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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몸은 꼿꼿이

고개는 한번 앞으로 숙이면 다시 올라오기 어렵다

by 길엽

나이가 들면 건강 유지에 매우 신경을 써야 합니다. 제가 평소에 걸으면 사람들이 저의 키를 본래보다 훨씬 크게 봅니다. 제가 의도적으로 어깨를 쫙 펴고 가슴을 앞으로 내밀며 허리를 꼿꼿이 세우면서 항문에 힘을 꽉 줍니다. 시선은 상방 15도 발걸음은 11자 형입니다. 그러면 자세도 바르고 보기도 좋습니다.


예전에 현직에 있을 때 어느 동료가 점심 식사를 하러 갈 때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고개를 푹 숙여 걷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 어깨도 저절로 뒤틀립니다. 더욱 심각한 경우 어깨가 좌우 균형을 잡기 어려워 한쪽으로 기울어집니다. 저도 마찬가지지만 본인은 자신의 몸 형태를 인지하기 어렵지요. 그래서 거울을 보면서 가급적 몸을 꼿꼿이 걸어가는 모양을 반복합니다.


희한하게도 고개가 목이 앞으로 한번 숙여지면 다시는 올라오기 어렵더군요. 나이가 들면 걸어가는 데도 체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고개를 조금 숙이면 편하게 느껴지게 마련입니다. 몸을 꼿꼿이 세우는 것에는 상대적으로 노력이 요구되는 법입니다. 타인을 의식할 필요가 없습니다. 조금은 건방지게 보여도 무방합니다. 내 몸 내 건강을 유지하는데 남의 시선을 굳이 신경쓸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다시 한번 강조할까요.


"걸음은 11자 형태로 온몸을 곧추 세우고 시선은 상방 15도, 어깨는 활짝 펴고 가슴은 앞으로 쭉 내밀고, 항문에 힘을 꽉 주어 허리르 꼿꼿이"


오늘부터라도 의도적으로 연습해 볼까요. 그러면 사람들이 많이 놀랄 겁니다. 건강에 도움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요. 앞에서 말한 그 동료는 얼마 전에 오랜만에 만났을 때도 여전히 아니 고개가 좀더 내려가 있더군요. 그래서 슬쩍 조언을 했지요. 고개는 위로 높여야 한다고. 그랬더니 그게 생각보다 잘 안 된다고 하네요.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고 걸으려는데 한참 걷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고개가 앞으로 숙어지고 온몸은 좌우가 비틀리고 한다면서 지인들이 지적한다고 하더군요.


제 나이 들었다고 같은 아파트에 사는 젊은 세대들이 삶에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제가 알면 얼마나 안다고 그러는지 모르지만 말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제가 평생 아이들 대학입시를 지도한 경력을 알고 있으니 좋은 대학에 가려면 어떻게 공부하면 되느냐가 주요 질문입니다. 전 그냥 웃음으로 넘깁니다. 제가 뭔가 이야기해준다고 그대로 할지 안 할지도 모르고 제가 말하는 방법이 결코 왕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처한 상황이 모두 다른데 제가 감히 조언하느냐고 하변서 그 질문을 가볍게 넘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는 반드시 강조합니다.


"어릴 때 학원을 보내는 부모의 심정은 압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건 강조하고 싶어요. 우리 아이들 이 귀한 아이들 앞으로 최소한 100년을 살 것 같아요. 그러면 어릴 때 학원을 보내더라도 긴 긴 세월 살아갈 정신적 소양, 육체적 건강을 고려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래서 추천하는 것은 태권도 그리고 음악 미술입니다. 국영수 공부는 강조하고 싶지 않네요. 무엇보다 태권도를 한 아이들이 나중에 고등학교에 오면 몸이 곧습니다. 건강이 당연히 좋지요. 태권도는 본인이 싫어하지 않는 한 꼭 시키세요. 세상에서 제일 귀한 내 아이 미래, 인생을 위해서 꼭 강조하고 싶어요. "


제 생각이 반드시 옳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나이가 들어보니 평소에 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는 문제점도 눈에 들어오지만 평소 생활 자세, 걸음걸이 등도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린 시절부터 태권도 같은 운동을 체계적으로 배워 두는 것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저에게 건강이 좋은 편이다라고 할 때 저는 그 공을 오롯이 어렸을 때 시골 마을에서 보낸 학창 시절로 돌립니다. 3km여 거리를 매일 왕복으로 걸어서 학교를 다녔으니까요. 중학교는 4km 정도 됩니다. 그런데 그때는 자전거로 다닌 경우가 많았지요. 그리고 학교 갈 때 꼿꼿이 걸어가는 것을 보고 어머니께서 유난히 좋아하시더군요. 그래서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려고 일부러 똑 바로 서서 걸었습니다. ㅎㅎ.


지각이 우려될 때는 집에서 출발하여 학교까지 거의 쉬지 않고 뛰기도 했습니다. 요즘도 동창들이 만나면 국민학교 시절 교실 뒤에서 온몸으로 숨을 몰아쉬던 제 모습이 떠올려진다고 하더군요. X자로 단단히 묶은 책보자기도. 집에서 쉬지 않고 학교까지 뛰었으니 그럴 수밖에요. 덕분에 오래 달리기에 1등은 따놓은 당상이었습니다. 학교 다닐 적엔 반드시 등교를 해야 하니 매일 그렇게 뛰고 걸었습니다. 그것이 지금 건강 유지에 매우 도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웬만한 거리는 걷습니다. 색소폰 학원에 연습하러 갈 때 4km여 거리를 걸어왔다고 하니 같이 배우는 사람들이 많이 놀랍니다. 연습이 끝나면 다시 남포동까지 걸어서 시내 볼일 보고 돌아올 때 어쩔 수 없이 버스를 타지요. 그렇게 걸으면 기분이 정말 상쾌합니다. 물론 꼿꼿이 걸어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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