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불평불만을 하지 마라

그럴 시간이 어디 있던가요

by 길엽

"내가 한 10년 만 젊었어도 가만히 안 두지. 지금이야 우짜겠노."


오랜만에 만난 선배 지인께서 목소리가 커집니다. 지금 8년째 부인을 케어하고 계시는 분입니다. 70대 후반으로 지금도 자신의 일을 하면서 인생을 보람있게 보낸다고 늘 자부하셨지요. 집안에 큰일을 겪고 난 다음에 부인께서 그만 심각한 우울증에 걸리고 그것이 조울즘까지 갔다가 그나마 몇 년 전부터는 많이 나아졌답니다. 자제들은 모두 결혼하여 멀리 나가서 살고 있으니 두 분만 널찍한 집에서 여유롭게 살아가고 계십니다. 겉으로 보기엔 전혀 어려움이 없을 듯한데, 이 선배님 만나자마자 불평불만을 마구 쏟아냅니다.


제가 요즘 시니어들의 삶과 행복에 대해 관심을 갖고 보니 사람들도 저에게 시니어들의 현실에 관해 많이 들려줍니다. 그리고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편이라 편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선배님의 말씀 요지는 이렇습니다. 80이 다 되어 가는 자신에게 50대 큰아들이 엄마를 안 돌보고 취미생활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는 것이지요. 그 말을 듣고 이 선배님이 폭발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또 말씀하십니다.


"50 넘은 아들과 전화를 하는데, 글쎄 이 놈이 말야. 내가 즈그 엄마 우울증인데 돌보지 않고 취미생활하는 것을 뭐라 카대. 내가 지금껏 일을 하면서 집사람을 돌보고 잠깐 틈을 타서 이렇게 취미생활하는 거를 머라 카는데 속에서 화가 불쑥 나오더만. 그래서 엄마를 내가 책임지고 지금껏 케어하고 있는데, 느그들이 기껏해야 일 년에 몇 번 올까말까하면서 뭘 안다고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시키는 거가."



화가 나서 전화를 끊어버렸더니 큰 아들이 금방 다시 전화해서 깊이 사과하더랍니다. 그렇게 대충 마무리되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이 개운치 않더랍니다. 저에게 어찌 생각하느냐고 물어옵니다. 집집마다 사람마다 다 사정이 다르고 일이 발생하는 맥락이 중층적이라 한방에 뭔가를 정리하는 것이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제 입장에선 보다 정확하고 정교한 판단을 위해서는 그 집 큰아들의 의견도 충분히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세상 일이란 게 쌍방을 다 들어봐도 판단하기 쉽지 않은데, 한쪽 말만 들으면 상당히 왜곡된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훨씬 커지지요.


제가 한참 생각하다가 이 선배님께 이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선배님, 집안 사정이나 선배님께서 현재 사모님을 돌보고 계시는 사정을 큰아드님이 훨씬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저야 지금 이 순간 선배님 말씀만 듣고 함부로 말씀드리기 뭣합니다. 하지만 부모 자식 간에 갈등은 언제나 일어날 수 있고, 생각은 정말 다릅니다. 선배님 그 나이 대에 그렇게 열심히 사는 것은 정말 잘 사는 겁니다. 지금도 특수기술로 현장 일을 하고, 사모님을 케어하시고 잠깐 시간을 내서 취미활동을 하시다니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큰아들이 그런 말을 해서 서운해 하시는 것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아들도 선배님께 큰 불만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 겁니다. 어머니에 대한 걱정 때문에 안 그랬을까요. 그리고 50이 넘은 아들이 금방 전화해서 깊이 사과할 정도라면 요즘 세상에 쉽지 않은 부자 간이라고 보입니다. 조금 있으면 큰아들이 집에 오신다면서요. 그때는 대화가 잘 되실 겁니다.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선배님 표정이 환해집니다. "아이고 그렇게 생각하십니까."라고.


우리가 보통 "내가 십 년 만 젊었어도 뭐든 할 수 있었을 텐데"라고 하는 경우는 많습니다. 하지만 이 선배님처럼 내가 10년 만 젊었어도 자식을 가만히 안 두었다는 표현은 참으로 어리석은 겁니다. 그리고 위 선배님 사례는 그렇게 10년을 떠올릴 만큼 큰아들이 그리 잘못한 것도 아니고요. 금방 사과해서 아버지의 화를 풀어드리는 50대 아들이라면 더 더욱 그렇게 잘못한 것이 아니지요.


나이가 들면 불평 불만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가족이나 친척 또는 지인들 앞에서 나이 든 사람이 불평 불만을 쏟아내면 그때부터 곁에 사람들이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자식들도 나이든 부모님의 불평불만을 지긋이 들어줄 여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불평불만응 해소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불평불만을 가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불펼불만을 내놓으면 사람들이 싫어하고, 해결책도 거의 없고 그야말로 백해무익한 것이니까요. 대신에 지금부터 내 삶에서 불평불만을 떠올리지 말고 조금이라도 여유를 갖고 욕심도 팍 줄이고 살아가야 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디 불평불만을 터뜨릴 시간이 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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