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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엽 Jul 01. 2023

천금매골(千金買骨)

천금을 들여 천리마의 뼈를 산다

  2022. 9. 24. 19:45 

천금을 들여(千金) 천리마의 뼈를 산다(買骨)을 산다는 뜻이다. 천금을 들여 천리마라는 명마를 사는 것이 아니라 아무 쓸데가 없는 죽은 천리마의 뼈를 산다니 이해가 잘 안될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자본주의 체제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경제적 효용가치가 전혀 없는 그런 것에 거금의 비용을 지불한다는 것이 과연 타당키나 한가. 그런데 이 한자성어에는 신뢰(信賴)의 위력이 얼마나 큰가를 반영하고 있다. 



중국 고대 전국시대(戰國時代)때 제법 강성했던 연(燕)나라는 쾌왕(噲王)때 고관들의 농단으로 이웃 제(齊)나라의 침략을 받고 백성들이 큰 고통을 겪었다. 소왕(昭王)이 즉위한 뒤 잃었던 땅을 찾고 도탄에서 구하기 위해 인재를 찾는 공고를 냈다. 별 성과가 없자 소왕은 태자 때 의지했던 곽외(郭隗)에 부탁했다. 곽외는 옛날 어느 나라의 왕이 천금을 내걸고 천리마를 구하려 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조금 빗나가는 이야기기지만, 여기 나오는 연왕 쾌는 상국 자지(子之)에게 왕위를 넘겨주는 참으로 어리석은 짓을 한다. 즉 신하들의 간언을 듣고 요순堯舜의 선위를 모방하여 어설프게 자지에 왕위를 주어 나라가 어지러워지게 되는 것 말이다. 연로해진 연왕 쾌는 아예 왕위를 자지에게 넘겼는데, 조정 일을 볼 때, 자지를 남면(南面)하는 왕의 위치에 앉아서 국사를 다스리게 하고, 연왕 쾌 자신은 반대로 자지가 앉았던 신하의 자리에 앉는다. 이렇게 3년이 흐르자, 엄청난 국정 혼란을 야기하게 된다. 이에 연나라 태자 평(平)은 장군 시피(市被)와 함께 군사를 일으켜 자지를 쫓아내고 자신은 즉위하여 연소왕이 된다. 그 과정에서 어리석은 연왕 쾌의 어리석음으로 불필요한 국정 혼란을 초래하고 국력을 소비하게 된다.  



부왕 쾌에 비해 연소왕은 인재의 중요성을 인식한 군주였고, 신하 곽외는 연왕 쾌의 신하인 자지보다 훌륭했다. 곽외의 말을 더 들어보기로 하자. 천금을 걸고 천하의 명마인 천리마를 구했지만, 시간만 흘렀다. 3년 쯤 지났을까. 그때 관리가 들어와 천리마의 뼈를 가져왔다. 그것도 오백 금을 주고 샀다고 한다. 참으로 기가 찰 일이었다. 죽은 천리마의 뼈가 무슨 소용인가. 그런데 관리의 대답이 뜻밖이었다. 


”죽은 말도 오백 금으로 사는데 산 말이라면 오죽하겠습니까?”


                        死馬且買之五百金 況生馬乎 



그말을 듣고 연소왕도 수긍한다. 그렇게 오백 금에 관한 소문이 나자 과연 천리마를 가진 사람이 나타나기 시작하여 세 마리나 구할 수 있었다. 곽외의 의도는 이랬다. 죽은 말뼈에도 거금을 준다고 하여 세상 사람들의 믿음을 얻게 되고, 결국 천리마를 구할 수 있게 된 것처럼 인재 초빙도 그런 믿음을 주어야 한다. 곽외의 의도를 받아들인 연소왕도 시야가 트인 인물이었다. 그 다음이 더욱 인상적이다. 곽외가 말한다. 



“이제 왕께서 어진 선비를 구하려 하신다면 저부터 시작하십시오.”


                          今王誠欲致士 先從隈始



이에 소왕은 곽외를 국사로 삼고 국정을 이끌어 나갔다. 북방에 위치하고 전국 7웅 중에서도 비교적 세력이 약했던 연나라도 한때나마 국세를 떨친다. 악의(樂毅), 추연(鄒衍), 소대(蘇代), 극신(劇辛) 등 인재들이 각국에서 모여들어 나라가 부강해진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떤 조직이나 국가든 강해지려면 무엇보다 인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로 훌륭한 인재를 많이 초빙하고 그런 인재들이 국가나 조직을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신뢰를 중어야 한다. 아울러 그런 인재들이 몰려올 수 있도록 사소한 것부터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교훈이다. 



부모들이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가볍게 약속하고, 쉽게 잊어버리면 아이들에게 믿음을 주기 어렵게 된다. 아이들이 나이가 어리다고 그런 약속을 가볍게 여기면 결국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 신뢰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사소한 약속이라도 최대한 지키려 노력하는 사람 곁에는 사람이 몰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말만 번지르르하고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하면 주위에 인재가 몰릴 수가 없다. 군주도 마찬가지다. 현대 사회의 지도자들이 새겨들을 교훈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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