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혼자 살이에 적응해야 합니다

결국은 혼자 남는 것

by 길엽

노인과 고독, 외로움이 뭔가 필연적으로 꽉 짜인 관계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젊은 날엔 전혀 의식도 하지 않고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하며 살았습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최선의 인생인 줄 알았지요. 인생 목표를 가급적 크게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배웠습니다. 그렇게 큰 목표를 지니고 있어야 나중에 조금 미흡하더라도 그나마 괜찮은 수준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고 여겼지요. 제가 시골에서 중학교를 졸업할 즈음에 향후 인생 목표가 무엇이었까 궁금했는데, 오래 전에 중학교 고교 생활기록부를 떼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제 인생 목표를 '목장주인'이었습니다. 우리 마을 바로 인근에 목장이 있었는데, 어린 마음에 상당히 풍요롭게 보였는가 봅니다. 그래서 대구농고에 진학한 뒤 졸업하면 다시 시골로 돌아와 어머니를 모시고 농사를 짓겠노라는 제 꿈을 발표했었지요. 당시 담임 선생님은 특별한 말씀이 없으셨고, 영혼 없는 박수로 저를 자리로 돌려 보냈습니다.


집에 와서 다시 어머니 앞에서 그 인생 목표, 꿈을 말씀드렸더니 어머니 표정이 아주 일그러졌습니다. 어머니 살아 생전 단 한번도 저에게 공부하란 말씀도 하지 않으셨고, 제가 무엇을 하든 그냥 그 자체로 좋아하셨는데, 딱 한 번 그대 어머니께선 매우 불편해 하셨습니다. 저도 어린 마음에 이건 아닌데, 엄마 마음을 기쁘게 해드리려고 그런 목표를 세웠는데, 어떤 것이 어머니 마음을 건드렸을까 참으로 궁금했습니다. 어쨌든 어머니께서 싫어하시니 제 꿈을 단번에 포기하였지요. 그렇다고 해서 어머니에 대한 원망은 전혀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원하지 않은 것은 절대로 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리곤 제 꿈을 특별히 설정도 하지 않고 그냥 그때 그때 되는 대로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뭔가 하고픈 일도 좀처럼 없더군요. 목장주인이란 인생 목표가 제 마음에 깊이 들었던 것이지요. 학창 시절과 젊은 시절을 거치면서 현실에 충실하면서 살아가겠노라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렇게 긴 세월 비교적 평탄하게 살아왔습니다.


노인과 외로움을 생각하다가 갑자기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일화, 추억이 떠오르네요. 나이를 먹으면 어떤 이야기를 하다가도 쉽게 다른 곳으로 새버리는 경우가 많네요. 그래서 노년 세대가 말이 많아지는가 봅니다. ㅎㅎ.


가끔 주위에서 '외로움'을 하소연하는 말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어느 순간 친구들도 하나 둘 사라지고, 가족드로 그렇게 자신을 떠나가면서 갑자기 혼자가 된 듯한 생각이 많이 든다면서 말이지요. 그런데 우리네 인간의 삶 자체가 원래 '고독한 존재'입니다. 고독을 겪지 않고, 외로움을 견뎌내기 위해 주위 사람들과 어울리긴 하지만 원천적으로 혼자의 삶임을 직시해야 합니다. 더욱이 나이가 들면 외롭게 살아가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몸이 모두 작은 우주 공간임을 생각할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지금 당장 외롭다고, 외로워 못 견디겠다는 사람에게 이런 말은 사치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그런 외로움이나 고독을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가끔은 벗들과 만나 이 밤이 다가도록 코가 삐뚤어지게 마시자고 모여, 허리띠를 풀어놓고 마음껏 먹고 마시며 흥청대지만, 어쩝니까 새벽이면 그 벗들이 내 곁을 다 떠나야 하는 것 아니던가요. 전날 밤 아무리 화려하게 보냈다 해도 새로이 맞이한 아침에 느끼는 공허함 그것이 그냥 우리의 인생이랍니다. 떠들썩하게 노는 것도, 갑자기 혼자가 된 듯한 외로움도 신이 우리에게 주신 인생이랍니다. 그래서 외롭다고 노래 부르듯이 인생을 포기하듯 살지 말고 좀더 재미있게 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외로운 삶이 어쩔 수 없는 우리네 팔자요, 운명이라면 그냥 그대로 주저앉아서 다른 이를 원망하거나 스스로 자책하는 어리석은 행동은 우리 인생에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진짜 외로우면 시내 번잡한 곳을 한번 걸어가며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구경도 해보고, 멀리 차를 드라이브해서 시골 수양버들이 늘어진 시냇길을 따라 걸어가 보기도 해볼까요. 몸이 불편하여 어딜 운신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지요. 그런 경우 책 읽기도 괜찮습니다. 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 평소 읽지 못했던 책을 보거나, 아니면 늘 감명을 주는 책도 좋겠네요. 외롭다 외롭다 한탄하는 그 순간에도 집밖을 나서는 마음 가짐이 필요합니다. 노년 세대가 '외로움'을 입에 달고 그건 결코 해결책이 아니고, 새로운 인생 어려움의 시작입니다. 당장 가족들도 곁에 오려 하지 않습니다. 자식들도 자신의 가정을 이루고 그들의 둥지에서 바쁘게 살아야 하는데, 늙은 아버지의 한탄을 들어줄 여유가 없지 않을까요.


노년세대 안에도 다양한 연령층이 있습니다. 60대부터 노년이라고 본다면 60대는 노년 세대 중에선 아직 청년이고, 70대 80대가 진짜 노년이라고 여겨집니다. 90대를 넘어가면 스스로의 삶을 반성하고 정리하는 마음을 갖는다고 하네요. 이 정도 살았으면 더 이상 욕심내지 말아하지 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60대 퇴직한 사람이 이제 좀 쉬어야지 하다가 그냥 세월만 보내놓고 95세가 되니 자신의 삶의 3분의 1을 허송세월했다고 한탄한 글을 읽기도 했습니다.


저는 퇴직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것은 지역 사회복지관에 찾아가 자원봉사활동을 신청한 일입니다. '영구 임대주택 독거노인 요구르트 배달 자원봉사'였지요. 지금껏 보지 못한 경우를 많이 목격하였습니다. 제가 2주일에 한 번 방문하여 요구르트를 드리면서 안부를 확인하는 활동인데, 2주 동안 저 말고는 집에 찾아온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는 고백과 한탄을 듣고 가슴이 먹먹하기도 하였습니다. '마지못해 산다'는 말을 의외로 많이 들었지요. 그런데 그런 공간에 들어오려고 하는 사람이 줄서서 대기하고 있으며 길게는 3년을 기다린답니다. 왜냐구요. 누군가 돌아가셔야 그 다음 대기자가 입주할 수 있거든요. 그런 자원봉사활동도 지원자가 없어서 프로그램 진행이 매우 어렵다고 합니다. 나이가 들어서 그냥 허송세월하지 말고 지역 봉사활동을 찾아보면 할 일이 정말 많습니다.


남이 나에게 어떻게 해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내 인생 내가 먼저 챙겨야 하고, 그렇게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 가야 조금이라도 덜 외로운 법입니다. 집안에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내 인생에 관심이 없고 연락조차 주지 않습니다. 자꾸만 집밖으로 나서서 가볍게 걸으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관계를 형성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육체적으로 거동이 불편하면 인터넷으로 네트워킹하는 시대를 생각하여 그것을 활용하는 것도 대안 중의 하나이겠지요.


결국은 우리네 인생 모두 혼자가 되는 외로운 존재이니 그냥 무작정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행복한 인생을 누리기 위해서 혼자살이에 적응해야 하고, 좀더 현명한 방식의 삶을 찾아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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