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유명한 정신과 의사 이시형 교수가 유튜브 동영상에서 노년 행복을 위한 세 가지 조건을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돈, 건강, 친구"라고 강조하시더군요.
물론 사람들마다 노년 행복 조건이 다를 수 있고, 이 세 가지 외에도 많이 있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이시형 박사님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이 세 가지는 노년 세대에게 필수 중의 필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퇴직 전 선배님들과 식사 자리에서 퇴직 후 삶에 대해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먼저 걸어간 그분들의 생각을 벤치마킹하려고 했지요. 그야말로 노년은 처음이기 때문이었지요. 당시는 여러 가지 아이이디어를 듣고 제 나름대로 노후를 대비한다고 애를 썼지만 시간은 금방 흘러 눈을 뜨니 노년 세대가 되어 있었습니다. 어떻게 무엇을 할까 고민하자마자 그렇게 본격적인 노후 행렬에 올라 탄 것입니다.
시간적 여유를 갖고 천천히 생각하면서 살아가려고 생각했는데, 막상 노후가 현실이 되니 그렇게 되질 않네요. 다른 사람들이 제 삶에 관심도 없을 뿐더러 저 또한 다른 사람의 삶에 관심을 둘 여유가 없더군요. 그냥 각자도생으로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제 삶은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긴 합니다. 이젠 가족을 위해 돈을 벌어오던 시절은 지나갔습니다. 제가 받는 연금이 우리 가족의 살림살이에 유용한 덕분이지 몰라도 적어도 이 나이에 더 이상 무리하면서 돈을 벌어야 하는 강박관념은 사라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30대 초중반에 들어섰기에 더 이상 그들을 위해 헌신, 희생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지금의 그들 삶은 오로지 그들 스스로 책임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이들의 삶을 내몰라라 하고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고 제 능력이 닿는 한 내에서 도와주긴 하겠지요. 그것도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말입니다. 평범한 지방대학을 졸업하고 셋 모두 평범한 직장에서 월급쟁이로 살아가고 있지만 저와 아내에겐 그것 자체가 그냥 고마울 뿐입니다.
이젠 제 자신이 어떻게 하면 행복할까에 집중하려 합니다. 제가 건강하고 행복해야 주위 사람들에게 폐해를 주지 않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노년 세대엔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조금은 이기적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약삭빠르게 처신하여 남의 눈총을 받을 정도는 곤란합니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수중에 돈을 쟁여 놓을 것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 베풀어야 합니다. 경제적 사정이 풍부하다고 돈을 마구 뿌리는 그런 허세 말고 말입니다. 나이가 들어 주위 사람들에게 '인색하다, 도무지 돈을 쓰질 않는다. 말만 앞서지 남에게 밥 한 그릇 사줄 줄 모른다. 등등'의 평가를 받으면 그 삶은 참으로 불행합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은 사람들에게 밥 한 그릇 사줄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노년의 삶이 행복한 법입니다.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외면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손을 뻗어 도움을 줄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남에게 행복을 주면 그것이 결국 나에게 몇 배 크게 돌아옵니다. 세살살이 이치가 그런 겁니다. 거상 임상옥이 그랬지요. '돈이란 도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우리야 그분같이 거상이 아니기에 거액을 쓸 정도도 아니고,그런 거대한 상업 마케팅을 할 기회가 없겠지만, 제가 살아보니 돈이란 도는 것은 분명하더군요.
제가 가끔 모임에 가면 아르바이트 생에게 팁을 줍니다. 그러면 함께 간 사람들이 '정당한 알바 비를 받는데 뭐 쓸데없이 팁까지 주느냐'고 슬쩍 한 마디합니다. 그러면 제가 말하지요.
"저도 학창 시절 노가다를 비롯한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했는데, 당시 어른들이 주시는 팁이 정말 컸습니다. 액면 가치가 아니라 그분들의 격려 말씀이 진짜 제 인생에 큰 도움이 되었지요. 저도 그렇게 해주고 싶었을 뿐이지요."
제가 모임 대표로 있는 단체에서 정기 모임을 마치고 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 30여 명이 되다 보니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3~4명 정도 동원됩니다. 여름 날엔 그 뜨거운 식당 부엌에서 고생하는 것이 보이지요. 요즘엔 식당에서 일하시는 여자분들이 연령대가 매우 놓은 할머니들이 많습니다. 그러면 전체 경비를 지출하고 남은 돈에서 가급적 그분들께 팁으로 드립니다. 물론 큰 금액은 아닙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정말 감사해 하십니다. 또 제가 사가지고 간 선물도 함께 드립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올 때는 제 스스로 큰 행복을 느낍니다. 나이가 들어서는 돈을 쟁여놓지 말고 베풀어야 한다는 생각을 몇 번이가 곱씹게 됩니다. 지갑에 잠자고 있는 돈이 살아 움직이려면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어야 합니다. 노년 세대 돈을 버는 이유가 그냥 방안에 쌓아놓기 위함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 베풀기 위한 것이지요. 그것이 결국 돌아 돌아 제 행복으로 귀결됩니다.
언젠가 있었던 일입니다. 어느 알바 학생에게 팁을 준 것을 새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그가 일하는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는 도중 갑자기 비가 쏟아져서 우리가 낭패감을 느끼고 있을 때 우리 숫자만큼 우산을 갖다준 이가 있었습니다. 6명 전원 우산이 없었는데, 그 학생이 여섯 개를 빌려주더군요, 그래서 의아해니까 학생 한 명이 다가오더니 공손하게 인사를 합니다. 바로 예전에 아주 소액의 팁을 건넸던 그 학생이었던 것이지요. 우산 여섯 개야 물론 빌려준 것이지만 그때 세상은 누군가를 도우면 반드시 보답을 받는다고 확신하게 되었지요.
가끔 사람들이 돈자랑하는 경우를 봅니다. 부동산 투자를 잘 해서 성공한 사례를 신나게 자랑하는데, 그런 분들의 공통점이 다른 사람을 위해 베풀지 않는 것입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그렇데 남에게 베출지 않으니 부자가 되는 것이고, 저처럼 하면 부자는 절대 안 된다고 말이지요. 그래도 제 생각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면 돈이 그렇게 많이 필요한 것이 아니랍니다. 남에게 베풀 때 돈이 많이 필요하지요. 또 그런 넉넉한 마음으로 살아야 우리 자신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도 아울러 동반되는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