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소중한 것

by 김곤

장인장모님을 모시고 산다고 하면 이렇게 대화가 이어진다.


"와, 대단하시네요.?"

"별말씀을요."


"얼마나 되셨는데요?"

"이제 십 년이 넘어갑니다."


나는 몸이 불편한 장인장모님을 모시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인데 그렇지 않은 반응을 볼 때는 씁쓸한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 의도치 않게 어느새 자랑거리가 될 때가 있다. 그때마다 잊지 않는 게 있다.


바로 '겸손'이라는 단어다.



"우리 봉사자는 한때 몸이 안 좋았었는데 어느 날 이 모임의 봉사를 좀 하는 것이 어떠냐고 문의가 와서 고민하다가 하게 되었대. 그랬더니 여기저기 다른 봉사단체의 요청에 지금은 아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하더라고"

아내가 최근에 내게 해 준 말이다.


그러면서,

"나도 이번 모임의 제안을 선뜻 수락한 것은 잘한 거 같아. 그렇지 않았으면 오늘 같이 화창한 날 소풍 갈 일도 없었겠지?"라고 했다. 아마 얼마 전에 성당 모임에서 야외에 갔던 일이 좋았던 모양이다.


한 번 터지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아내의 주절주절은 이어졌다.

"우리 며칠 전에 결혼기념일이었잖아. 기념 케이크를 프사에 올렸더니 여러분들로부터 축하한다는 카톡이 오더라고. 이 모임에 참여를 안 했으면 이 분들로부터 축하 메시지를 받는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야. 안 그래?"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모임이나 회사 등에서 "이번에 이것 한번 해보실래요?" 하면 부담스러워 가장자리로 꽁무니를 빼는 경우가 많다. 본인이 중심부에 있을 능력이 되는데도 그렇게 한다.


그런 모습을 우리는 "저 사람은 겸손해서 남 앞에 나서길 좋아하지 않아"라고 했다. 전통적인 겸손은 그랬다.


하지만,

겸손이 지나치면 때론 회피의 모습으로 둔갑한다.


그래서,

겸손은 더하지도 빼지도 않는 내면의 존재 그대로의 모습을 두려움 없이 드러내는 강한 힘이어야 한다. 중심부이건 주변부이건 깜냥대로 자신의 에너지를 발산하면 된다.

우주의 에너지는 받고자 하는 사람에게로 움직이는 것 같아.

그날 내가 아내에게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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