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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엽 Jul 06. 2023

아들 낳으려면

어제 어느 학교에 특강을 하려 갔다가 점심 시간에 만난 다른 강사님의 사연을 듣고 빵 터진 이야기입니다. 요즘에야 아들을 꼭 낳아야 한다는 생각이 거의 없어졌지요. 그런데 이분은 3대가 독자로 내려오면서 자신이 결혼할 때 부모님이 그렇게도 '아들' '아들' 했답니다. 큰 딸을 낳으니 부모님들의 아들에 대한 희구가 더욱 컸던 것이지요. 그래서 이분 시중 서점에 가서 '아들 낳는 법'을 찾아 보았답니다.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녹차를 많이 마시면 딸을 낳고 커피를 많이 마시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사모님께서는 이분보다 더 아들 낳는 것에 더 매달렸답니다.  한번은 출근하는데, 며칠 뒤 정한 날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일찍 퇴근해야 하고, 하루 종일 조심 조심하라고 당부하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아침부터 하루 종일 조심 조심해서 근무하고 집에 일찍 들어갔더니 세상에!


살다 살다 그렇게 진한 블랙 커피는 처음 마셨다네요. 그렇게 찐~한 블랙커피 한 잔을 원샷으로 때리고, 목욕재계를 한 다음에 부부가 합궁을 했답니다. 19금이라 사뭇 조심스럽긴 한데 들은 대로 전해드릴게요. 여자분들 중에는 배란일이 다가오면 그 흐름에 매우 예민한 사람이 있는가 합니다. 사모님이 바로 그런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날은 사모님께서 시킨 대로 타이밍도 맞춰서 "그래 바로 지금이야."하는 말을 듣고 00했답니다. 그렇게 해서 아들을 4년 만에 낳았답니다. 


그 에피소드를 듣자마자 다른 분들도 그와 비슷한 경험이 있다면서 자신도 젊은 시절에 녹차를 그렇게 많이 마셨는데 부친께서 결혼 후에는 녹차는 절대 엄금하고 커피를 장려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들을 낳았다고 합니다. 화학 성분 상 녹차보다 커피가 아들을 만들 확률이 높은 것 같다는 순전히 자의적인 판단을 전해 주십니다. 저는 지금까지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강박 관념도 없었을 뿐더러 녹차든 커피는 구분하지 않았지요. 아내 덕분에 큰아들, 딸, 막내아들 3남매가 참으로 고맙게 태어나 건강하게 자랐습니다. 


우리집에 3남매가 있는 것을 알고 그 비결이 무엇인지 묻기에 제가 그 자리에선 그냥 웃음으로 슬쩍 넘겼습니다. 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지요. 


"돌아가신 부모님과 장인 어른 그리고 장모님의 정성과 은덕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지금은 세상에 아무도 안 계시지만 우리집 아이들 3남매는 양가 부모님과 윗 조상께서 대대로 쌓은 덕(德)으로 세상에 온 것 같습니다. 이 3남매는 제 목숨 같은 아이들이라 항상 최선을 다해 그들을 도우고 싶습니다. 그것이 돌아가신 분들의 정성에 보답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집 아이들 3남매는 우애도 참으로 깊고 효성도 지극합니다. 그냥 고마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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