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지금이 보석 같은 시간입니다
가족의 소중함
저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지 세월이 조금 지났습니다. 결혼을 한 지는 20년이 넘었고 장인장모님을 모시며 산 지는 이제 10년이 지나갑니다. 두 분과 같이 살면서 불편함도 있지만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었습니다. 고운 정보다 더 끈적한 것이 미운 정이라는 것은 세월 좀 보낸 분들은 아실 겁니다. 장모님과는 결혼 전부터도 친했지만 같이 살고부터 미운 정도 들면서 사이는 더 돈독해졌습니다. 장모님은 2년 전 고관절 수술을 하시고 우리 부부의 손이 많이 가는데, 둘은 식성이 비슷해 같이 집 근처 식당을 자주 갑니다.
그런데, 작년에 집 앞 메밀돈가스 전문점이 문을 닫았습니다. 사장님은 무뚝뚝했지만 맛이 괜찮고 질 좋은 제주산 돼지고기를 사용해서 믿고 먹을 수 있어 장모님이 좋아하셨던 식당이었습니다.
"음식 재료가 좋고 맛이 있었는데 많이 아쉬워"
"그러게요. 없으니 아쉽기는 하네요. 제가 어디로 옮겼는지 알아볼게요"
곁에 있을 때 그 소중함을 모르다가 없으면 아쉬운 것은 사람도 매 한 가지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 안 되지만, 가끔 안부 차 오는 자식보다 늘 곁에서 챙기는 자식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 부모도 있는 것 같습니다. 작년에 아내가 풀었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아내의 지인 분이 하루는 "내가 아는 분은 혼자 아버지를 보시고 사는데, 결혼해 사는 동생이 오면 이것저것 챙겨주시면서 정작 삼시세끼 정성스레 챙기며 모시고 사는 자기한테는 맛있는 음식이 있어도 당신 혼자 다 드시고 일언반구도 없으시다고 하면서, 그럴 때는 화가 나고 섭섭한 것을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라고 아내에게 답답함을 얘기했다고 합니다.
장모님을 모시고 아내와 커피숍에 갔을 때입니다. 고관절 수술로 처이모가 병원에 입원해 계셔서 걱정이 되었는지 아내가 안부전화를 하고 장모님에게 핸드폰을 넘겼는데, 장모님이 굳은 얼굴 표정을 하시며 전화를 끊으셨습니다. 내가 무슨 일이냐고 여쭈었더니 "미국에 사는 사촌동생분이 교통사고로 갈비뼈가 부러지고 고관절이 다쳐 병원에 입원했대"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지금, 바로 제 앞에 소중한 사람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앉아있습니다. 저는 코로나로 인한 예기치 못한 입원과 휴직을 했었습니다만, 몸이 불편한 장모님을 보살필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었습니다. 가족과 같이 있는 시간의 고무줄이 길어진 것은 행복의 물줄기요, 감사의 물방울들을 매일 한 모금씩 마실 수 있는 보석 같은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