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공존하는 시간
운동은 몸에 좋다. 전문가들도 먹는 보약보다 낫다고 한다. 아내도 딸도 저녁만 되면 "운동하러 나가야 하는데...."하고 매일 걱정스럽게 얘기한다. 우리 가족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장모님의 고관절 수술 후 아내와 내가 했던 대화다.
"있잖아. 엄마가 고관절 수술 후에도 저렇게 걸을 수 있는 것은 예전에 많이 걸어서 그런 거 같아. 그렇지?"
아내가 말했다.
"그렇지. 당연하지. 아마 그때 운동하신 게 많이 도움이 되었을 거야."
내가 말했다.
우리가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데에 하체의 힘은 중요하다. 걷는 것이 어려우면 어디를 가고 싶어도 마음먹은 대로 못하게 된다. 다리에 근육이 부족하면 그만큼 불편한 것이 많다. 종아리의 근육은 피로를 빠르게 회복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예전에 수술 후 내가 가장 먼저 구입한 것은 실내 자전거였다. 면역력이 떨어져서 바이러스에 쉽게 감염될 수 있던 때라 가능하면 실내에서만 생활해야 했다. 그래서 운동을 위해서는 실내자전거가 적합했고 매일 1시간 이상을 탔다.
6개월이 지나고서부터 집 앞의 산에 오르는 것이 가능해지며 다리에 힘도 붙기 시작했다. 매일 반복한 결과가 나타났고 1년이 지나고부터는 건강에도 자신감이 붙기 시작하더니 집 앞의 산은 체력단련장이 되었다. 지금도 걷기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으며, 코로나로 병원에 입원한 후에 건강 회복도 걷기에서부터 시작했고 산책을 하면서 사유하는 힘도 길렀다.
집에 자리 한 곳을 차지하고 있는 실내자전거는 눈이나 비가 내릴 때 이용하는데, 이 녀석을 탈 때면 지루함을 방지하기 위해 유튜브를 보거나 음악을 듣지만, 야외에서 하는 운동보다는 시간 가는 것이 더디고 1시간 이상을 탈 때는 무료함을 견뎌야 한다.
지루함.....
인내는 수술을 하고 건강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달고 짜며 얼큰한 국물이 있는 음식을 절제해야 했고 술과 담배를 멀리하면서 셀레는 마음으로 건강회복을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15년 이상의 시간이 흐르고 난 후 지금은 오히려 수술 전보다 건강해졌다.
아래는 모임에서 단체로 영화를 보고 온 아내와 얘기했던 내용이다.
"영화 어땠어?"
"별로야. 너무 지루해~~"
며칠 전부터 넷플릭스에서" 지정생존자"라는 시리즈를 보고 있다. 출연자들의 연기가 좋고 박진감 있는 전개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드라마다. 그러나 시즌 1, 2 중 시즌1을 보고 난 후 시즌2를 보기 시작하는데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그 전과 비슷한 내용이 이어져 재미가 반감해 끝까지 보는데 인내가 필요할 것 같다. 다음은 극 중에 주인공이 했던 대사 중 한 문장이다.
"기다리는 것이 가장 어려워요."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과정에도 지루함과 싸워야 하는 경우가 있다. 늦깎이 공무원이 되고자 공부할 때는 똑같은 수험책을 10번 이상 보느라 혼이 났었다. 매일 무료함과 싸워야 했다. 직장생활도 비슷한 경우가 있지 않을까. 매일 똑같은 출퇴근 길에 사무실에 도착하면 어제 보았던 같은 얼굴들에 비슷한 일을 반복하면 지겨울 때가 있다. 똑같은 것 혹은 비슷한 일들이 반복될 때, 누군가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볼 때 떠오르는 단어.
'기다림'
목표를 이루고자 앞으로 나아갈 때나
주식이나 부동산을 투자할 때
책을 보거나 글을 쓸 때에
산책을 할 때나
산에 오를 때에도
인내는 늘 우리 곁에 두고 지내야 할지 모른다. 그 시간 안에는 설렘과 희망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지난 휴무일이었다. 방송에 나왔다는 식당에 가고 싶다는 장모님을 모시고 인근의 한 국밥집을 찾았을 때다. 평소, 저녁때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갔는데도 오래된 듯 남루한 건물의 일층에 자리한 식당 앞에는 사람들로 줄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중 몇몇은 언제쯤 자기 순서가 올는지 가늠해보기라도 하듯, 식당 문턱을 넘어 홀 안을 호기 어린 모습으로 부산하게 염탐하고 있었다. 그 틈을 타 하늘을 일별할 때였다. 저녁노을이 가을하늘과 헤어지며 연출하는 광경에 나는 휴대폰 카메라의 버튼을 누른다.
기다리는 지루함을 잊은 채...
포근하게 나를 반기는 노을에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