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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ti Feb 11. 2024

관광객 모드로 전환하다

  계획대로 라면 나는 사흘 내내 이 도서관에서 자료 수집을 하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더 이상 미련을 갖고 주저앉아 있는 것보다는 베이징 관광객 모드로 전환하는 게 나았다. 천안문 주변을 중심으로 국가 박물관과 국가 미술관 관광 동선을 짰다.


  지하철을 타고 천안문으로 이동했다. 건너편 광장으로 건너가려고 하자, 경찰은 안 된다고 했다. “Why?”하고 물으니, 상대는 “No why!”라고 답했다. 내가 황당해하고 있자, 맞은편에서 오던 누군가가 광장에 사람이 가득해서 못 가게 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해 줬다. 도서관의 사서를 보면서도 느꼈지만, 거리의 경찰도 지나치게 고압적이었다.


  베이징은 지하철을 탈 때도, 도서관이나 박물관을 갈 때도 검색대를 통과해야 했다. 심지어 천안문 거리 앞을 갈 때도 신분증이나 여권을 찍어서 통과해야 했다. 공권력이 필요 이상으로 일상에 개입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통제가 통제로 인식되지 않는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가장 큰 문제였다.



  천안문 광장 서쪽에는 인민대회당이, 동쪽에는 국가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로 치면, 광화문 동쪽에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천안문 광장을 통과하지 못하고 돌아서 입장한 중국국가박물관은 단순히 중국의 문화재나 미술품을 소개하는 전시관이 아니었다. 이곳은 조각, 회화, 유물 등이 장르별로 구분되어 전시되어 있지 않고, 사건이 중심이 된 주제 중심의 박물관이었다. 아편전쟁, 태평천국운동, 양무운동, 변법자강운동 등의 사건을 실제 유물, 사진, 그림, 조각, 영상 등으로 엮어 놓았다. 관람자에게 해당 사건을 상상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가져다 놓았다. 이곳에서 유물이나 그림은 중국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설명하는 도구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중국 정부가 세계 각국에 받은 선물을 모은 특별전도 하고 있었는데, 여기에는 북한 작품도 있었다. 각각 주은래, 모택동, 등소평 등에게 김일성이 보낸 선물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한글의 자음을 추상 문자처럼 표현하고 '만수무강'이라는 단어를 박은 나전칠기 합이 인상적이었다. 

 

  베이징에서 그렇게 며칠을 보내면서 지하철도 덜 두리번거리고 타게 되었고, 검색대에 짐도 궁시렁거리지 않고 재빨리 올려놓게 되었고, 식당에서 한여름에 뜨거운 차가 제공되는 것도 익숙해졌다. 마지막 날 밤, 호텔 앞 발 마사지 가게에서 남은 중국 인민폐를 써 버리며, 이제는 어디로 자료를 찾으러 가야 할까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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