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이 남더라도

by 김곤

요즈음 가을 하늘이 아름다워 눈에 자주 들어온다. 오전에 카페에서 글을 쓰기 위해 집을 나설 때였다. 구름들이 예뻐 걸음을 멈추고 자연의 순리에 따라 어느새 떠날 순간의 광경을 휴대폰에 담았을 때다. 가는 사람 잡지 말고 오는 사람 막지 마라,라는 글귀가 부유한다.


사진촬영을 하다 보면 자연이 건네는 순간 아름다움에 연연하며 아쉬워할 때가 있다. “아, 그 장면을 찍어야 했는데.”하면서. 그러다가 어느새 잊는다. 더 좋은 장면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서 말이다.




집 근처에 있는 남성 전문 미용실을 찾은 어느 날이었다. 그곳은 언제나 손님들로 북적댄다. 그날은 점심시간이 한참 지나 식사는 했냐고 하며 미용사에게 인사말을 건네면서 다 먹고자 하는 일인데...라고 나는 말하며 혹시 점심식사를 아직 안 했으면 기다려도 좋으니 얼른 할 것을 권했다.


여사장은 도시락으로 해결했다고 하며 남자사장은 아직 식전이라고 했다. 그녀는 "그러게요. 밥을 안 먹으면 빗도 떨어트리고 손이 떨려서 가위질도 제대로 못 해요. 저같이 살집 좀 있는 사람은 견디는데 저 사람(남사장을 두고 한 말이다. 두 사람이 반반 투자해 동업자 관계라고도 했다.)은 말라서 못 견디더라고요.ㅎㅎㅎ"라고 했다.


그녀의 말을 듣고 보니 조금 전에 대기의자에 앉아 있을 때 본 그 남자 미용사가 자꾸 빗을 떨어뜨린 모습이 이해가 갔다. 그는 손님 머리를 깎고 나자 밥 먹고 오겠다며 나갔다. 그 사이 그녀는 가게에 자주 오는 한 나이 많은 손님의 얘기를 내게 들려주었다. 동네 분인데 손님이 없을 때 먹고 하라고 과자나 과일을 주신다고 했다. 그분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며, 나에게도 고맙다고 하며 이렇게 말했다. "다른 분들은 우리가 밥을 먹든지 전혀 관심이 없으신데 기다려도 되니 어서 밥 먹고 와도 된다고 하시니 얼마나 고마워요. 안 그래요?" 그녀의 감사 인사말에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아무튼 먹어야 힘을 써요. 몇 시까지 일하세요?"

"저녁 7시까지 해요."

"문 여는 시간은요?"

"오전 10시에 오픈해요."

"하루 9시간 줄곧 서 계시는 거잖아요. 그런데 식사를 안 하면 어떻게 견뎌요? 그러다가 손 떨려서 가위질을 제대로 하겠어요?"


우리가 얘기하는 동안에 대기의자에서 기다리던 손님이 나가는 것을 여사장이 아쉬운 듯 보고 있었다. 그 사이 또 한 사람이 가게 안으로 들어오자 그를 반갑게 맞이하는 거울 속으로 비치는 그녀의 모습에 떠오른다. '가는 시간에 아쉬움이, 오는 시간에 설렘이 있다고.'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지 않을까 싶다. 지금 헤어지기가 고통스러울 수 있어도 지내다 보면 더 좋은 사람이 다가올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전 26화설레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