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주일 가까이 되는 추석 연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집을 떠나 생활하고 있는 가족들이 추석을 맞아 오랜만에 고향 마을을 찾아옵니다. 그렇게 한적하던 시골 마을이 흥청대고 분위기기는 한껏 풍성해집니다. 평소 같으면 시간이 정지된 것 같은 고요가 지배했던 시골이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 드니 그 동안 고향을 지키고 있던 사람들 마음도 괜히 즐거워지지요.
이렇게 모인 자리에서 나이를 먹은 사람이 괜히 쓸데 없는 한 마디로 분위기를 망치거나 젊은 세대를 불쾌하게 만들면 그건 최악입니다. 단체 카톡에서 어느 분께서 올려주신 리플릿이 인상적이더군요.
<추석 잔소리 할인행사>
대학은 어디 갈꺼니? 5만원
취업은 했니? 10만원
연봉은 얼마니? 15만원
애인은 있니 20만원
결혼은 언제 하니? 30만원
현금 환영, 계좌이체 가능
모처럼 좋은 분위기에 다들 즐겁고 흥겹게 기분을 낼 때 나이 먹은 사람이 덕담이나 한답시고 위의 사례처럼 한 마디 던지면 이 정도 벌금을 각오하란 유머이지만, 깊이 공감이 가더군요. 제가 어렸을 때는 이런 말을 해도 그렇게 심각한 분위기가 되지 않았지만, 요즘 젊은이 2030세대에겐 이런 말들도 가슴에 비수처럼 팍팍 꽂히는 그런 참으로 고약하고 잔인한 짓이랍니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현실에서 젊은이들이 살아가기가 얼마나 가혹한가요? 우리 젊은 시절엔 그래도 계층 이동 가능성도 있었던 편이고, 열심히 노력하면 취업도 할 수 있어서 자본 축적도 가능했지요. 그런데 요즘은 한번 나락에 떨어지면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지요.
기성 세대들이 요즘 젊은이들에 대해 쉽게 비난하는 말을 들으면 그분들 세상을 몰라도 진짜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고생을 안 하려고 해.' 를 함부로 입에 올립니다. 특히 '젊을 때 고생은 사서 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따위의 말들은 지금 참으로 어렵게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우리 젊은 세대들에게 그냥 절망만 던져 줄 뿐입니다. 지금 젊은 세대들이라고 연애, 취업, 결혼, 출산 등을 외면하고 싶었겠습니까. 솜사탕 같은 연애를 왜 안 하고 싶겠습니까. 그런데 현실을 냉정히 바라보니 도저히 행복한 삶이 눈에 보이지 않을 것 같으니 N포 세대라는 말이 나온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빈곤한 일자리 현실에서 어떻게든 이겨보려고 장 시간 아르바이트하면서 살아가려 몸부림치는 그들의 현실은 바로 우리 기성세대의 잘못이요, 책임임을 깊이 인식해야 합니다.
추석 명절에서도 나이 먹은 기성세대들이 함부로 말하면 '빌런'이 됩니다. 그렇게 오랜만에 찾아온 젊은이들에게 비수같이 가슴을 찌를 참으로 쓸데없는 말을 하려면 그냥 가만히 입다물고, 그들이 찾아온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안 그래도 살기 어려운 도시 생활에서 그래도 추석 명절에 고향을 찾아 지친 몸과 마음에 위로를 받고 싶은 그들에게 꼭 굳이 그렇게 잔인한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취업, 연애, 결혼 등등은 젊은이들 자신들이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괜히 옆에서 도와주지도 않을 것을 말로 상처를 주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혹시나 젊은이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면 살짝 불러 조금이라도 보태 주면서 격려를 해주는 것이 최고 처신입니다.
그리고 명절 하면 '며느리 명절 증후군'이 떠오르지요. 며느리가 무슨 죄인이라고 시댁 식구들은 안방에 죽 둘러앉아 며느리가 해온 음식을 떠들썩하니 먹으면서 부엌에 대고 연신 며느리를 불러 대는 악행은 나이가 많은 어른들이 미리 막아야 합니다. 요즘 시대가 변하여 그런 잔인한 짓이 많이 사라졌다고 하네요. 참 바람직한 변화지요. 그래도 지금도 그렇게 하는 집이 있다면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남의 집 귀한 딸을 며느리로 받아들였으면 진짜 귀하게 대해야 합니다. 시댁에 무슨 시종을 들인 것도 아닌데, 왜 그리 젊은 며느리들을 혹사시키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어머니들이 나서서 며느리를 챙겨주면 좋겠습니다. 추석 설 명절에 차례를 지낸다고 음식을 하느라 애꿎은 며느리들이 고생할 것을 생각하면 그들에겐 명절이 얼마나 스트레스겠습니까. 아마 그들에겐 추석 명절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플 것입니다. 명절 때는 가족 누구나 행복하고 즐거워야 합니다. 내 즐겁자고 우리집에 들어온 며느리를 함부로 부리고, 혹사시키면 너무나 어이없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추석 명절 이렇게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 마디를 해도 모두가 즐겁게 웃을 수 있는 혜안이 가득한 말을 해야 합니다. 단 한 명도 상처받지 않은 말을 고르기 쉽지 않지요. 그땐 그냥 미리 준비한 봉투를 전하면서 미소와 함께 격려와 응원의 덕담만 하세요. 나이가 들면 '빌런짓'은 절대 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