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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엽 Mar 12. 2023

급수동사(伋壽同死)

이복 형제 간에 우애를 보인 공자 수(壽) 이야기

급수동사(伋壽同死)란 공자 급(伋)과 공자 수(壽)가 함께 죽다라는 뜻이다. 이복형제이다. 이 형제의 죽음에서 형제간의 진정한 우애가 무엇인가에 대한 교훈을 얻게 된다. 중국 열국(列國)시대 위(衛)나라 때의 이야기이다.      



《史記》 ·「위강숙세가」 위선공 18년(B.C701) 당초에 위선공(衛宣公)이 서모(庶母)인 이강(夷姜)과 간음(姦淫)하여 급자(伋子)를 낳고서 선공(宣公)은 이 급자(伋子)를 우공자(右公子)에게 부탁하였다. 부왕 위장공의 첩이었던 이강을 취하여 부인으로 삼은 것이다. 춘추좌씨전엔 급자(伋子)가 급자(急子)로 표기되어 있다.  


시간이 흘러 위선공이 맏아들 급자(伋子)로 하여금 제(齊)나라에서 아내를 맞이하게 하였다. 그런데 그 여자의 미모가 뛰어나자, 선공(宣公)은 그 여자를 자기의 아내로 맞이하여 수(壽)와 삭(朔)을 낳았다. 선공은 수와 삭을 좌공자(左公子)에게 부탁하였다. 이강(夷姜)은 스스로 목매어 죽었다. 위선공의 첫 번째 부인인 이강은 부왕 위장공의 첩이었으니 위장공 자신에겐 서모로 어머니뻘이었다. 급수동사(伋壽同死)의 두 인물 공자 급과 공자 삭은 이복형제였다. 어떻게 이복형제가 함께 죽었을까.     




첫 번째 부인 이강이 스스로 목매어 죽고, 두 번째 부인 선강(宣姜)이 공자(公子) 삭(朔)과 함께 공자 급(伋)을 끊임없이 무함(誣陷)한다. 태자인 공자 급을 나쁘다며 헐뜯은 것이다. 선공이 태자의 아내 될 여자를 빼앗은 뒤로 태자를 미워하며 폐위시키려 하였다. 태자에 대한 나쁜 말을 듣자 크게 노하여 암살하려 한다. 태자를 제(齊)나라에 사신으로 보내고 자객을 시켜 신(莘)에서 기다리다가 그를 죽이게 하고자 하였다. 

     

태자에게 흰 깃대 장식을 가지고 가도록 하였는데, 자객에게 국경에서 이 흰 깃대 장식을 가지고 있는 자가 보이면 죽이라고 일렀다. 애초에 태자를 헐뜯었던 선강에세 아들이 둘 있으니 공자 수(壽)와 공자 삭(朔)이다. 공자 삭은 어미 선강과 함께 태자를 헐뜯었지만, 공자 수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부왕 위선공의 음모를 알고 태자에게 다른 나라로 도망가라고 권한다. 하지만 태자가 반대하며 말하기를     

 

“아버지의 명을 버리면 어찌 자식이라 할 수 있는가. 천하에 아비 없는 나라가 있다면 그곳으로 도망가겠다. 不可曰 棄父之命 惡用子矣. 有無父之國則可也”고 하였다.  

   

그렇게 태자가 출발하려 할 때 출발에 임하여 공자 수는 태자에게 술을 먹여 취하게 하고는 자신이 태자의 기(旗)를 수레에 싣고 국경으로 달려 갔다. 국경에서 기다리던 자객이 공자 수를 죽였다. 뒤에 공자 수는 이미 죽었는데 태자 급이 도착해서는 자객에게 

     

“임금이 나를 죽이라고 명했는데 수(壽)에게 어찌 죄가 있는가? 君命殺我 壽有何罪라고 하자. 너희들은 나를 죽이라.”     

고 하니, 자객이 또 태자도 죽였다.     

      



나랏사람들이 이를 듣고 상심하여 두 아들이 배를 탔다는 이자승주二子乘舟의 시를 지어 불렀다. 『시경(詩經)』 「국풍(國風)」 패풍(邶風)에 이자승주(二子乘舟)가 실려 있다.      



二子乘舟 汎汎其景      두 아들이 배를 타고 두둥실 멀리 갔네.

願言思子 中心養養     그들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언짢아지네.

二子乘舟 汎汎其逝     두 아들이 배를 타고 두둥실 떠나갔네.

願言思子 不瑕有害     그들을 생각할 때마다 탈 없기만 바랐네.     


      

아래는 오륜행실도에 실린 <급수동사(伋壽同死)>편이다.     


泛泛河舟同濟日, 넘실대는 황하에 배 함께 타고 건너는 날

迢迢齊路竊旌時. 멀고 먼 제나라로 가는 길 깃대를 훔쳐 갈 때.

自逢嚚傲鴒原急, 스스로 송사를 맞게 되어 형제 사정이 급하여

一去那堪見兩屍. 한번 가서 어찌하면 두 시신을 볼 수 있으랴.

人倫遭變力難禁, 인륜 사이에 변을 만나면 힘으로 막기 어려워

爭死悲懷兩不任. 죽음을 다투니 슬픔과 회심은 어찌 할 수 없어.

爲寫新編垂萬代, 새로이 역사를 엮어 만대(萬代)에 드리웠거니

凜然天下弟兄心. 의젓하여라 천하의 아우와 형의 사랑의 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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