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종이 안 보여요

by 김곤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았다. 오늘은 간 초음파만 하는 날이다. 검사 시작하기 1시간 전에 도착해서 번호표를 받았지만 대기 번호가 15번째다. 1시간 정도를 기다린 후에 초음파 검사실 안으로 들어갔다. 검사 때면 언제나 그렇지만, 차가운 하얀 젤이 배꼽 주위에 올라오면 검사가 시작된다. 의사의 손과 검사기의 초소형 카메라가 일체가 되어 내 겉살을 통과한 지 얼마 후였다.


"담낭에 용종이 안 보이네요."

의사가 말했다.

"저번까지 이 자리에 있었는데? 이쪽으로 약간 돌아누워 보실래요?"

그가 다시 말했다.

그리고 잠시 후,

"안 보이네. 허허... 없어졌나?"

"........"


그가 말하는 동안 나는 '6킬로미터 이상을 매일 걷는 효과가 있었나? 왜 안 보일까? 신기하네.' 하고 중얼거리며 내심 좋았다. 그동안 검사 때마다 담낭 용종의 크기 변화에 민감했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간에 조그마한 난종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끝났습니다."라는 의사의 얘기를 듣고 나는 기분 좋게 검사실 밖으로 나오면서도 오랫동안 내 몸과 동거를 하고 있던 용종의 실체에 대한 궁금했다.


14일 후다. 오늘은 검사결과가 나오는 날이다. 핸드폰의 화면을 터치하고 파일 뚜껑을 열었다. 기대대로 용종의 기록은 없었다. 코로나로 인한 입원과 휴직이 가져다준 선물 보따리를 받는 기분이었다. 매일 산책을 한 효과다. 걷기의 매력에 푹 빠져 지낸 덕분일 것이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산책이었다. 하느님의 숨결이 깃든 대자연에 몸을 맡기고 천천히 호흡하며 걸으면 그날 안 보이던 새로운 내가 보이고 사유에 사유를 덧칠하니 글쓰기에도 도움이 된다. 걷다가 생각이 나면 멈추고 메모를 반복하다 보면 새로운 글의 초고가 완성되는 기쁨에 늘 설렌다. 오늘, 이 시간에 집중하면 부정이 긍정으로 변하고 시간을 타면 탈수록 마음은 비워진다. 그러면서 나의 몸과 마음은 정화되어 가는 느낌이다.




서두르면 볼 수 있는 것도 보지 못하는 경우를 일상에서 체험한다. 새 발령지로 출근할 어느 날이었다. 집에서 사무실로 가려면 서해선을 이용하여 소사역에서 1호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그런데 서해선과 1호선의 운행 간격이 좁지 않아 환승역에서 10분 이상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기다리는 시간을 줄여볼까 궁리하다가, 가끔 환승역의 열차 도착 시간을 검색하는데, 그날 아침도 그랬다. 시간을 보는데 남은 시간은 2분. 그다음 열차까지는 18분이 남았다.


열차 문이 열리자마자 부리나케 달려 환승역 플랫폼에 도착하여 인적이 드문 광경을 보고는 아차! 하고, 실시간으로 검색한 환승역은 승차하는 곳이 아닌 하차할 역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발걸음을 움직이며 목까지 찬 숨을 바삐 들이마시며 올라오는 생각.


‘서두르면 제대로 볼 수 있는 것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


여행지나 약속 장소에 갈 때도 서두르면 낭패를 보기도 하는 우리네 일상이다. 늦다고 여길 때가 빠른 경우도 있는 것이 삶의 여정이 아닐까 싶다. 현재보다 아직 오지 않는 미래에 집중하며 서둘러 가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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