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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엽 Jun 29. 2023

저도 많이 힘들어요

어느 후배가 전화로 이런 저런 애로를 말하면서 어찌하면 좋을지 상담을 요청하였습니다. 저도 성심성의껏 대답했지만, 후배의 마음에 다 차지는 않았던가 봅니다. 이제 30대 초입의 젊은 직원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후배는 그 공간에서 상당한 경력을 갖춘 사람입니다. 후배도 중간 입장에서 난처했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최근에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고 합니다. 전형적인 과로에 스트레스였지요. 제 입장에선 후배의 편에 서서 그냥 그의 말을 들어줄 뿐이지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형님, 있잖아요. 젊은 친구가 출근하자마자 책상에 엎드려 잠자기에 한번 살짝 지나가는 말로 주의를 주었는데, 아주 불쾌해 하대요. 피곤해서 잠깐 엎드릴 수 있지, 뭐 그런 거까지 간섭하느냐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들으니 제가 뭔가 잘못 되었나 싶어서 회의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는 둘 사이가 서먹서먹해졌습니다. 제가 먼저 나서서 화해를 해야 하나 생각하다가도 괘씸한 생각이 먼저 들어서 그냥 두었습니다. 그것뿐만 아닙니다."


자신에게 아무런 말도 않고 그냥 관리자에게 가서 중요한 내용을 말한 적도 있답니다. 후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현직에서 벗어난 것이 정말 다행이구나 싶었습니다. 솔직한 제 심정으로 그런 신임의 직원을 만났으면 저 또한 이 후배보다 훨씬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 같았거든요. 통화 중에 후배를 달래고 위로하는 말만 계속했습니다. 어떻게 하라는 말은 한 마디도 못했습니다. 후배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그렇게 통화를 끝냈지요.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게 생각합니다. 자신은 젊은 날 정말 성실하게 근무했다고, 요즘 젊은 세대들은 정말 세상을 잘 몰라. 남의 돈을 받고 일하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를 잘 몰라. 요즘 젊은 이들은 참 문제가 많아. 등등. 하지만 우리들 스스로 인정하고 싶진 않겠지만 저를 비롯한 기성 세대들도 하나 하나 추적해 보면 지금 젊은 세대들이 하는 행동을 그대로 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제 현직 시절을 가끔씩 떠올려 봅니다. 갈등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저의 경우는 비교적 무난하게 보낸 것 같습니다. 함께 근무하는 동료들을 잘 만난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직업은 그래도 일반 회사와 달리 치열한 경쟁은 적은 편이라 갈등이 비교적 적은 편인 것 같습니다. 물론 사람들 생각이 달라 그렇지 않게 보는 사람도 있겠지요. 어쨌든 제 현직 때는 그래도 점심 시간 자투리 시간에 휴게실에 둘러앉아 커피를 함께 마시며 담소하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그러면 후배들이나 동료들 무슨 이야기를 하나 하고 구경하기도 했지요. 지금도 그때 동료나 후배들을 만나면 그 시절 에피소드를 즐겁게 들려주더군요. 


그래서 서로 서로 존중하여 너그럽게 받아들이면 웬만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 후배의 마지막 말이 짠합니다 


"형님, 저도 요새 많이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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