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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엽 Aug 20. 2023

나이가 들면 억지로라도 웃어라

시니어들의 삶에 관심이 많다 보니 주위에 계시는 노년 세대들의 모습을 유심히 보게 됩니다. 그분들의 행동을 보고 향후 제 삶에 교훈을 얻으려고 하지요. 나이가 들어 노쇠해지는 것은 자연적, 필연적이지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노후를 맞이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으까 싶습니다. 어떤 책에서 그랬지요. 60대 초반에 퇴직하면서 이제 살아봐야 얼마나 많이 살겠나. 이제부터 인생을 정리한다고 생각하고 여유를 갖고 살겠노락고 마음 먹었는데, 웬걸 90세가 훌쩍 넘어가더라는 것입니다. 돌아보면 평생 3분의 1을 너무나 허무하게 보낸 것이 그렇게도 후회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제 노후를 대비한다는 것은 더욱 웃기게 되었다면서 회한 섞인 고백을 털어놓았지요. 하루를 살더라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한다는 교훈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 어린이 놀이터에서 매일 오후가 되면 건강 유지 목적으로 혼자서 운동하는 할아버지 한 분이 계시는데, 이분은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으니 그냥 하루 종일 놀이터에서 주차장 쪽으로 하염없이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이분은 단 한번도 웃음을 보인 적이 없습니다. 늘 다른 사람의 잘못을 찾기라도 하는 듯이 정말 기분 나쁘게 쳐다봅니다. 엘리베이터에서 어쩌다 만나면 인사도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사람을 아주 기분나쁘게 쏘아봅니다. 어떨 때는 저도 같이 쏘아 본 적이 있습니다. 저만 그렇게 기분나쁜가 했는데, 주위 사람들 대부분 그런 감정을 느낀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처음 이사왔을 때는 사람들이 예의상 인사를 하곤 했는데, 이분은 절대로 먼저 인사를 하지 않습니다. 주차장에서도 누군가 다가오면 저쯤에서부터 얼굴만 빤히 쳐다봅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인사를 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제서야 아주 성의없는 태도로 마주보고 인사를 건네지요. 어쩌다 낯선 사람과 대화를 하면 당신이 얼마나 시사 상식에 얼마나 똑똑한가를 자랑하기 바쁘답니다. 처음엔 멋모르고 그분과 이야기를 섞다가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모두 떨어져 나갑니다. 그런 말을 많이 들었지요. 다른 사람의 허물에 대해선 가차없이 지적하는데, 가장 힘들고 괴로운 사람은 바로 아파트 경비원들입니다. 주민들 아무도 대화를 하지 않으니까 만만한 경비원들을 하나 하나 붙잡고 잘못을 지적하고, 놓아주지를 않습니다. 경비원들이 죽을 맛이지요. 


시간이 흐를수록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사라지고, 요즘엔 주민들이 그분을 볼 때마다 멀뚱멀뚱하고, 그분을 제외하고는 다들 그렇게 살갑게 인사를 나눕니다. 심지어 엘리베이터에 그분이 타고 있으면 그냥 먼저 보내기고 합니다. 자발적 왕따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이분은 아무도 말도 건네지 않고, 인사도 하지 않으니까 놀이터에서 혼자 하루종일 훌라후프를 돌리면서 사람들만 끊임없이 바라봅니다. 더 웃기는 것은 본인의 영어 실력을 자랑하기라도 하듯이 큰 목소리로 영어회화를 하는 것 같아 가만히 들어보니, "I am a boy. you are a girl"을 반복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적게 봐도 80세는 훌쩍 넘은 듯한데,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줍니다. 절대로 이분처럼 나이를 먹으면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도 처음엔 예의 상 인사를 건넸는데, 돌아오는 표정이 정말 기분나빠서 그후로는 아예 대응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분의 행동을 보고 저도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행여 저도 그런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나는 절대 그렇게 하지 말아야지 하고 수없이 마음 먹지만 우리네 생이 마음대로 잘 되던가요. 그래도 그렇게 하지 않으려 노력하려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얼굴엔 미소가 늘 가득해야 합니다. 인상을 쓰면 그대로 삶도 부정적으로 전개되기 마련입니다. 누가 그랬지요.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것이다."


나이가 들면 가급적 많이 웃고 즐거운 마음으로 사람을 대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건 상대방의 인생이니 그냥 너그럽게 이해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허물을 꼬치꼬치 밝혀내어 삐딱하게 보면 결국 그 폐헤는 자신에게 돌아가기 마련입니다. 스스로 아무리 많이 배웠다고 해도 나이가 들면 그냥 감추어야 합니다. 진짜 겸손해야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허물이 눈에 보이더라도 절대 지적하지 말고, 너그러이 용서를 해주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을 거울에 비쳐 보며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거울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 노력을 게을리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야 노후 안 그래도 늙어 서러운 삶에 그나마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행복할 여지를 만들 수 있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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