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하고 나서 시간적 여유를 많이 누리게 되어 책을 읽을 기회가 많아집니다. 매일 바쁘게 살던 현직 시절엔 마음은 뻔한데도 좀처럼 독서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고, 어쩌다 책을 읽을 기회가 있으려나 하면 피곤함 때문에 책을 외면하였지요. 그래서 퇴직하면 제일 먼저 독서부터 많이 해야지 하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런데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처럼 퇴직 후 삶도 그렇게 한가한 것만은 아니더군요. 사람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그래도 예전에 생각한 것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 식사도 하고, 술도 마시면서 하루가 훌쩍 지나가는 일이 많더군요.
현직 말미엔 퇴직 후의 삶을 대비한답시고 이런 저런 고민도 했지만, 막상 퇴직하고 보니 아침에 눈을 뜨고 밤늦게 잠자는 시간까지 하루가 순식간에 흘러가버립니다. 나이가 들면 진짜 시간의 빠름을 실감합니다. 선배들의 말씀이 거짓이 아니더군요. 똑같은 시간 흐름인데 왜 나이 들어 더 빠르게 느껴질까요. 지나온 시간에 비해 이제 인생 내리막이라 마음이 조급해진 것일까요. 남은 날이 분명 지난 날보다 적을 것이 명확하니 그렇게 느끼는 것일까요. 어쨌든 요즘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입니다. 어쩔 수 없지요. 우리네 인생이 그러니까요.
낮에 급한 일을 처리하고 저녁을 먹고 책을 펼칩니다. 10여 년 읽고 있는 사기(史記) 관련 도서를 다시 펼쳐놓고 생각에 빠집니다.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다르고, 떠오르는 생각이 변하는 것은 제 사고능력의 성장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ㅎㅎ. 하기야 이 나이에 무슨 사고능력의 성장이 가능할까 싶긴 하지만 그래도 책을 읽으면서 재미도 느낍니다. 책을 읽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듭니다. 독서를 하면 나이 든 사람에게 어떤 효과가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인터넷을 검색하여 한 번 찾아 보았습니다.
우리 나이에 가장 화두가 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치매 예방이지요. 치매 예방 수칙 3 3 3이라고 있더군요. 3권(勸), 3금(禁), 3행(行)이라고 합니다. 3가지 권하는 것, 3가지 금하는 것, 3가지 행하는 것이라고 할까요. 독서가 3권 첫 번째에 해당한답니다. 그래서 2015년 서울시가 치매 예방을 위해 공공도서관과 함께 ‘어르신 치매예방 독서토론 사업’ 시범운영을 진 진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실제로 미국 미네소타주 메이요 클리닉 연구팀 조사결과 신문이나 잡지를 읽는 독서 등 머리를 쓰는 취미 활동을 한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에 비해 기억력 장애가 30~50% 덜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운동이 근육을 단련하는 것처럼 독서는 뇌 활성도를 좋게 하여 뇌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독서가 뇌 기능 활성화에 좋은 과학적 근거도 있네요. 기억력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해마’와 ‘시냅스’.가 있습니다. 이중 해마는 단기기억을 저장하며, 시냅스는 뇌 신경세포들이 서로 연결되어 정보를 공유하고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시냅스는 학습에 의하여 생성되며, 나이와 상관없이 뇌가 새로운 경험을 할 때마다 변화하면서 장기기억 형태로 저장하는 근간이 됩니다. 독서를 통해 지적 능력을 제고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도 있지만, 치매예방 기능으로서 독서가 저의 관심 대상입니다.
어느 지인은 아침 밥을 먹고 곧장 도서관으로 간다고 하더군요. 특히 지난 여름처럼 폭서가 기승을 부릴 때 도서관에서 에어컨이 빵빵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책을 읽는 것이 그야말로 신선놀음이었다고 털어놓더군요. 저도 그렇게 하곳픈 마음은 꿀떡 같은데 실제로는 그리 하지 못했습니다. 나이가 들면 독서도 괜찮은 취미요, 즐거움이긴 한데, 요즘 와서 많이 느끼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독서 험이 풍부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나이가 들어 책 읽기에 욕심만 가득하면 그것도 썩 바람직스럽지 못합니다. 너무 무리하지 적당한 선에서 말랑말랑한 에세이 같은 책을 부담없이 읽을 것을 추천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독서 경험을 쌓아놓지 않으면 나이가 들어서 책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도 않고, 설령 책을 읽는다고 해도 내용들이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 나가듯 사라지는 느낌을 경험하실 겁니다.
나이가 들면 책을 읽되, 절대 무리하면 곤란합니다. 남에게 자랑하려고 읽는 것도 아주 바보같은 짓입니다. 이젠 오직 자신만의 행복을 위해 무리가 가지 않는 수준의 책을 읽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리고 독서회에 가입하여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자유롭게 토론하는 것도 삶을 충실하게 하는데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