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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엽 Jul 03. 2023

상대가 기분 나쁜 말을 할 때

2023. 6.11. 일요일 오후 1시 경 오이타 벳부만 고속도로 휴게소

절대로 그냥 웃으면서 대충 넘어가지 말라고 합니다. 그리고 10초 정도 그냥 상대방을 말없이 바라보기만 합니다. 그러면 상대방이 먼저


"화난 모양이네. 내가 말을 잘못 했어."라고 


대충 수습하려 합니다. 그렇지 않고 그냥 웃으면서 상대방의 고약한 말을 들으면 그냥 그렇게 해도 되는가 싶어서 다음에도 또 그런 기분 나쁜 말을 한답니다. 더 심한 말을 하는 경우도 있지요. 우리들 대부분 일상에서 그런 기분 나쁜 말을 들으면 어설픈 웃음으로 때우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벗어나 집으로 오는 길 내내 기분이 나쁩니다. 집에 와서도 상한 기분 때문에 자책을 하기까지 합니다.


"왜. 내가 그 자리에서 반박하거나 기분 나쁘다는 말을 못 했을까. 내가 그 말을 들으니 ~~~해서 기분이 몹시 나쁘다."고 하지 못 했을까. 


행여 주위 사람들의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고 어설픈 웃음을 보이며 그냥 참고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떠오르지요. 그땐 큰소리로 반박도 하지 말고, 인상도 쓸 필요 없습니다. 그냥 무표정으로 10초 정도 쳐다 보기만 해도 상대방이 먼저 꼬리를 내릴 겁니다. 설령 그 자리에서 기분 나쁜 말을 했던 상대방이 아무런 사과 표현을 하지 않을지라도 적어도 다음엔 조심하게 됩니다.




오래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모임에 온 지 꽤 된 여성 회원께서 다른 사람의 복장이나 얼굴 등에 대한 비난성 발언을 많이 하더군요. 심지어 정례회가 끝나고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바로 앞에 앉은 남성에게 


"저와 같은 과네요. 그런 얼굴로 살아가기 쉽지 않겠네요."


본인처럼 못 생겼다고 하면서 상대방을 슬쩍 조롱하는 듯한 그 발언에 같은 테이블에 앉은 분들도 불쾌할 정도였습니다. 물론 이 말만 한 것이 아니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이 부분이 나왔기에 여러 맥락이 있었겠지요. 저녁 식사 자리에서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다가 농담을 주고 받았겠지요. 요 문장만 떼놓고 보면 저간의 사정을 모른 체 파악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  난 그런 말이 아니었는데,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할 수 도 있겠지요. 어쨌든 듣는 사람이 너무나 불쾌해 한 것을 보면 전후 사정 맥락을 제대로 모른다 해도 저 발언은 상대방이 누구든 불쾌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저도 그땐 잘 몰랐는데, 그 순간엔 그 남성 회원이 씁쓰레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웃음으로 분위기를 대충 넘어갔으면 했답니다. 그런데 그 여성 분이 좀더 나갔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그 남성 회원이 그냥 꾹 참고 집으로 갔는데, 귀가하는 시간 내내 기분이 나빴다고 합니다. 밤에 잠이 오지 않을 정도였다는군요. 그 사정을 한참 뒤에 제가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현장에 있었던 것이 아니니 다음에 확인하겠노라고 하면서 그 남성회원을 달랬습니다. 


버릇은 못 고칩니다. 그 여성 회원이 이번에는 제 테이블에 와서 심한 말을 하더군요. 


"저~쪽 여자 저거 봐라. 저 옷이 뭐꼬? 저녁에 모임 왔는데 뭐 저런 거 입고 왔노? 젊은 것이 어디서 배운기고?"


제가 한 마디 하려 하는데 다른 여성 분이 단단히 매조지하더군요. 


"000씨, 그 말씀 너무 심한 거 아니예요? 제가 이런 이야기를 몇 번 들었는데, 저는 당사자는 아니지만 저분이 아시면 얼마나 기분 나쁘시겠어요? 나이를 드시면 좀 무게를 갖고 신중하게 말씀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남 얼굴이나 옷에 대해 그렇게 심하게 말씀하시면 000씨도 기분이 좋을까요? 왜 그리 배배꼬인 것처럼 말씀하시는지 저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네요. "


한바탕 싸움이 날까 걱정했는데, 정작 험담하던 그 여성 회원이 갑자기 주위 사람들 눈치를 보면서 입을 다물어 버립니다. 저도 그쯤에서 그만 두자는 식으로 적당하게 했습니다. 다행히도 더 이상 말싸움으로 커지지 않았습니다. 문제의 그 여성 회원은 그렇게 다른 분으로부터 그런 말을 듣고 나서는 한결 말조심하는 기색이 역력하더군요. 가끔은 저에게 와서 자신의 말이 그렇게도 지나쳤는가 물어보기도 했지요. 그러면 제가 


"사람들 얼굴을 놓고 그렇게 면전에서 좋지도 않은 이야기를 하면 상대방이 기분 나쁠 것 같아요. 입장 바꿔서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한다고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아마도 자신의 견해에 동조해주기를 바라고 그런 말을 했겠지만, 전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새삼 너무 지나치게 비판하는 식의 언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적당한 선에서 서로 기분이 더 상하지 않게 하려 했습니다. 


어쨌든 상대방이 기분 나쁜 말을 할 때 그냥 어설픈 웃음으로 넘기지 말고 한 10초 정도 그냥 무표정한 표정으로 그냥 쳐다보기만 하세요. 아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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