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천천히 걸으세요

나이들면 모든 것을 넉넉하게 받아들일 것

by 길엽

시냇물이 부드럽게 흘러가는데, 물살에 흔들리는 풀잎들도 평화롭게 보입니다. 맨발로 걸으면서 흙의 감촉도 느끼면 더욱 좋습니다. 시간이 멈춘 듯한 고즈넉한 시골길 흘러가는 시냇물을 바라보며 나란히 걸어봅니다. 산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도 지금은 좋은 친구입니다. 나이가 들면 정신없이 바쁜 도회지를 벗어나 여유로운 시골길을 천천히 걸어보세요. 풀벌레 소리도 지금 이 순간은 내 벗이 됩니다. 그렇게 크게 울리는 풀벌레 소리가 신기하게도 우리 귀엔 그렇게 정답게 들려옵니다.


이 길을 걸으면서 어린 시절의 추억에 젖어 보기도 하고, 지금 현재 내 삶을 찬찬히 생각해 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누군가에 얽애이지 않고 그냥 맥없이 걸어가는 것도 노년 세대에게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입니다. 조금이라도 힘들면 오른쪽 큰 나무 기둥에 기대어 앉아 강물따라 찾아오는 바람을 느끼는 것도 좋습니다. 저쯤 가다 보면 누군가 만들어 놓은 평상 위에서 손에 든 책이라도 한번 읽어보는 것도, 이 길을 홀로 걸어가면서 온갖 상념에 잠겨 보는 것도 권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젊은 시절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가족을 위해 내 모든 것을 다 바쳐도 좋다는 마음 가짐으로 너무나 헌신적으로 살았습니다. 이젠 그 가열찬 삶의 행렬에서 한 걸음 쯤 비켜서서 지나간 삶의 과정을 지켜보는 여유도 필요한 시간입니다. 남이 뭐라 하든 우리네 삶은 스스로 누려야 하는 것입니다. 이젠 천천히 걸으세요. 아무도 강요하지 않은 우리네 노후 삶을 누리려면 먼저 스스로가 어깨에 올려 놓은 숱한 짐들을 과감히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합니다. 자식 세대 우리가 걱정하지 않아도 그들이 현명하게 해냅니다. 쓸데없는 걱정도 우리들 건강에 아주 심각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지금은 천천히 걸으면서 그냥 자신의 생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다시 도시로 돌아가 바쁘게 살아가더라도 이곳에 온 이상 시간이 멈춘 현재에 함께 몸을 얹어 자연 속에서 여유를 누려보기를 권합니다. 저도 가끔 이런 곳에 가서 홀로 걸으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생각해 봅니다. 어린 시절 고향 마을과 많이도 닮았습니다. 어쩌면 이런 풍경이 우리 나라 곳곳에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공간에 서서 맨발로 천천히 걸으면 우리 동년배 노후 세대는 누구나 한 가지 이상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릴 것 같습니다. 굽이진 길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외나무 다리도 나올 것이고 그곳을 넘어가면 추억의 공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나이가 들었으니 평화로운 들길에서 천천히 걸어 보세요.


P.S


저길을 걸어가면 누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지 않나요. 지금 홀로 걸어가는 저처럼 어린 시절 추억을 생각하며 이 길을 걸어 간 사람이 행여 기다리고 있을 것 같지 않나요. 그리고 수십 년 세월 너머 헤어졌던 사람 누군가가 저 길 끝에서 우연히 만난다면 정말 반갑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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