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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엽 Jul 10. 2023

80년대 추억의 노래를 들으며

우연히 이순길이란 가수가 부른 노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노래는 1985년 강변가요제 동상 수상곡 "끝없는 사랑"입니다. (156) 121 이순길 끝없는 사랑 85 강변가요제 동상 - YouTube


노래는 들은 기억이 분명 있는데 가수 이름은 요번에 알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함께 부른 노래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돌이켜 보면 아련하게 떠오르는 1980년대 추억의 시공간 유년의 기억이 풍성하게 배어 있는 달성군 논공면 위천 낙동강변 수박밭 그리고 원두막에서 우리들이 무리로 모여 당시 유명했던 쉐이코 독수리 카세트로 귀기울이면서 들었던 노래입니다. 그 노래가 그냥 좋았지요. 우리들 모두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 속에 이 노래를 함께 듣고 불렀지요. 정말 다시 한번 돌아가고 싶은 그곳 그 시절입니다. 서럽도록 그리운 그때입니다.


(156) 22 85년 신인가수 어서 말을해 김용임,이순길,이진관,박영민 - YouTube


고향마을 낙동강변은 정말 스토리가 풍부한 곳입니다. 강 건너 고령군 성산면 삼대 마을이 강마을로 자리잡고 우리를 호기심으로 이끌었습니다. 조금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오실재 고개 넘어가는 길은 어린 저희들에게 그야말로 전설의 고향 배경처럼 신비한 곳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훗날 세월이 흘러 수십 년 지난 다응에 오실 마을에 들렀더니 평범한 시골 산촌에 불과하였는데, 어린 우리들에게는 그 마을이 얼마나 신비롭고 호기심 가는 곳이었는지 모릅니다. 소 꼴을 대량으로 마련하려고 경운기를 끌고 오실재 고개를 넘어가서 형과 함께 엄청나게 얽힌 칡 줄기와 잎들을 낫으로 베어 경운기에 정말 가득 가득 싣고 돌아오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겨울에는 낙동강물이 깡깡 얼어 지게를 죽 밀면 강 건너까지 순식간에 도달합니다. 나뭇집을 직사각형으로 크게 묶은 뒤 지게를 꽂아 얼음 위에 눕혀 몇 사람이 호흡을 맞춰 밀면 굳이 등에 지지 않아도 가볍게 강을 건넜지요. 물론 강을 건너고 나서는 다들 긴 행렬을 이뤄 걸으며 넓은 들판의 농로를 따라 쉼없이 걸어갑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장면도 대단한 장관이었습니다. 나무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신기한 약초 뿌리도 떠오릅니다. 강 바로 건너 숲이기 때문에 얼음이 얼지 않으면 도저히 접근하기 어려운 절벽 아래였지요. 오랜 세월 쌓이고 쌓여 썩은 채 거대한 거름이 된 그 숲속에 자란 새하얗고 고구마를 닮은 약초 뿌리를 몇 개 캐어 나뭇집에 묶어 집으로 돌아오면 각 집에서 물을 펄펄 끓여 달여 먹었습니다. 그 덕분인지 몰라도 평생 크게 아프지 않고 살아왔지요.


낙동강변은 뭐니 뭐니해도 역시 여름철이 하이라이트입니다. 여름방학 직후 수박밭에는 크고 탐스런 수박이 밭 곳곳에 많이 달려 있었습니다. 그중에 상품이 되는 것을 하루 종일 따고 차에 실어 저녁 무렵이면 대구 칠성시장 경매시장으로 모이고, 깨지고 껍질이 상한 것은 우리들 몫이었습니다. 마을에서 수박 농사를 짓지 않은 집에는 부모님께서 밤에 갖다주라고 하셔서 심부름도 꽤 많이 했습니다. 저녁밥을 먹다가 제가 수박을 들고 들어가면 아재 아지매 그리고 그집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릅니다. 제가 심부름 왔다고 하면서,


"아지매! 수박 따다가 상했뿠다 아입니꺼. 그래가 엄마가 상한 거 이리 갖다조서 미안타고 전해달랍니다. 저는 갑니더. 잘 잡수이소."


"야~야 무슨 소리 하노. 아지매는 쓸데 없는 소리 한다이. 좋은 거는 대구 칠성시장에 팔아가 느그들 학비로 쓰고 옷도 사입고 묵을 꺼도 사야 한다 아이가. 해마다 안 잊아뿌고 이렇게나 챙기주이 참말로 고맙다 캐라. 밤에 조심해서 내려 가라이. 고맙데이. 니는 착하구로 심부름도 잘 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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