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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엽 Jul 10. 2023

가혹한 정치는 범보다 사납다

苛政猛於虎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는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사납다는 뜻으로, 가혹한 정치는 백성들에게 있어 호랑이에게 잡혀 먹히는 고통보다 더 무섭다는 말이다. 백성들에게 탐관오리들의 가렴주구가 호랑이보다 더 가혹하게 느껴진다는 말이니 위정자들이 새겨들어야 하는 고사성어이다.


춘추 시대(春秋時代) 말엽, 공자(孔子:B.C 551∼479)의 고국인 노(魯)나라에서는 조정의 실세(實勢)인 대부(大夫) 계손자(季孫子)의 가렴 주구(苛斂誅求)로 백성들이 몹시 시달리고 있었다. 서서히 가는 수레 위에 공자가 조용히 앉아 있었다. 공자를 중심으로 몇 사람의 제자들도 보인다. 사람의 왕래가 드문 길에 접어들었다. 태산이 한결 높이 솟아보이고 주위는 조용했다.


그때 어떤  여인의 애절한 울음소리가 들려 왔다. 일행이 발길을 멈추고 살펴보니 길가의 풀숲에 무덤 셋이 보였고, 부인은 그 앞에서 울고  있었다. 자비심이 많은  공자는 제자인 자로(子路)에게 그 연유를 알아보라고 했다. 자로가 부인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부인, 어인 일로 그렇듯 슬피 우십니까?"

부인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더니 이윽고 이렇게 대답했다.

“이곳은 정말 무서운 곳입니다. 

수년 전에 저희 시아버님이 호환(虎患)을 당하셨습니다. 그리고 작년에는 남편이 당했고,

그리고 이번에는 자식 까지 호랑이한테 잡아 먹히고 말았답니다.” 

“그러면, 왜 이곳을 떠나지 않으십니까?”

“하지만, 여기서 살면 세금을 징수당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곳을 떠나기가 어렵습니다. 나쁜 관리들에게 재물을 빼앗기는 일도 없지요."

자로에게 이 말을 전해들은 공자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잘 들 기억해 두라.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는 것을…‥."


지금 우리네 위정자들이 국민들의 고통을 제대로 알고나 있는지 참 궁금하다. 장차관을 비롯한 국가 고위직들에게 서민들의 전기세 급등 같은 고통을 실감할까 싶다.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치명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는 빈부격차의 확대는 이제 우리들의 삶에서 일상화되어 해결이 아예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사람들도 더 이상 빈부격차의 해소엔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듯하다. 그렇다면 정부 당국자들의 정책 실행 과정에서 서민들이 빈부격차 심화에 따른 상실감을 조금이라도 덜 가질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하기야 청문회나 정기 재산공개 등에서 드러난 그들의 재산 규모는 상상 이상이었다. 


TV에 나와 국민들을 입에 쉽게 올리는 국회의원들은 진짜로 국민을 생각하면서 의정에 노력을 쏟아 붇는지 궁금하다. 국민들이 겪는 고통은 그들에게 먼 산의 불처럼 여겨지지 않을까 모르겠다. 선거 유세 때는 속에 있는 간까지 다 꺼내줄 듯하다가 당선되면 목에 석고로 기브스를 만들었는지 왜 그리 뻣뻣한지 모르겠다. 오죽하면 정치가 신뢰도 최하가 되었겠는가. 최고의 학벌을 지닌 정치인들의 처신은 정말 유치하고 수준 이하를 보여 줄 때 실망감을 넘어 분노까지 치밀어 오르게 한다.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사납다. 정치는 오롯이 서민들의 고통을 보듬어 주어야 하지만 그렇게 하기는커녕 오히려 국민들을 화나게 하는 현재 정치인들이 제대로 현실을 인식하고 처신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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