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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엽 Sep 07. 2023

이쁘시잖아요

나이 70이 언제 넘었는데, 이쁘기 뭘 이뻐

대안학교 출근하는 날 오늘은 아이들 대부분이 영화의 전당에 야외체험활동 차 해운대로 갔습니다. 그래도 사정이 있어 학교로 등교하는 학생이 있다고 해서 저 혼자 교무실에 도착했습니다. 10시가 되도 아무도 오지 않은 상태에서 행정실에도 한 분 근무자가 보이고, 오늘 오시는 시간강사에 그리고 1층 주차장 관리하시는 분 그렇게 아이스아메리카노 커피를 다섯 잔 샀습니다. 퇴직 후 연금 외 수입은 가급적 주위 사람들에게 뭔가 사드리면서 그렇게 쓰고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자주 하는 것이 아니니 큰 부담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커피점 젊은 부부가 저를 보면서


"이렇게 오실 때마다 다른 사람들에게 다 사주시면 어떻게 해요. 저희들이야 팔아 주시니 정말 고맙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제가 말했지요.


"아이고 자주 하는 것도 아니고, 퇴직 후 이렇게 대안학교 그것도 시내에 있는 대안학교에서 퇴직 후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 얼마나 큰 복입니까. 그래서 보답 차원에서 주위 사람들에게 사드리고 싶었습니다. 한 달에 한두 번이니 별 부담도 되지 않습니다. "


"어떻게 한 달에 한두 번입니까. 저희들이 이번 달에 본 것만 해도 몇 번 되는데 말이지요."


"하하. 그렇습니까. 그 대신에 우리 집사람한테는 비밀입니다."


그렇게 커피점 주인 부부와 함께 아침에 담소를 나눕니다. 그렇게 커피를 내리고 있는 중에 뒤에서 누군가 살짝 와서 인사르 합니다.


"아이고 선생님 안녕하세요. 전번에도 과일 주스를 사주시더니 오늘은 커피를 사셨는가 보네예."


돌아보니 대안학교가 소속된 건물 청소원 할머니십니다. 무더운 여름날에도 유난히 고생을 많이 하셔서 위로도 하고 과일 주스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드리기도 하고, 값싼 양말 세트를 사드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엔 이분이 안 보이셔서 다섯 잔만 주문했는데, 한 잔을 추가해야 하겠네요. 그래서 말했지요.


"청소하시느라 수고 많으시지요. 시원한 과일 주스 한 잔 드세요. 그리고 오늘도 건강하세요."


"아이고, 아입니더. 늘상 이렇게 얻어 먹으니 죄송하구만예. 저는 괘안심더. 진짜로 괘안심더."


그래서 제가 다시 한번 말씀드렸지요.


"얼굴이 너무 이쁘셔서 사드리는 겁니다. 마스크로 가려도 눈이 크고 진짜 이쁘시네요."


그랬더니 그 청소부 할머니께서 기겁을 하십니다.  펄쩍 뛰면서 얼굴이 새빨개집니다. 커피점 여주인도 정색을 하면서 거들었지요.


"선생님 말씀 맞아예. 지금 그 연세에도 진짜 눈이 크고 예뻐예. 저도 동감! 그래서 과일 주스 마셔도 될 것 같아예. 진짜 이쁘시잖아예. 선생님 맞지예"


할머니께서 진짜 부끄러워하십니다.


"에이 내가 나이가 70이 언제 넘었는데, 이쁘기 뭘 이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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