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향하면 은거하여 독서와 글쓰기하며 인생 마무리 하고 싶은 길입니다.
시내 행사를 마치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이날따라 유난히 목소리 큰 할머니 두 분의 음성이 실내에 가득 가득 울려 퍼집니다. 그런데 그 말씀 내용을 들어보니 대부분 욕설입니다. 그것도 대중 앞에서 하기 어려운,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을 거침없이 뱉어냅니다. 정치인 누군가의 부인을 욕하는데, 가장 충격적인 표현은 "온몸을 쫙쫙 찢어 죽여야 한다."였습니다. 참 듣기 괴로웠습니다. 경로석에 아무도 앉지 않기에 슬쩍 눈치를 보고 앉은 것이 죄라면 죄였지요. 할머니 두 분은 대충 70대 중반으로 보이고 입성도 썩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목소리 큰 것도 귀에 거슬리는데, 계속 터져나오는 욕설, 비속어가 진짜 참기 어려웠습니다. 그분둘과 마주 앉았던 제가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곳으로 옮겼습니다. 저만치 떠나갔는데도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습니다.
승객들 중 대부분이 귀에 거슬리긴 하지만 꾹 참고 앉아갑니다. 해당 정치인도, 그 부인도 저는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다만 공중도덕을 지킬 줄 알고 조용히 앉아 가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자리를 옮기면서 들어보니 다른 분들도 뭔가 불만이 있는 듯 중얼거리더군요. 그래도 나이 많은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뭔가 말하기가 영 껄끄러웠던 것이지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할머니 두 분이 약간 소강 상태를 보이다가 또 뭔가 화제가 떠올랐는지 다시 큰 목소리로 떠듭니다. 젊은이 한 명이 그쪽으로 노골적으로 째려봅니다만 그것에 그칩니다. 저도 도저히 듣고 있기 뭣해서 예정에 없던 역에 내려버렸습니다.
나이가 들어 그렇게 욕설 같은 험한 표현을 쓰면 주위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주게 됩니다. 나이가 많든 적든 상관없이 고운 말을 골라 써야 합니다. 살다 보면 욕을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네 인생이 늘 달달하고 행복한 것은 아니기에 힘들거나 괴로운 일이 발생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지요. 하지만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시 그렇게 욕설을 섞어가면서 큰소리를 하는 것은 정말 꼴불견입니다. 그 모습을 손자 손녀들이 본다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나이가 들면 더욱 말을 곱게 써야 아릅답습니다. 나지막하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천천히 고운 말을 쓰면 그것만으로 젊은 세대에게 존경을 받기 마련입니다. 지하철에서 만난 그 할머니들의 얼굴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원낙 큰소리로 욕설을 섞은 말을 마구 했던 탓인지, 얼굴도 아주 사납게 보이더군요. 그렇게 사나운 얼굴로 욕설을 마구 쓰면서 누군가를 욕하면 결국 그 모든 화가 본인들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직시했으면 좋겠습니다.
주위 사람들을 찬찬히 살펴 보면 부드러운 미소로 상대방을 바라보면서 조용한 음성으로 말을 주고 받는 사람들 얼굴이 매우 평화롭게 보일 겁니다. 젊은 시절 가열차게 살아가다 보면 다른 사람과 충돌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욕도 사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 치열한 경쟁 현장에서 한 발짝 떨어져 살아가는 노년 세대에게 그런 욕설, 큰소리는 가당치도 않은 것입니다. 행여 그런 말을 하고 싶어도 일부러라도 숨겨야 합니다. 욕설은 사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진짜 고운 말을 쓰려고 늘 노력해야 합니다. 남의 욕설을 들으면 순간적으로 힘이 쫙 빠지지 않던가요. 저는 그런 상황에서 힘이 쫙 빠집니다. 그렇게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과는 대화를 하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그런 생활에 익숙한 사람에게 지금 충고를 한다고 고쳐질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에는 대안학교 어느 학생이 자신의 어머니가 쓰는 용어를 들려 주었습니다. 모자간이라고 하기엔 지나친 표현이 많더군요. 그런데 이 학생도 평소에 욕을 달고 사는 아이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말했지요. 앞으로 살다 보면 어떤 집단이든 소속되어 살아갈 텐데, 그때는 자신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와 자칫하면 인생 전체를 망칠 수 있다고 말해 주었지요. 실제로 그렇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욕설을 달고 산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그것이 고치기 어려운 습관이 되어 버립니다. 어린 시절엔 욕성을 사용함으로써 다른 아이들에게 허세도 부리는 효과도 있겠지만, 성인이 되어 욕설을 사용하면 그건 백해무익한 것이 되어 버리지요. 회사원으로 근무할 때 사장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요.
나이가 들면 진짜 고운 말을 골라 써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