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가 인생의 황금기인 것 같아

by 길엽

어느 모임에서 퇴직 후 노년 세대들의 삶에 관한 조금은 진지한 대화가 있었습니다. 각자의 집안에 들어가면 속사정은 있겠지만, 이 모임에 나와서 자신의 일을 솔직하게 밝힐 정도라면 적어도 사회적 인간관계에서는 어느 정도 여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지요. 물론 여기 나와서 하는 말들이 진짜 솔직한 것인지, 아니면 각자의 불편, 불리한 것을 감추고 있는 것인지는 완전히 파악하긴 어렵지만 제가 보기엔 그래도 각자 나름 여유를 누리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퇴직 후 어떻게 지냈는가에 대한 화제가 나오니 다들 할 말이 참으로 많은가 봅니다. 연금이 어떻게 지출되고,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가정 내에서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 또는 대접받는지 등등 참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옵니다. 퇴직한 지 상당히 오래된 선배님 한 분이 그러시더군요.


"난 서울에 조그만 빌딩도 하나 갖고 있고, 아들 딸 모두 결혼하여 손자 손녀들 낳고 잘 살고 있습니다. 연금도 있으니 경제적으로 별로 어려움을 겪지 않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요즘 아침에 눈을 뜨면 괜히 두렵습니다.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가 걱정이 되서 도대체 무엇을 먹고 무엇을 하며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로 날마다 걱정이랍니다. 제가 이런 말 하면 여러분들은 도무지 이해가 잘 안 될 것니다. 지금 솔직한 저의 심정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정말 무섭습니다. "


우리 모두 의아한 표정으로 그분을 바라보았습니다. 한눈에 깔끔한 입성에 호리호리한 몸매를 갖고 있는 남자 선배님이신데, 저도 잘 아는 분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어렵게 살 것 같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자신에게 집도 있고 연금도 충분하고 서울에 작은 빌딩까지 갖고 계신 분이 어떻게 아침에 눈을 뜨는 것으 두려울까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몸 어딘가 불편하신가요 라고 물었더니 그것도 아니랍니다. 우리 흔히 말하는 거 있지요?


호강에 받쳐서 그런 말 한다고, 진찌 힘들게 사는 사람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이런 자리에서 무슨 자기 자랑도 아니고 참 기가 차서 등등.


그런데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두렵다는 그 선배님 표정이 결코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 진지하였습니다. 그렇다고 계속 물어보기는 좀 그랬습니다. 다들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또 다른 분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번에는 아까 말씀하신 분과 달리 자신의 현재 노후에 대해 매우 즐거워하는 경우였습니다. 여자 분이셨는데,


"60대가 인생의 황금기인 것 같아요. 자녀들 육아에서 벗어나고 직장에도 얽매이지 않고, 연금이 그렇게 풍요롭진 않지만 자유롭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딱 지금처럼 몸 안 아프고 내 먹고 싶은 것 마음껏 먹고, 가고 싶은데 마음대로 가고, 누구든 만날 마음만 있으면 버스라도 타고 가서 편하게 만날 수 있어서 지금이 딱 인생의 황금기가 아닌가 싶어요."


저는 솔직히 현직에 있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요즘 하루 하루가 좀 바쁩니다. 여러 일에 매달려서 그런가 싶습니다. 자유로움을 느낄 새도 없는 것 같아요. 별로 뛰어난 재주는 없지만 그래도 제가 필요하다고 도와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힘이 닿는 한 자원봉사하는 것이 두 가지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주택가를 지나가다 보면 평상에 둘러앉아 하루 종일 수다를 떨거나 지나는 사람들을 무료하게 구경하면서 하보내는 사람들을 봅니다. 그나마 골목 평상까지 나와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라도 나누면 다행이지요. 집밖 출입을 아예 못하거나 요양병원에 들어가 죽을 날만 기다리는 사람들, 병원에서 인생의 끝으로 가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노년 세대의 삶, 늙어감이란 것이 끔찍한 재앙으로 보이지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