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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곤 Feb 10. 2024

오늘의 소중함

장모님의 염소진액이 좋다고 드시더니 사단이 일었다. 자궁에서 피가 난 것이다. 고단백 식품은 몸에 좋지 않다고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고관절 수술 전까지는 평소 건강을 위해 산책도 하셨지만 그 후로는 운동보다 건강식품에 눈이 많이 가시는 장모님과 며칠 전에 아래와 같은 대화를 했었다.


"납골묘도 다 의미가 없어. 내가 죽으면 경치 좋은 산 같은 곳에 가서 뿌리면 돼."

"에이, 어머니 그래도 그것은 아니네요. 그래도 돌아가시면 저희들이 가서 뵐 곳에 계셔야죠'

"아니야, 마음속에 남아있으면 되는 거지, 아무 소용없더라고."


그러면서 장모님은 살아있을 때 잘 지내야 한다고 하시고, 당신 부모님의 산소에 자주 못 가지만 항상 마음속에서 생각을 한다고 하셨다. 우리도 그렇게 생각해 주면 되는 것이라고 하시면서. 



한참 전, 한 방송에서 지방의 한 호스피스 병원에서 병자들과 일생은 보내시는 한 수녀님이 환자들이 세상을 떠나고 그가 우리들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것이 부활의 의미가 있다고 얘기한 장면이 떠오른다.



오늘은 설명절이다. 어제 나는 부모님의 유골이 모셔져 있는 서울의 한 성당을 찾았다. 그러나 그곳도 명절휴무로 문이 닫혀있었다. 구정 때는 운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깜박하고 찾았던 나는 아쉬움 속에 발걸음을 돌렸다. 부모님의 생전 모습을 떠올리며 나 자신을 뒤돌아보기도 하는 시간을 갖는 이맘때. 평소 나는 부모님을 얼마나 생각하며 살아가는가라는 질문을 해본다. 애틋했다면 했던 대로 그렇지 않았으면 안 했던 대로 다 의미가 있기에.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기도 하니까.


오늘, 지금, 이 시간의 소중함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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