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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엽 Jun 06. 2023

하자(瑕疵)의 유래를 아십니까.

자신의 목숨을 걸고 당당한 외교를 펼쳐 국격을 드높인 인상여(藺相如) !

하자(瑕疵)의 유래를 아십니까.      

하자는 ‘어떤 사물이나 일에서 잘못되거나 불완전한 부분’을 뜻하는 말로 흔히, ‘흠’ 또는 ‘흠결’이란 말로 많이 쓰이지요. 중국 고대 춘추전국시대 조(趙)나라 탁월한 관리였던 인상여(藺相如)의 행적에서 등장하는 말입니다. 여기에 완벽(完璧)하다는 ‘완벽’이란 말도 함께 등장합니다.      



조나라 조혜문왕이 총애하는 환관 중에 무현(缪賢)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무현의 벼슬은 환자령(宦者令)으로 환관을 관리, 감독하는 우두머리였지요. 그래서 무현이 비록 환관이지만 그의 세력과 재산은 여느 고관대작에 못지 않았습니다. 인상여가 환자령 무현의 식객이었습니다. 당시 양사(養士) 풍조가 많아서 벼슬은 아직 못하고 있지만 능력이 뛰어난 인물들을 데리고 있었던 것이지요.      


어느 날 누군가가 무현을 찾아와 둥근 모양의 벽옥을 거액을 주고 팔고 갑니다. 무현이 그 옥을 찬찬히 살펴 보니 예사 옥이 아니어 옥공(玉工)에게 감정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그 당시 유명했던 화씨지벽(和氏之璧)임을 알게 됩니다. 그 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천하의 벽옥이 무현의 손에 들어온 것입니다.   화씨지벽은 어두운 곳에 가면 스스로 빛을 내어 주위를 밝게 해주었고 겨울에는 따뜻한 온기를 뿜어내고 여름에는 서늘한 냉기를 뿜어내는 굉장한 물건이었었습니다.     

     

화씨지벽은 또 무엇인지 살펴 볼까요.  

    

화씨(和氏)는 최초에 옥을 발견한 변화의 이름에서 유래했습니다. 벽(璧)이란 가운데에 구멍이 있는 옥을 말하는데, 여러 나라에서 탐을 내며 손을 거치다가 후당(後唐) 시대를 지나면서 현재는 행방이 묘연한 상태가 됩니다. 초나라의 변화(卞和)라는 이가 진귀한 옥돌 원석을 발견합니다. 바로 왕에게 바칩니다. 왕은 세공인에게 감정을 시켰는데, 세공인이 별 가치도 없는 돌이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왕이 노해서 변화의 왼발을 잘라버립니다. 다음 왕인 우왕이 즉위하자 변화가 다시 그 옥을 바쳤는데. 이번에도 옥이 아니라는 감정을 받게 됩니다. 그러자 오른발이 잘립니다. 


다시 문왕이 즉위하자 변화가 또 옥을 바칩니다. 변화가 초산에서 사흘 밤낮을 통곡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돌을 갈라보니 과연 지금껏 본적 없이 광채가 나는 옥이 나옵니다. 진짜 옥이라는 판정을 받고 그 옥으로 천자를 계승할 때 쓰는 도장을 만듭니다. 양 발을 잘리고 나서야 진짜 옥이라고 판정받는데 그런 것이 무슨 소용인가 싶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그렇게 무현은 자신의 수중에 들어온 화씨지벽을 소중하게 간직했는데 이 소식이 조왕의 귀에 들어가고 맙니다. 이에 조왕은 무현을 불러 그 화씨지벽을 보여달라고 했지만 무현은 빼앗길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벌써 잃어 버리고 없다며 둘러대었습니다. 그렇게 조왕에게 거짓말을 하고 집에 돌아온 무현은 들통이 날까 두려워 연나라로 도망치려 했습니다. 아무리 옥이 탐나도 그렇지 군주를 속이면 어던 일이 발생할 것인가는 명약관화 불본 듯 훤한 일이지요.      


이에 인상여는 왜 무현에게 하필이면 연나라로 도망치려고 하느냐고 묻습니다. 그러자 무현은 예전에 조왕을 수행하여 연나라 왕을 만난 적이 있는데 조왕 모르게 친구가 되자고 말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연나라로 도망치면 연왕이 자신을 보호해 주지 않겠느냐는 것이지요.  

    

이 말을 들은 인상여는 무현에게    

  

“조나라에 비해 연나라는 약소국입니다. 그런데 연나라 왕이 당신과 친구가 되자고 한 이유는 당신이 조왕의 총애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연나라로 가시면 연왕은 틀림없이 조나라가 두려워 당신을 포박해 조나라고 압송할 것입니다.”라고 말했지요. 그리고 당신은 큰 죄를 지은 건 아니고 다만 화씨지벽이 아까워 그런 것이니 화씨지벽을 조왕에게 바치면서 죄를 청하면 분명히 용서해 주실 것입니다.”라고 조언해 주었습니다.      

이에 무현은 인상여의 말대로 조나라 왕에게 화씨지벽을 바치며 용서를 구해 무사하게 넘어갑니다. 그런데 이 화씨지벽을 탐내는 사람이 또 있었으니 바로 이웃나라 강대국 진(秦)나라 소양왕이었습니다. 진소왕이라고도 합니다. 진소왕이 화씨지벽이 조왕에 있다는 걸 알고 조나라에 제안을 합니다. 화씨지벽을 진나라 성 15개와 바꾸자고 말입니다. 진소왕이 성 15개를 줄 리가 없었지만 강대국의 요구를 거절할 수도 없어서 상당히 골치 아프게 생겼습니다.   

    

이때 무현은 뛰어난 지혜로 자신을 구해주었던 인상여를 조왕에 천거합니다 조나라 왕을 만나 인상여는 

“진나라는 강하고 조나라는 약하니 화씨지벽을 진나라에 줘야 합니다. 화씨지벽을 주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허물이 있고 주고 나서 성을 주지 않는다면 허물은 진나라에 있으니 화씨지벽을 주고 허물을 진나라에 있게 해야 합니다.”라고 말합니다.  

    

그 말을 듣고 조왕이 진나라로 갈 사신을 뽑으려 했지만 아무로 지원하지 않았지요. 화씨지벽은 빼앗기고 성 15개는 결코 받지 못할 것임을 알았겠지요. 게다가 자칫하면 외교상 문제가 발생하여 목숨까지 잃을 수가 있으니까요. 이에 인상여는   

   

“제가 사신으로 다녀오겠습니다. 15개 성이 조나라에 들어온다면 마땅히 화씨지벽을 소양왕에게 주고 오겠지만 성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화씨지벽을 온전하게 보전해서 조나라에 돌아오게 하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臣請完璧歸趙     


이때 인상여가 했던 말 ‘완벽귀조(完璧歸朝)’였는데 여기에서 완벽이란 고사가 만들어집니다. 그렇게 진나라로 들어간 인상여는 소양왕에게 화씨지벽을 바쳤지만 진소왕은 성 15개에 대한 언급은 일절 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에 화씨지벽을 이리 저리 살펴보고 좋아하면서 후궁들과 신하들에게 자랑합니다. 이에 인상여는 소양왕이 성을 내줄 생각이 추호도 없음을 감지합니다. 그래서 소양왕에게 

    

“화씨지벽에는 작은 흠[瑕疵]이 있습니다. 제가 어딘지 알려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면서 화씨지벽을 돌려 받습니다. 왕이 구슬을 건네주자, 인상여는 구슬을 손에 쥐고 뒤로 물러나서 기둥을 등지고 일어나 노한 얼굴로 진나라 왕을 꾸짖었는데, 그때 인상여는 머리카락이 곤두서면서 갓이 벗어질 정도였습니다. 

     

                                                                          怒髮上衝冠     


 "진나라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왕께서 기어이 신을 협박하여 벽옥을 빼앗아 가시겠다면, 저의 머리는 지금 이 벽옥과 함께 기둥에 부딪쳐서 부서질 것입니다 "


그러자 화씨지벽이 깨져버릴까 겁이 난 소양왕은 얼른 지도를 가져와 성 15개를 가리키며 성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인상여는      


“조나라 왕께서는 대국 진나라에 공경을 다하고자 5일 동안 목욕재계를 하고 신에게 벽옥과 국서를 보내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소양왕께선 마땅히 5일 동안 목욕재계를 하고 자신을 구빈의 예로 대해주십시오.”라고 하는 것이었지요.     


여기서 말하는 구빈(九賓)의 예란 임금이 예의를 갖추어 맞이해야 할 점잖은 아홉 손님을 말하는데, 공(公), 후(侯), 백(伯), 자(子), 남(男), 고(孤), 경(卿), 대부(大夫), 사(士)를 이르는 말입니다. 조선시대에는 삼정승에 다음가는 아홉 고관직. 의정부의 좌우참찬(左右參贊), 육조 판서(六曹判書), 한성부 판윤(漢城府判尹)을 이른다고 합니다. 구빈의 예를 갖추란 말은 최고의 높은 예로 대해달라는 요구혔지요.

      

그러자 소양왕은 마지못해 인상여를 화씨지벽과 함께 숙소로 돌려보냅니다. 화씨지벽을 다시 손에 놓으려는 조바심이 컸습니다. 그런데 인상여는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종자를 시켜 은밀히 화씨지벽을 조나라로 돌려 보내 버립니다. 화씨지벽의 벽을 흠이 없이 조국에 돌려 보냈지요. 조나라를 떠나올 때 완벽하게 귀국하겠다는 약속 중 완벽만 지켰고, 자신의 생사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지요. 

     

5일 후 목욕재계를 마친 소양왕은 인상여를 구빈의 예로 맞이했는데, 인상여가


“역대 진왕들은 지금껏 한번도 약속을 제대로 지킨 적이 없어서 일단 화씨지벽을 다시 조나라로 돌려 보냈나이다. 15개 성을 먼저 넘겨 주신다면 즉시 화씨지벽을 진나라로 보낼 것입니다. 제가 대왕을 속인 죄는 죽어 마땅하니 팽형(烹刑)에 처해주십시오.”라는 것이었습니다. 팽형 즉 ‘삶아 죽이는 형벌로 죽음을 각오한 인상여의 결연한 대답에 진나라 대신들이 깜짝 놀랍니다. 인상여를 당장 쳐 죽여야 한다고 소리를 질렀지요. 하지만 당시 진나라의 재상이던 범수가 인상여를 죽이면 천하의 인심을 잃을 것이라며 진소왕과 대신들을 말립니다. 그렇게 인상여도 무사히 귀국합니다.   화씨지벽에 대한 양국의 문제는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하지만 인상여 때문에 자존심을 구긴 소양왕은 진나라의 막강한 힘을 이용해 조나라의 기를 꺾어 놓을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요. 

    

인상여라는 인물을 독자 여러분들이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자료에서 찾아보면 상당히 훌륭한 인물임을 아시게 될 것입니다. 다음 기회에 인상여에 얽힌 부형청죄(負荊請罪), 문경지교(刎頸之交)를 놓고 또 소개하겠습니다. 앞에서 잠깐 언급한 당대 명장(名將) 염파(廉頗)도 함께 등장합니다. 인상여와 염파라는 문무(文武)의 걸출한 인물들이 있어서 당시 조(趙)나라는 강국 진(秦)나라도 함부로 침략하지 못합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이 정도 관리들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 저의 소박한 소망일지 모르겠습니다. 당당한 외교관과 충성심 가득한 장군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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