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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백만 Sep 20. 2023

대환장 킹더랜드

메이드 김 여사

아름다운 섬 제주도. 낭만이 있고 로맨스가 가득할 것 같은 섬 제주. 하지만 현실은 엉망진창 대환장파티가 벌어지는데..., 사람 사는 곳이 뭐 다 그렇듯이 도대체 왜 저러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뿐. 봐도, 봐도 놀라운 사람들의 행태를 여러분들께 소개합니다. 아, 미리 말해드리지만 이 소설은 픽션입니다.


5. 메이드 김 여사


 이제 막 객실 청소를 끝낸 김 여사는 허기진 배를 안고 직원 식당을 향해 걸어가는 중이었다. 김 여사는 호텔 메이드로 일하는 중인데, 메이드 중에 제일 오랜 기간 일을 했고, 나이도 제일 많아 직원들이 그녀를 보고 여사님이라고 불렀다. 막 로비를 지날 때였다. 김 여사의 시선을 사로잡는 한 남자가 있었다. 머리는 희끗하고 깡마른 키가 큰 남자 한 명이 프런트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저렇게까지 화를 낼 일이 뭐가 있다고..., 쯧쯧쯧”     


 김 여사는 혀를 끌끌 차며 그 옆을 지나갔다. 그때까지 그 화가 자신을 향한 건지 꿈에도 몰랐다.     

2층에서 멈춰 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김 여사는 지친 다리를 이끌고 비상구 문을 열었다. 직원식당은 1층과 2층 사이 중간 공간에 있다. 계단을 반 층 내려가야 했다. 단체 손님 때문에 서둘러 정비를 끝내야 했다. 손마디가 저릿했다.     


 “아이고 배고프다.”     


 김 여사는 무릎을 손으로 주무르며 식당 문을 열었다. 오늘은 특식으로 보쌈이 나오는 날이었다. 고기를 먹을 생각에 벌써부터 입안에 침이 고였다.     


 “나이가 들수록 고기를 먹어야 돼. 그래야 근육이 안 빠지고 버틸 수 있어.”     


 김 여사와 비슷한 나이로 주방에서 일하는 실장이 말했다. 김 여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식판이 넘치도록 보쌈을 가득 담아 자리로 온 김 여사는 상추 위에 고기 두 점을 놓고 고추에 쌈장을 찍어 올린 후 한 입 크기로 꽉 눌러 담았다. 김 여사는 입 근육을 좌우로 푼 다음 쌈을 입에 넣을 준비를 했다. 그때였다. 그녀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그녀는 쌈을 내려놓고 손에 묻은 물기를 옷에 쓱 닦고는 핸드폰을 들었다.     


 “에~ 여보세요.”     

 “저 여사님. 프런트인데요. 죄송한데요. 잠시 프런트로 와주실 수 있으세요?”     

 “에? 지금? 급한 일인가? 시방, 지금 밥 먹고 있는데.”     

 “죄송해요. 이모님. 컴플레인이 생겨서. 죄송한데 지금 와주실 수 있으세요?”     

 “아이 참. 그게..., 알았어요.”     


 김 여사는 아쉬운 듯 고기를 한번 보고는 서둘러 프런트로 갔다.          


                                                                            *     


 “무슨 일인데 그래?”     


 김 여사가 등장하자마자 아까 프런트에서 소리 지르던 남자가 그녀를 위아래로 쓱 하고 훑었다.     


 “여사님 죄송한데요. 어제 703호 정비하셨을 때 혹시 남자 시계 못 보셨어요? 손님이 화장대에 두고 갔다는데, 외출하고 와보니 없다고 하셔서요.”     

 “응? 시계? 무슨 시계? 난 그런 거 못 봤는데.”     


 김 여사는 태연한 얼굴로 모른다고 말했다. 청소할 때 화장대는 특히 신경 써서 하는데, 시계는 본 기억이 없다.     


 “아니! 내가 분명 화장대에 두고 나왔는데, 어디서 거짓말이야! 이 여자 가방하고 다 뒤져봐 당장! 그게 얼마짜린데, 당신 콩밥 먹고 싶어? 어? 내가 누군지 알아? 나 신문기자야!”     


 남자가 다짜고짜 화를 내더니 김 여사 몸수색을 하라는 둥, 가방을 뒤져보라는 둥 너네들이 다 한패라는 둥 패악을 부리기 시작했다. 상식을 벗어난 남자의 행동에 당황한 프런트 직원들과 달리 김 여사 얼굴은 너무나 평안했다. 별거 아니라는 듯이.     

결국 남자는 과학 수사대까지 불렀다. 과학 수사대는 CCTV 화면을 가져갔고. 객실 지문검사까지 철저히 수사했다. 뭐 저렇게까지 난리를 치냐는 직원들과 달리 김 여사는 처음 본 낯선 광경이 마냥 신기했다.     


 “내가 저희들 다 가만 안 둘 거야! 각오해!”     


 남자는 퇴실하면서 악담과 비슷한 경고를 날리고 떠났다. 잃어버린 게 비싼 명품시계라고 하지만, 김여사가 훔쳐 갔을 거라며 100% 확신을 하는 남자의 태도에 프런트 직원들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루가 지나고 프런트로 전화가 걸려왔다. 703호 묵었던 남자의 아들이라고 했다. 남자는 미안하다면서 시계를 집에서 찾았다고 말했다. 그게 다였다. 김 여사에게 미안하다는 사과는 없었다.     


 “저 시계 찾았대요. 집에 있었대요. 아! 진짜 너무 하는 거 아니에요? 그 난리를 치고! 죄송해요.”     


 프런트 직원이 대신 사과했다. 김 여사는 가볍게 웃었다. 늘 있던 일이었다. 익숙해질 수는 없지만, 늘 반복되고 기분 나쁜 일. 억울해서 울 때도 있었다. 그러나 억울한 일이 반복되고 또 반복되다 보니 웃음이 나왔다. 그저 웃을 수밖에,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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