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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엽 May 29. 2023

편하게 생각하고 말하라고?

과연 진짜 그럴까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대화를 하는 도중에 이런 말을 가끔 듣습니다.


"괜찮아. 편하게 생각하고 마음껏 말해. 난 모든 것을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어."


글쎄 그럴까요. 


며느리가 시어머니와 대화 도중 이런 말을 액면 그대로 믿고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으면 큰 사단이 납니다. 그렇다고 미리 경계하여 서로 벽을 치라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회사에서도 사장과 대화의 시간 같은 경우도, 군에서 지휘관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할 기회도, 상하 관계가 아닌 동등한 수평적 관계에서도 그렇게 편한 마음으로 말해도 된다고 할 때, 자신의 생각을 쉽사리 털어놓으면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당장은 우호적인 관계로 별일이 없더라도 훗날 사이라도 털어지는 경우 큰 재앙이 되기도 하지요.


적절한 선에서 상대와 거리를 두고 대화를 하는 것도 때로는 필요합니다. 가끔은 허리띠를 풀어놓고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모여 술이라도 마시는 경우에도 편한 자리라 믿고 슬쩍 한 마디를 던졌는데, 상대방은 술에 만취되어 있다 하더라고 자신에 대한 비난, 험담은 기가차게 알아차립니다. 그때부터는 웃고 있어도 웃는 것이 아니지요. 시간이 지나도 앙금이 잘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상대방이 편하게 말하라고 해도 한번쯤은 고민하고 말하세요. 진짜 이 이야기를 해도 괜찮을까. 혹시라도 당사자 귀에 돌아 돌아 들어가도 상관없을까 깊이 고민 고민하여 말해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애초에 그런 말을 꺼내지 않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편하게 말하라는 그 말 속에는 누군가에 대한 좋지 않은 말이 전제되어 있지요. 사람들이 웬만한 말은 잘 잊어 버리는데 어느 자리에서 자기를 험담했다는 말을 들으면 그때부터 아주 심각한 상황이 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누가 편하게 생각하고 부담없이 말하라고 하더라도 절대 가볍게 내 생각을 털어놓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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