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산책을 많이 하세요

오이타 현 분고오노 시 미에마치 시골 마을을 걸으며

by 길엽

나이가 들면 새벽잠이 적어지고 빨리 눈을 뜹니다. 그렇게 눈을 뜨면 새로운 아침이 시작되는데, 이때 침대에서 어떤 마음으로 몸을 일으키느냐가 하루 행복을 좌우합니다. "아아 잘 잤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면 지금 우리들의 삶은 행복 그 자체가 됩니다. 하지만 일어나기 싫고, 눈을 뜬 채 천장만 바라본다든가 이리저리 뒤척인다면 곤란하겠지요. 누군가 그러더군요. 노인이 어침에 빨리 눈을 뜨는 것은 나이들면서 체력이 떨어져서 그렇다고. 실제로 우리가 잠자는 것에도 체력이 많이 필요하답니다. 제가 주장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시원한 물 한 잔 마시고 옷을 챙겨 입은 뒤 곧장 집밖으로 나섭니다. 그렇게 산책을 하면서 하루 일정을 미리 생각해 보기도 하고,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돌아봅니다. 그리고 해야 할 일이 또 무엇인지도 떠올리면 좋겠지요. 종이에 굳이 메모할 필요가 없이 휴대폰 카톡에 메시지를 남기면 적절할 듯합니다. 전 그렇게 합니다. 그러면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하루가 괜히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젊은 날엔 새벽부터 출근 준비하느라 정신없이 바쁘니 이렇게 산책을 즐긴다는 것은 언감생심이지요. 우리같이 노년세대에 접어든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말입니다.


산길이나 마을길을 걸어가면서 아침, 새벽에 만나는 온갖 식물들을 좀더 세심하게 바라봅니다. 식물들이 그냥 가만히 서 있는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들도 하루 하루 정말 열심히 살아갑니다. 태양의 빛을 받아 광합성을 일으키는 기본적인 것부터 새벽 이슬을 곱게 맺히게 하는 재주도 보여줍니다. 우리네 인간들에게 깨끗한 자연 세계를 누리게 해줍니다. 어디 식물들만 그런가요. 오가는 강아지는 또 얼마나 이쁜지요. 우리를 반겨주며 꼬리를 흔드는 앙증맞고 귀여운 강아지를 보면 정말 에쁘고 귀여운 아가를 보는 듯하지 않던가요.


저는 특히 시골 산책을 좋아합니다. 마을을 돌아나가는 작은 시내를 따러 들길을 걸어가며 생각에 잠깁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흘러간 세월 이상으로 풍부해진 숲도 우리를 깊이 침잠하게 합니다. 숲속을 걸어가면서 내 삶을 다시 한번 떠올립니다. 훗날 내가 편하게 살다가 이 세상을 하직할 때 이 고요한 숲속에서 고목에 가만히 기대어 앉아 석양이 넘어가는 저녁 무렵 저녁노을을 온 얼굴에 맞으며 그렇게 조용히 떠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태어날 때 우리 마음대로 이 세상에 오지 않은 것처럼 세상을 떠나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지만, 제 소원은 그렇게 세상 사람들 모르개 조용히 조용히 그렇게 편하게 가고 싶네요.


지금 현재 내 삶이 그냥 행복하길 빈다면 산책을 많이 하세요. 하루 삼 시 세 끼 꼬박 꼬박 챙겨먹지 않아도 됩니다. 한 끼 굶는다고 어디 탈나는 것은 아니랍니다. 하지만 산책을 하면서 느끼는 평화로움과 행복감은 매일 많이 느끼시길 권합니다. 하루에 몇 번 산책을 해도 괜찮습니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만 보니 이만 보니 하는 그런 무리한 것은 하지 마시길 빕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제 몸에 무리가 되는 운동은 그것이 재앙입니다. 우리 몸에 탈나면 혼자의 고통에 머무르지 않고 가족들, 특히 자녀들에게 엄청난 짐이 됩니다. 그래서 무리가 되지 않는 산책을 천천히 하시길 권하는 것이지요.


책을 읽다가 집을 나서기도 하고, 무슨 원고를 쓰는데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을 때 산책을 하기도 합니다. 작가님들도 바쁜 삶이지만 그래도 여유를 갖고 산책을 하면서 자신의 행복을 스스로 누렸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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