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늘 감사하는 마음을

누구에게도 '감사해요' 인사하면 부자가 된답니다

by 길엽

로버트 치알디니 저, 황혜숙 임상훈 역< 설득의 심리학1>편을 읽고 있습니다. 노년세대의 가장 좋은 점이라면 역시 '시간적 여유'겠지요. 현직 때 여러 가지 이유로 책을 읽을 시간적 여유가 없었는데, 이젠 그런 거 고민할 필요 전혀 없이 마음껏 읽게 됩니다. 도서관에 자주 출입하다 보니 새로운 분야의 책들도 눈에 들어옵니다. 젊은 시절 이 책을 읽었다면 사람들과의 관계가 좀더 효과적이었을 것 같습니다. 아래 내용은 대상 도서의 첫 부분에 나오는 사례입니다.



이 책에서 언급한 연구 결과들은 처음에는 당황스럽게 보이지만 사실 모두 자연스러운 인간의 성향을 보여준다. 얼마 전 지원자들에게 정신 능력 향상을 위한 에너지 음료를 마시게 한 연구 결과를 보다가 나 역시 같은 경험을 했다. 이 실험에서는 지원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게는 음료를 제공하며 소매가격인 1.89달러를 받았고, 다른 한 그룹에게는 대량구매로 단가를 낮추었다며 훨씬 적은 금액인 0.89달러를 받았다. 그리곤 두 그룹에게 30분의 시간을 주고 얼마나 많은 퍼즐을 풀 수 있는지 살펴보았다. 나는 더 저렴한 가격에 에너지 음료를 마신 두 번째 그룹이 기분이 좋아지며 더 열심히 노력해서 더 많은 문제를 풀 거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정반대 현상이 일어났다.


그 결과를 보고 있으려니 몇 년 전에 받았던 전화가 떠올랐다. 어느 날 애리조나 주에서 인디언 장신구 상점을 개업한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친구는 놀라운 일이 있디며 한껏 흥분한 상태였다. 그 흥미진진한 사건에 대해 심리학자인 나에게 뭔가 합리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 친구는 한동안 판매가 되지 않아 골치를 썩던 터키석 장신구와 관련한 이야기를 꺼냈다. 관광객이 몰려드는 철이라 여느 때와 달리 손님들도 가득찬 상점에서 터카석 장신구는 가격 대비 품질이 훌륭한 편이었다. 하지만 도무지 팔리지 안았다. 친구는 판매를 유도하기 위해 몇 가지 전략을 시도해봤다. 터키석 장신구를 상점 중앙에 배치해 손님들의 주의를 글어보려 했지만 별반 효과가 없었다. 판매사원들에게 터키석 장신구 구입을 더 강력하게 권유해보라고 지시했는데도 역시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제품 구매차 다른 도시로 출장을 떠니기 전날 밤 친구는 잔뜩 화가 난 상태에서 휘갈겨 쓴 메모 한 장을 매니저에게 남겼다. "진열된 물건을 전부 원래 가격의 1/2로 판매할 것!" 손해를 보더라도 그 불쾌한 재고를 얼른 처분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며칠 후 출장에서 돌아온 친구는 터키석 장신구가 하나도 남아 있는 진열장을 보고 그러녀니 했다. 그러나 이내 자신이 '1/2'라고 흘려 쓴 글씨를 매니저가 '2'로 착각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진열장 속의 모든 제품이 원래 가격의 두 배로 팔린 것이다.

- 27~28쪽 발췌 인용


친구의 전화를 받고 심리학자인 저자 로버트 치알디니가 '동물행동학' 중 어미 칠면조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어미 칠면조는 성실하고 주의 깊게 새끼를 보호하는 훌륭한 습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새끼의 체온을 유지해주고 깨끗하게 닦아주며 품에 안고 보호하는 등 새끼를 보살피면서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그런데 이런 어미 칠면조의 양육 방법에 뭔가 묘한 점이 있다네요. 어미의 모든 양육 행동이 새끼 칠면조가 내는 '칩칩' 소리로 촉발된다는 사실입니다. 냄새나 촉감, 외모 같은 새끼의 특징들은 어미의 양육 행동을 유발하는 원인에서 부차적인 역할을 하는 듯 보입니다. 새끼가 '칩칩' 소리를 내면 어미는 새끼를 보살핍니다. 새끼가 '칩칩' 소리를 내지 않으면 어미는 새끼를 무시하거나 죽이는 경우도 있답니다. '고정행동 패턴 fixed action patterns'에서 말하는 '유발요인 trigger feature'용어와 함께 관광객의 구입 행동을 설명힙니다. '바싼 것이 좋은 것이다'라는 유발요인이 되겠지요. 칠면조 새끼의 '칩칩' 소리와 같은 효과로 말이지요. 외국에 관광 갔을 때 현지 관광 상품에 대한 정보가 없을 때 역시 가격으로 판단하는 사람 심리 말입니다.



심리학 책을 열심히 읽고 있는데, 마침 집에 와 있던 큰아들이 거실로 나옵니다. 요즘은 직장에서 바쁜 일이 있는지 주중에도 집에 오지 않는 날이 며칠 있을 정도입니다. 오늘 다시 주말 아르바이트를 위해 저녁 무렵 집을 나서야 합니다. 토요일 오전마다 아내 병원 정기 치료 차 시내에 다녀오는 우리 부부를 위해 큰아들이 점심에 국수를 정성껏 만들어 주는데 몇 주는 집에 오질 못해 먹지 못해 아쉬웠지요. 오늘 집에 오니 아들이 정성껏 내린 육수로 맛있게 준비했네요. 토요일마다 정성껏 내주는 국수를 맛있게 먹으면서 우리 두 사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큰아들이 쑥스러운 표정을 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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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아이가 함꼐 있으면 네 그릇인데, 오늘은 딸 아이도 막내도 집에 없고 큰아들은 아침을 늦게 먹은 터라 아내와 둘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고맙다는 말을 다시 한 번 더 했습니다. 그리고 아내는 안방으로 들어가고, 저와 큰아들은 거실에서 빨랫감을 정리합니다. 오늘따라 수건이 정말 많네요. 다른 집과 달리 우리집에선 큰아들이 요리를 주로 하고, 제가 빨래를 돌리고 음식물 쓰레기와 재활용 분리 수거를 거의 전담하고 있습니다. 거실 너머 바다를 보면서 둘이 마주 앉아 수건을 차곡 차곡 개고, 양말도 짝을 맞춰 정리합니다. 그리고 몇 마디 대화를 나눕니다. 큰아들 얼굴을 가만히 보니 아주 어렸을 때 천진난만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지금이야 30대 중반이니 어엿한 성인이지만, 제 마음 속엔 늘 어린애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이것이 부모의 마음일까요.


요즘 어렵거나 힘든 것 없느냐. 어디 몸은 아픈 데 없나 등등을 물어봅니다. 큰아들은 건강하다고 대답합니다. 특별히 어려운 일도 없다니 다행이지요. 지금껏 자라오면서 단 한 번도 부모의 말을 거스르거나 말대꾸를 하지도 않았고, 늘 저와 아내를 공경해 준 효자라 고맙기 그지 없는 큰아들입니다. 제가 아들 얼굴을 빤히 쳐다보니 큰아들도 무슨 일이 있으시냐며 물어옵니다. 제가 말했지요.


"아니, 그런 거 없다. 얼굴을 보니 아주 어릴 때 생각이 났어. 그때나 지금이나 큰아들이 정말 착하고 부모에게 효도를 잘 해 너무나 고맙다. 진짜 고맙다."


"아이고,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아버지, 어머니께선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니시죠?"


제 어머니가 살아 생전에 저와 마주 앉아 있으면 제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빙그레 웃으시던 때가 생각납니다. 그때 제가 어머니께 왜 자꾸 빤히 쳐다보느냐고 물으면, 제 어머니께선


"아이구, 야~야. 난 니가 너무 좋다. 니가 있으이 그냥 좋다. 내 아들 얼굴 보는 기 왜 문젠데. 내가 좋아서 그러는 기다."


그리곤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이 또 떠오릅니다.


-세상 사람들 누구를 만나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라고. - 조금은 뜬금없는 말씀이셨고요.


그땐 어머니 말씀을 실감하지 못 했습니다. 이제 이 나이가 되어 보니 어머니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지금 토요일 오후 이렇게 책상에 앉아 브런치 글을 쓰고, 읽고 싶었던 심리학 책을 마음껏 읽고, 큰아들이 정성껏 마련해 준 국수도 고맙고 등등 고마운 일이 정말 많습니다. 어디 그것뿐인가요.


비단 우리집 내에만 감사한 사람이 있는 건 아니지요. 집밖으로 시선을 돌리면 세상 사람들 그 누구나 감사한 존재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인연을 맺은 그 많은 사람들 모두 감사한 존재입니다. 제가 지금 누리는 의식주 모두가 남의 도움을 받았기에 얼굴도 모르는 그들도 감사하지요. 더욱 더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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