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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백만 Sep 12. 2023

대환장 킹더랜드

웃고 있지만 무서운


아름다운 섬 제주도. 낭만이 있고 로맨스가 가득할 것 같은 섬 제주. 하지만 현실은 엉망진창 대환장파티가 벌어지는데..., 사람 사는 곳이 뭐 다 그렇듯이 도대체 왜 저러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뿐. 봐도, 봐도 놀라운 사람들의 행태를 여러분들께 소개합니다. 아, 미리 말해드리지만 이 소설은 픽션입니다.


4. 웃고 있지만 무서운


창이 넓은 모자를 쓴 여자가 달뜬 얼굴로 로비로 들어왔다.     


“엄마! 여기 너무 좋다!”     


여자는 파란색 민소매 원피스를 펄럭이며 제자리에서 뱅그르르 돌았다. 그녀의 하이톤의 목소리가 천장까지 닿았다.     


“야야, 넘어진다. 채신머리없게”     


여자 뒤를 따라오던 엄마가 혀를 차며 말했다.     


“아휴 멀다 멀어.”     


양손 가득 초콜릿 상자를 든 그녀의 아빠가 고된 얼굴을 하며 숨을 크게 내쉬었다.     


“아빠 저기 앉아 있어요. 내가 체크인하고 올게.”     


여자가 로비 한쪽에 있는 소파를 가리키며 말했다. 노부부는 그녀가 손짓하는 쪽으로 다리를 쩔뚝이며 걸어갔다.  여자는 프런트로 걸어갔다. 여자가 다가오자 직원이 말했다.     


“체크인 도와드릴까요?”     

“네. 이현정 이름으로 예약되어 있어요.”     

“네 고객님. 오늘 1박 원룸 오션뷰 객실로 예약되어 있네요.”     


객실키를 받은 여자는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그때까지는 모든 게 다 순조로웠다.     

잠시 후 여자가 프런트로 걸어왔다. 여전히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서.     


“저, 방이 작아서 그런데요 큰 방으로 옮겨 주실 수 있으세요?”     

“네, 가능합니다. 추가요금 56,000원 결제하시면 됩니다.”     

“저도 CS 쪽 일을 하고 있어요. 예산이 부족하니 업그레이드해 주시겠어요?”     

“네?”     


처음에 직원은 여자의 말을 알아 듣지 못했다. 직원은 다시 되물었다.   

여자는 여전히 온화한 얼굴로 말했다.     


“업그레이드 해주세요.”       


순간, 여직원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죄송합니다. 추가 요금은 결제해 주셔야 합니다.”     


간신히 평정심을 찾으며 직원이 대답했다. 그때였다. 웃고 있던 여자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저기요. 그러니까 제가 부탁드렸잖아요. 업그레이드 해달라고요.”     


직원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최대한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며 다시 한번 말했다.     


“죄송합니다. 추가 요금 결제해 주셔야 가능합니다.”     

“아니, 앵무새야? 왜 같은 말만 반복해요? 지금까지 당신 때문에 낭비한 내 시간 보상해 주세요. 평생 당신 때

문에 제주도에 대한 기억을 엉망으로 만든 건 어떻게 책임 지실 거죠?”     


직원은 의식이 혼미했다. 갑자기 날아온 공격에 두통이 심하게 몰려왔다. 여자 뒤로 줄 서 있는 사람들의 짜증 가득한 모습이 보였다. 아무도 없는 곳으로 사라지고 싶었다.     


“당신 때문에..., 당신 때문에...,” 여자가 한 말이 머릿속에서 끝없이 맴돌았다. 잘못도 없는데 죄를 뒤집어쓴 억울함에 가슴이 울렁거렸다.  시원하게 욕이라도 쏟아 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에 그저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저 고객님. 죄송합니다.”     

“됐어요. 당신하고 말이 안 통하니까. 윗사람 불러줘요. 팀장님 불러달라고요."     


여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여자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로비 전체를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결국 직원은 팀장을 호출했다. 여자는 팀장한테 직원의 서비스 태도가 너무 불친절해서 기분 나쁘다며 직원 교육을 제대로 하라며 강하게 말했다.      

여자의 말을 들은 직원은 자신이 쓰레기통에 버려진 구겨진 종잇장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유니폼을 벗고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었다.     


잠시 후 팀장이 직원에게 다가왔다.     


“죄송해요. 제가 해결하려고 했는데 너무 막무가내여서."     


직원은 왈칵 눈물이 쏟아 질 것 같아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우리가 잘못한 게 없는데 왜 네가 죄송해. 아까 그 손님, 내가 방 빼라고 했어.”     

“네?”     

“우리 호텔 수준에 안 맞는 것 같아서 나가라고 했어. 잘했지?”     


팀장이 웃으면서 사무실로 들어갔다.     

직원도 웃었다. 활짝. 구겨진 자존심이 활짝 펴지는 것 같았다. 로비를 돌며 춤이라도 추고 싶었지만, 체크인을 기다리는 다음 손님이 있어 꾹 참았다. 기다리던 손님이 프런트를 향해 걸어왔다. 직원이 말했다.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체크인 도와드릴까요? 원룸으로 예약되어 있으시네요. 스위트룸으로 업그레이드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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