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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엽 Aug 28. 2023

나이가 들면 이해하려 하지 말고 그냥 수용해라

젊은 세대의 생각을 그냥 받아들일 것. 따지지 말고

오랜만에 모인 친구들이 저녁밥을 먹고 마당 평상에 둘러 앉아 담소를 나눕니다. 그런데 친구들 상당수가 아들 딸이 결혼하여 며느리 사위를 맞이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들 딸 세대와 생활에서 문화적 충격을 받는 경우가 정말 많았다면서 돌아가며 소개해 줍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딸이 시집가서 친구들 그룹별로 돌아가며 집에 초대를 하는데, 집에서 음식을 일체 하지 않고 모두 주문 배달시켜 먹길래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면서 세대 차이가 컸다는 고백이었습니다. 집에서 정성껏 음식을 마련해서 친구들을 초대하여 대접하는 것이 우리 세대의 지난 날 풍습이었는데, 지금은 그런 것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그러자 다른 친구들도 그건 당연하다고 동의합니다. 요즘같이 다들 바쁘게 사는데 무슨 집에서 요리를 해서 고생시키다니 말도 안 된다고 고 동의하네요. 


한 친구가 이런 세태에 대해 비판합니다. 편하지만 사람 간의 정(情)이 사라지는 현실이 안타깝다네요. 음식을 직접 하면서 나누는 정이 얼마나 중요하느냐고 강조하면서 말합니다. 계곡에서 들려오는 물소리 풀벌레 소리가 우리를 둘러싸고 분위기를 더욱 만들어 줍니다. 그러자 최근에 며느리를 맞이한 어느 친구가 말합니다. 


"명절 날 며느리들이 시댁에 모여 음식하는 것 정보다는 고통이 더욱 심했다고 본다. 며느리가 무슨 죄인가. 친정에 가면 얼마나 소중한 딸인가. 무슨 케케묵은 인습에 절어 명절 날 며느리를 그렇게 고생시킨 거 우리 많이 반성해야 돼. 명절 날 며느리들이 모여 음식하는 거 절대 반대다. 내가 먼저 음식 그거 주문하여 먹자 할 거다. 산 사람이 중요하지, 무슨 죽은 사람 모신다고 곱게 자란 며느리를 고생시킨다고, 그 며느리가 누구냐 바로 우리집에 들어온 참으로 귀한 사람이다. 안 그렇나."


저도 이 친구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고개를 끄덕였지요. 다수가 그렇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리고 또 한 친구의 고백은 이렇습니다. 


"우리집에 얼마 전에 며느리가 왔다 갔는데, 집사람이 며느리 생각해서 이런 저런 음식을 정성껏 준비하여 내놓았는데, 며느리가 하나 하나 뚜컹을 열어 보더니, 요건 안 먹어요, 저것도 안 먹어요. 이건 감사합니다 하고 하는데, 먹기 싫어도 우선 시어머니 정성을 생각해서 일단 가지고 갔으면 좀 좋아. 그렇게 다른 곳에 줄 값이라도 말이야. 며느리 가고 나서 집사람이 정말 서운해 하더군. 요즘 세대는 자기 의사 표현이 확실해서 좋긴 한데, 좀 눈치껏 하면 좋겠더라고."


며느리가 아기를 낳으면 출산 축하금도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중에 압권은 90대 시할머니가 손주 며느리 출산을 축하한다고 거금을 전한 사례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지만 어쨌든 큰 돈이었습니다. 저도 우리집 아이들 3남매가 언젠가는 결혼할 것이니 참고하려 합니다. 어쨌든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니 우리 세대와 젊은 세대의 사고 방식에 현격한 차이가 있음은 명확합니다. 그렇게 평상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느 친구가 명언을 날립니다. 


"야, 이 사람들아 우린 젊은 세대를 이해하려 애쓰지 마. 그냥 받아들여. 왜 그런지 절대 따지지 말고, 그냥 수용하란 말이야. 그래야 노후에 편한단다. 젊은 세대들이 하는 것이 우리가 보기엔 부족한 듯해도 잘 생각해 본보면 우리가 결혼할 때도 그랬다고 생각해야 돼. 나이 먹은 우리 모두 안 그랬는 줄 알지. 집에 누가 오면 그냥 고맙게 생각해야 될 것 같아."


이 사람 말을 들으면 이 사람 말이 맞는 것 같고, 저 사람 말을 들으면 또 그말이 타당하게 여겨지네요. 제가 주관이 부족해서 그럴까요. 요즘 노년 세대를 자주 만나니 그분들의 현재 삶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분들도 가끔 당신의 며느리와 나누는 대화를 들려주면서 그냥 받아들여야 집안이 평화롭다고 강조하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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