해 신고하면 끝.
담배, 알코올 중독처럼 다단계 중독을 치료해주는 전문 병원이 생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