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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엽 Jun 26. 2023

잘 생겼다. 연예인 스타일인데

Praise makes the whale dance.

대안학교 출근하자마자 교실에 미리 들어갔습니다. 아이들의 등교 시간이  들쑥날쑥하기에 출석도 불규칙적이지요. 모두들 습관이 되어 그러려니 하면서 아이들 얼굴 하나 하나 살펴 봅니다. 3학년 교실에 들어가니 결석자가 꽤 보이네요. 그래도 출석한 학생들 얼굴을 보면서 한 마디씩 칭찬해 주었습니다. 학교에 일찍 왔네. 오느라 고생했네. 지난 번 기말 고사 잘 쳤던데. 오늘 얼굴이 좋은 걸 보니 요즘 무슨 좋은 일이 있었나 보구나. 오호 키가 꽤 커졌네. 잘 먹는가 봐. 요즘 부모님께 잘 해드린다며. 등등 아이들 한 명씩 돌아가며 관심을 기울이고 칭찬해 주니 아이들 표정이 급 환해집니다. 제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해 왔습니다. 젊은 선생님들은 담임을 맡아 아이들 휴대폰에 등교를 독려하는 전화를 하고 설득하기에 힘든 시간을 보내지만 저로선 아이들에게 편안한 상담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였지요. 


어떨 때는 젊은 선생님들께서 퇴근 후 전화를 걸어와 자신의 현재 생활에 대해 고민을 털어놓곤 합니다. 그들의 고민을 충분히 들어주면서 혹시나 해결책이 있으면 함께 모색하지요. 그런데 상당수 고민은 전화 통화만으로 해결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젊은 선생님들이 저에게 많이 의지하는 것 같습니다. 가끔은 그분들을 모시고 나가 비싸지 않은 식사도 대접하고, 커피도 사드리면서 삶의 애로를 들어주기도 하지요. 학교 관계자도 저를 통해 젊은 선생님들의 근무 상황을 파악하고 도움을 요청하곤 합니다. 제 입장에선 전담 교사도 아니고 그저 시간강사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젊은 선생님들이나 학교 당국에 힘이 되어 드리려 노력하지요. 퇴직 후 이런 기회를 가지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행운지이요. 



요즘엔 아이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줍니다. 3학년 학생 중에 제일 앞에 앉은 아이가 홍콩 영화배우 누구를 닮았던 것 같은데, 곽부성인가도 싶고 장국영인가도 싶네요. 참 인상이 좋았습니다. 주윤발 급까지는 아니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그 아이에게 한 마디 건넸습니다. 


"야~야, 니 정말 잘 생겼다. 여기 있긴 아까운데, 연예게 쪽으로 나가도 되겠네. 얼굴도 잘 생겼고, 키도 상당히 큰데다가 음성도 나지막하고 부드러워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겠는걸. 서울에 가서 어디 오디션이라도 해보지 그래."


그러자 그 아이가,


"감사합니다. 아직 오디션 같은 것은 본 적이 없습니다. 연기 연습을 몇 개월인가 한 적은 있습니다. 이렇게 칭찬해 주셔서 진짜 감사합니다.


아이의 표정이 환합니다. 안 그래도 인상이 좋은 아이인데 웃으니 더욱 보기 좋으네요. 다른 선생님들 말씀을 들으니 그 아이 집안에 교육자가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아이의 말투가 첨 여유롭고 넉넉하면서 느긋합니다. 잔잔한 미소도 일품입니다. 잘 생긴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키도 훤칠하니 참 보기 좋습니다. 아이가 갑자기 수학 공부를 합니다. 이전부터 해오던 공부인데 제 칭찬을 들으니 공부할 생각이 더 많이 생긴다고 하면서 살짝 미소를 보여 줍니다. 


우리 아이들 장래에 어떻게 성장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학생 자신도 알 수 없는 일이 그들의 미래 삶입니다. 우린들 학창 시절 지금의 이 현실을 제대로 예상했을까요. 그냥 그리 그리 살다가 보니 여기까지 온 것이지요. 우리 아이들 일반 학교에 적응을 하지 못해 여기 온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의 삶 전체가 부적응자는 결코 아니지요. 사람은 누구나 한 가지 이상 재주는 타고 나는 법입니다. 교육의 educate는 뽑아내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아이들 잠재 능력을 어떻게든 발현시켜 주는 것이 교육이 아니던가요. 그런 방법 중에 칭찬과 격려가 최고입니다. 하긴 어른들도 칭찬을 얼마나 좋아하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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