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길엽 Jul 24. 2023

1년 동안 쉬엄쉬엄 읽은 책입니다

우리 지역 액티브 시니어 네트워크 <물때 읽는 사랑방>이 작년 그러니까 2022년 6월에 시작하여 매월 첫 주, 주와 셋째 주 격주로 만났습니다. 현직에 있을 때부터 이런 모임을 운영하고 싶었습니다. 독서회를 비롯하여 영화나 연극 관람, 각종 전시회 참관, 푸드테라피나 보름달 보며 걷기, 일본 산간오지 마을 큐슈 올레길 걷기 여행, 자서전 쓰기, 맛집 기행 등 나이가 들어도 행복한 노년의 삶을 만들어 가고 싶었습니다. 

2023.7.21 부산 수영만 요트 타던 여름밤에


처음엔 독서를 함께 하면서 서로 얼굴을 익힌다는 차원에서 이야기식 독서토론을 전개하였는데 참여자들이 의외로 흥미를 많이 느끼더군요. 특히 책을 잘 읽거나 깊이 있는 내용을 반드시 발표해 하는 등의 상호 부담을 느낄 만한 토론회가 아니라 누구나 자신의 삶에 비춰 편안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견해를 발표하게 유도했습니다. 바쁘게 살다 보면 정해진 텍스트의 분량도 채 읽지도 못하고 참석하면 그에 맞게 아주 가벼운 화제로 말할 기회를 주었습니다. 60대 갓 접어든 어느 여성 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집에 가면 남편이나 아~들이 내가 무슨 말 할라캐도 5분 아니 2분만 넘어가도 모두 외면해 버린다. 듣기 싫다는 얼굴이라 그것도 스트레스가 되는데, 여기 오니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해도 발표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도록 사회자가 진행해 주어 정말 고맙심더. 제가 이 나이에 여기 잘 왔다 싶습니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봄날 벚꽃 아래 함께 걸으면서 아름다운 봄날의 정취를 마음껏 누리기도 했고, 초여름 비가 내리는 날엔 독서회가 열리는 마을 카페에 앉아 음식 솜씨가 좋은 여성분께서 전을 구워내셔서 함께 맛있게 먹으며 담소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며칠 전엔 수영만 여름밤 요트를 타면서 마침 불꽃 놀이도 맘껏 감상하였지요. 독서만 하면 따분할 것 같아 다양한 체험활동을 곁들였는데, 그것도 반응이 좋으네요. 




 

오이타 분고오노 시 큐슈올레 오쿠분고 코스


지난 달엔 일본 오이타 현 분고오노 시 미에마치 큐슈올레 오쿠분고 코스를 함께 걸으며 풍성한 자연의 정취에 가득 취하기도 했습니다. 시골 아주 조그만 역 '미에마치 역' 근처 이자카야에선 밤비 내리는 일본 소도시 시골마을 뒷골목에서 우리 독서회원들이 맥주를 나눠 마시면서 이국적인 분위기도 경험하였습니다. 우리 회원들께서 특별한 경험을 가급적 많이 하여 스스로의 삶이 더욱 행복하게 되었으면 했지요. 쉬엄 쉬엄 읽은 책이 벌써 9권 째네요. 


최근에 지역 내에 주민들이 어떻게 우리 모임 활동을 알았는지 알음알음 하여 가입하고 싶다는 의향을 꽤 밝혔지만 독서회의 특성 상 현재 멤버보다 늘이면 곤란하여 완곡하게 말씀드렸지요. 그래서 또 다른 독서 모임이나 문화 활동 모임을 구성해 달라고 하는데, 제가 그럴 겨를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제가 아니래도 또 다른 누군가가 할 수만 있다면 좋겠지요. 

작가의 이전글 깊은 밤 여기까지 왔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