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길엽 Aug 12. 2023

나이 들면 그런 마음으로 살아야

어느 날 문득 지인들이 모여서 저녁 식사를 하자고 부릅니다. 그들은 그전에 이미 모이기로 시간과 장소를 정해놓고 있었겠지요. 그래도 안 그래도 혼자 집에 무료하게 지내는 나를 잊지 않고 불러 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하면서 터덕터덕 걸어갑니다.  그렇게 약속 장소로 가는데 전화가 와서 갑자기 모임이 취소되었다고 하면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무슨 일이 생겼겠지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됩니다. 그렇게 나에게 취소 연락하는 사람이 얼마나 불편할까 나야 그냥 집으로 돌아가 집에 있는 밥 챙겨 먹으면 되는 거고.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 지인이 다시 전화를 걸어옵니다. 원래 모이기로 했던 사람들이 다 오지 않은 채 몇 명이라도 간단하게 밥을 함께 먹자고 말입니다. 그래도 날 빼지 않으려 애를 써주니 그냥 고맙기만 합니다. 비록 하룻밤에 모임 취소 여부를 세번이나 전화 받았지만 넉넉한 마음으로 다시 찾아 갑니다.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환하게 웃으며 반겨줍니다. 전화 연락을 몇 번 한 사람은 연신 미안하다고 합니다. 그래도 괜찮다 진짜 괜찮다 사정이 있었겠지.



 나이 든 사람을 이렇게 챙겨 주려고 그대가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 오히려 내가 미안하고 고맙네. 그렇게 부드러운 대화를 주고 받으며 맛있는 저녁 식사를 담소와 함께 누립니다. 그냥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더불어 웃으며 담소를 나눕니다. 약속이 왜 그렇에 이리 저리 바뀌었느냐 절대 확인하지 않습니다. 그냥 불러 주니 고맙다는 생각만 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나이가 들면 그런 마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그런 전화 연락도 좀처럼 오지 않게 됩니다. 그래도 날 잊지 않고 연락해 주는 사람이 있고, 식사라도 함께 하자며 나에게 약속을 자꾸 변경하였다고 내게 미안해 하는 사람을 귀하게 여겨야 합니다.


하지만


왜 나를 빼놓고 그들끼리 사전에 약속을 잡았을까.

평소에도 나를 빼놓고 저희들끼리 몰래 모임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안 그래도 최근에 연락이 뜸하더니 나만 쏙 배놓고 이렇게 만난다가 내 귀에 말이 들어갈까 아니면 누군가가 한 마디 했다고 대충 밥 한 그릇으로 때우려고 이렇게 연락한 것은 아닐까.

하기야 학교 다닐 때도 나이가 들어서도 이놈들이 나를 왕따 시키려고 했었지.

그리고

연락을 받아 기쁜 마음으로 약속 장소에 가고 있는데, 왜 나에게만 갑자기 모임 취소 연락을 주었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오면 곤란했겠지. 또 무슨 말을 들을까 다들 쏙닥거리면서 후회했겠지.

그래서 아예 자리에 안 오게끔 모임 취소했다고 거짓말해서라도 나를 안 보려고 했겠지.

그러면 거기서 끝내야지 굳이 실망하여 돌아가는 길에 누구 약올리기라도 하는 듯이 또 전화를 걸어왔을까.

내가 밥 한 그릇 온전히 먹을 수 없는 사람으로 아나. 나이 먹으니 별의별 놈들이 나를 갖고 놀리네.


등의 생각을 하게 되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됩니다. 나이 들면 무조건 넉넉하고 여유로운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누군가 어떤 일로 나를 서운하개 해도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겠지, 그 사람은 절대 나에게 그렇게 할 사람이 아니야. 언젠가 그 사정을 들려 주겠지. 내가 나이 먹어 그런 것을 의심하면 나만 모자란 사람이 되는 거야 등등으로 자존감을 갖고 살아가야 합니다. 그래야 노년이 불행하지 않습니다. 나  스스로 패배의식 같은 마음을 갖고 남과 비교하면 그대로 불행해집니다. 나이가 들면 절대로 남과 비교하여 불행해지는 그런 어리석은 사람이 되면 곤란합니다.


그래도 난 어제보다 오늘 더 좋은 것 같아. 지금 나에게  돈이 조그만 있어서 걱정이 되면, 아니야 세상에는 이런 돈도 없는 사람이 훨씬 많아 등으로 스스로 위로할 줄 알아야 합니다. 나이가 들면 몸 이곳저곳 고장 난 곳이 나타랍니다. 그렇다고 절망에 바로 빠지면 곤란합니다. 세상에는 나보다 아픈 사람이 훨씬 많아라고 위로하면서 살아야 불행에 빠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남에 대해 부드럽고, 여유로운 자세로 대해야 합니다. 주위 사람들보다 말을 적게 해야 합니다. 쓸데없이 나서서 괜히 좀 안다고 말을 많이 하게 되면 그날부터 옆자리에 아무도 없습니다. 젊은 날엔 그래도 내가 어떻게 해볼 여력이 있지만 나이가 들면 그렇게 자유자재로 마음대로 생각하거나 행동하기엔 한계가 있지요. 그냥 주위 사람들을 좋게 보면서 선한 마음으로 베풀고 존중하며 배려와 봉사의 마음을 살아야 노후에 행복한 법입니다.


나이가 들어 본격적인 노후 세대가 되니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네요. 태풍이 지나간 바다를 바라보며

작가의 이전글 지금부터 행복해야 노년도 행복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