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도 한결같은 마음이 좋다
오늘은 글의 주제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시간 여행을 하고자 한다. 1980년대 말의 일본과 2023년 현재, 그리고 내가 고등학교 때였던 1981년 서울이다.
1989년 일본의 지하철 안이다. 앉아있는 사람들의 손에는 대부분 책이 있다. 학생들은 만화책, 어른들은 손바닥 크기의 문고본을 들고 있다. 나도 학교 다닐 때 지하철 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이 문고본을 읽으며 보냈다.
이번에는 2023년 서울 지하철 안이다. 사람들의 겉모습은 천태만상이나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대부분 같은데, 바로 핸드폰이다. 모양은 같은데 사람들이 사용하는 모습은 제각각이어서 유튜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소리 나게 듣는 사람, 소리 내어 통화하는 이, 사람들이 미어터져 몸들이 이리저리 너울대는데 시선은 핸드폰 액정화면에 고정되어 있는 이, 손가락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 유튜브 화면에 열중인 이 등 다양하다. 우리 각자의 생각과 삶이 제각각이듯이.
다시 1989년 일본이다. 도쿄의 한 지하철역에 열차가 도착했다. 우리도 예전에 그랬듯이 문이 열리면 내려서 역을 빠져나오려면 역입구의 개찰구에 있는 기기에 직사각형의 티켓을 넣으면 개찰구가 열리고 밖으로 나왔다.
이번에는 2023년 1월 한국의 한 지하철 역 개찰구다.
삐리리...
나의 교통카드가 읽히지 않아 머뭇거리는 사이 뒤에서 누군가 나의 등을 민다. 빨리 하라고... '내가 안 하는 것인가. 기계가 못 읽고 있는 거지. 좀 기다리라고요. 제발요. 플리즈...'하고 중얼거리며 무슨 잘못이라도 한 듯 급한 마음으로 몇 번을 시도한 끝에 무사히 빠져나온다. 휴...
그럼, 1981년 서울로 가보자. 어느 날 아침에 학교로 가는 버스 안이다. 집에서 학교까지 1시간 걸렸는데 도중에 여학생들이 많이 탔다. 내가 다니던 학교 부근에 여학교가 세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보다 한참 전에 타는 나는 늘 앉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내 근처로 오는 여학생들의 가방은 내 무릎 위에 차곡차곡 쌓였다. 버스에서 내릴 때는 그 짐을 다시 주인들에게 돌려주고 내려야 했다.
얼마 전에 내가 아내에게 말했다.
"지난번에 지하철 안에서 짐을 잔뜩 가지고 탄 여학생의 짐을 들어주고 싶었는데 차마 달라고 얘기를 못하겠더라고."
"요즘은 괜히 그러다가 오해 사."라는 아내의 말에 나는 조금 씁쓸한 마음이 들어 이렇게 물었다.
"우리 때는 당연한 것이었는데. 그렇지?"
시간은 많은 것을 바꾼다. 사람도 그렇고 자연도 고갈되며 변해간다. 그 중심에는 우리가 있다. 인간의 생각이 변하니 모든 것이 변해가는 줄 모른다. 우리 동네의 대형 마트에 가면 그곳 매장 안에는 안경점이 두 곳이 있다. 한 곳은 오래전부터 있었고 우리 가족이 자주 이용했다. 다른 한 곳은 얼마 전에 새로 문을 열었다. 한번은 새 매장이 오픈기념으로 다초점 렌즈를 싸게 판매해서 이용했다. 가격이 좋고 사장도 친절해서 그 후로 몇 차례 방문했다. 그런데 마트 안에서든 밖에서든 마주치면 예전부터 늘 웃는 모습으로 인사를 나누었던 기존 안경점의 젊은 사장이(이 매장은 사장이 두 명이다.) 어느 날부터 나를 못 본 척하고 지나치기 시작했다. '새 매장에서 내가 안경을 사는 모습을 본 것일까?'라고 생각해보기도 했는데, 얼마 전에는 나이가 있는 사장과 인사를 나누고 젊은 그 사장이 생각났다. 그리고 아내에게 "장사하는 사람들이 한결같아야지. 자주 갔던 손님이 뜸하다고 그 마음이 동전 뒤집듯 하면 좀 그렇지 않아? 다시 갈 수도 있는데..."라고 내가 말했더니 "사람 마음이 다 그렇지 뭐."라고 아내가 말했다.
회사에서도 비슷한 일을 겪을 때가 있다. 일손이 바빠 도움을 청할 때는 미소로 다가오지만 볼 일이 끝나면 본성을 드러내는 사람이 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부탁을 했는데 거절하면 등을 돌리는 경우도 있다. 형제는 안 그런가?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형제간에 부모의 유산 다툼으로 등을 진 사람도 있었다. 마음보다 자신의 이익이 앞서면 그렇다. 그런 만남은 항상 사이다 같이 혹은 500cc 잔에 갓 따른 맥주 위에 이는 거품처럼 빨리 식는다.
이처럼 세상 만물 중에 가장 잘 변하는 것 중 하나를 꼽으라면 사람의 마음일 것이다. 인간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는 격언도 있다. 어제는 설 명절이었다. 설이라는 시간은 그대로이지만 그 모습은 다양하게 변해가고 있다. 대도시에서는 많은 친척들이 옹기종기 모여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세배도 하고 떡국도 먹는 모습은 이제 옛이야기가 되어 가고 있다.
각자의 삶에서 한결같은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그것이 바로 당신의 따뜻한 마음이라면 어떨까? 그런 마음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안 식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