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에 그러니까 우리 신혼 때 이야기입니다. 대구 집안에 일이 있어 아내랑 함께 가면 아내랑 다른 사람들과 묘한 분위기가 감지되더군요. 뭔가 웃으면서 대화를 하긴 하는데 어딘지 모르게 날이 선 말들이 오고가는 듯하였습니다. 여동생도 형수님 편을 드는 것 같았고, 형님네 조카도 그런 분위기에 편승하는 듯했습니다. 시촌들도 적극적을 나서진 않아지만 말하는 폼은 그들과 비슷했지요.
언젠가 대구 형님이 우리집에 와서 보니 제가 아내를 도와 큰아이 기저귀를 빨래한 것을 보고 많이 놀랐던 모양입니다. 당시 형님은 전혀 그런 일을 하지 않았지요. 그러면 그렇게 본 것으로 끝냈어야 하는데 그걸 대구에 가서 형수님과 여동생한테 일러 바쳤습니다. 그러니까 다시 모인 자리에서 형수님과 여동생 그리고 사촌들이 제 아내에게 한 소리 했겠죠. 제가 기저귀를 빨래하고 개는 것이 낯설었던 것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아내를 놓고 다른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은 좀 그랬지요. 그래서 제가 말했습니다.
"내가 우리 아이 똥기저귀를 빨고 개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가 안 되네. 우리집 큰아~가 이뻐서 기저귀 빨고, 집사람 힘든 것 같아서 도와주는데 웬 말들이 많을까. 아니 내가 좋다는데, 왜 다른 사람이 감나라 배나라 하는 건지. 왜 그런 쓸데없는 간섭하는공? 앞으로 우리 집사람한테 그런 말 하지 말기를 부탁해요. 나랑 결혼했지 다른 사람하고 결혼한 것도 아니고, 내가 다른 사람한테 시키는 것도 아닌데 왜 간섭하지?"
아마도 제가 아내한테 잡혀 산다고 수근댔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제가 또 한 마디 보탰습니다.
"난 집사람이 좋아서 결혼했다. 내가 잡혀 산다고 해도 그건 내 몫이고 우리 부부 문제다. 아이 똥기저귀 빨래한다고 잡혀 산다고 하면 난 집사람한테 잡혀 살겠다. 다시는 이런 말 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아내와 집안의 다른 사람 관계는 데면데면합니다. 지금도 그렇게 편안하고 넉넉한 분위기는 아닙니다. 저도 아내에게 어떻게 하라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은 집안 형제들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우리집 3남매가 최고다. 그러니 저 3남매를 챙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 다른 것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아내 편들어주려고 결심했습니다. 아내에게 물어보면 저를 꼭 좋게 평가하지만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가급적 아내 편을 들어주려 하였습니다. 맹목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