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콧노래

by 김곤

얼마만인가. 딸이 욕실에서 콧노래를 다시 부르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대학 졸업 때까지 이어왔던 그녀의 노랫소리다. 그녀가 어릴 적 내가 정성스럽게 머리를 감길 때도 멈추지 않았던 그 콧노래다.



지금껏 시험에 떨어져 본 경험이 없었던 그녀가 최근에 처음으로 쓴 맛을 보고 난 후 일어난 변화가 있다. 콧노래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 욕실에서도 방에서도 사라졌던 그 노랫소리가 들리고 있다. 반가운 순간이었다. 아내와 난 소리 없는 함박웃음으로 서로의 얼굴을 마주했다. 옆에 있던 장모님이 그 소리를 듣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애가 오늘 기분이 좋은가 보다. 오랜만에 노래를 한다. ㅎㅎ 나는 우리 손녀의 저런 모습이 너무 예쁘다."

아내가 장모님의 말씀에 이렇게 말했다.

"그러게. 오랜만에 집이 밝아지네. ㅎㅎ"


그리고 난 후에 아내가 이렇게 내게 말했다.

"부모의 덕목 중에 인내의 비중이 큰 거 같아"

"맞아.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해서 우리도 고생이지만 기다리고 또 기다려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인 거 같아."

내가 말했다.



자녀가 힘들어할 때 부모는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한다. 인내는 부모의 덕목인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장작개비가 가슴을 파고들듯이 아프지만 본인은 오죽했겠는가. 힘들어하는 딸의 모습을 그저 바라보던 나는 아내에게 "우리 딸이 욕실과 방에서 흥얼거리는 소리를 언제쯤 다시 들을 수 있을까?"라고 말했었다. 그러한 아빠의 가슴 깊은 곳에서 울리는 바람이 파장을 일으켜 딸에게 전달이나 된 것일까. 오늘 딸의 노랫소리가 녀석의 머리에 품어대는 드라이기 소리와 하모니를 이룬다. 그녀의 방문 틈 사이로 흘러나온 흥얼대는 노래 소리가 장모님과 함께 있던 거실로 스며든다. 잠시 후다. 3세대가 사는 거실에는 온통 따스한 온기로 가득했다. 이런 것도 부모님을 모시고 살면서 누리는 행복한 순간이 아닌가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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