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by 김곤

아침을 여는 시간은 늘 설렌다.
나의 서사가 다시 꿈틀거리기에
선물 같은 이 시간에 감사하는 이유다.




아침은 내게 특별하다. 어릴 적에는 해안가 일출을 보기 위해 달려갔던 일, 명절 때에 외할아버지 댁에 가면 새벽닭이 울기도 전에 일어나거라 이놈들아 하시던 할아버지의 새벽 알림에 눈을 뜨던 일, 학창 시절 시험 때가 되면 종로 사직동에 있는 정독(종로) 도서관에 가서 새벽줄을 만들었던 추억, 1980년대 말 일본유학 때는 방학을 이용해 새벽 알바를 했던 기억, 결혼 전에는 신선한 생선을 사서 음식을 해주시겠다는 어머니를 따라 새벽 수산시장에 갔던 일...


지금은 어떨까.

아침 산책을 나간다. 오래전에 건강을 위해 시작했던 산책은 글을 쓰면서부터 퇴고의 과정의 역할도 겸한다. 걷다 보면 온갖 언어들이 나의 머리 안에서 춤을 춘다. 서로 입맞춤을 하기고 하고 싫다고 도망가기도 한다. 가지 말라고 내가 붙잡기도 해서 다시 내 안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어느 날 참으로 오랜만에 새벽을 열었다. 코 안으로 스며오는 공기는 맑아 거리낌 없이 깊은숨을 마신다. 준비 운동을 거친 후 발걸음은 빠르게 움직이며 나의 몸을 바람에 태운다. 20년 가까이 걷기를 하면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4시간 이상을 걸어보기도 하고 출퇴근 시간을 이용하여 걷고 또 걸었다. 무릎에 이상이 와 몇 달 동안 치료를 받기도 했다. 그 후부터 무조건 걷기보다 실내 자전거로 스퀏으로 허벅지 근육을 키웠다.



해안가를 달리던 추억이 떠오른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달리고 달렸다. 해안가의 다리에 도착하면 바다를 태우며 올라오는 아침 해가 소년을 반겼다. 그때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기억에 없지만 소년을 압도하며 아침해가 건네던 설렘만이 남아있다. 처음 본 그의 모습에 소년은 감동한다. 이 세상을 다 얻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해안선 위의 그를 바라보던 소년은 이제 중년이 되어있다.


거침없던 그때로 시간을 돌릴 수는 없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데 위로가 되고 희망을 지핀다.

과거는 현재의 스승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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