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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사소한 것에도 예민해지고

by 길엽

오늘 마을 사랑방 시니어분들의 합창 발표회와 자서전 책 톡에 참석하였습니다. 이분들과 몇 개월 얼굴을 보았기 때문에 정이 쌓인 모양입니다. 매우 반갑게 맞이해 줍니다. 저도 사정이 있어서 오후 2시 시간에는 맞추진 못 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함께 했습니다. 북토크 시간에 이분들 자서전 프로젝트 과정에 도움을 주신 기획자와 삽화 전문가 선생님들 그리고 문화도시 관계자들까지 아주 소박한 토크였습니다.


각자 쓴 글을 중심으로 소감을 충분히 발표할 수 있지만, 그저 감사합니다란 말씀만 이어집니다. 어느 분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난 것 같았습니다. 지금껏 당신의 지난한 삶을 되돌아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 날 일인데. 이렇게 버젓이 책으로 나왔으니 그 감회야 이루 말할 수 있겠습니까. 게가 그분들 두 손을 차례로 잡아들이면서 노고에 위로했습니다. 다른 참가자들이야 이분들과 처음 본 사람들도 있으니 저만큼 정이 들지 않았지요. 평균 연령 80대라고 합니다. 합창을 한다곤 하지만 지도하시는 사랑방 원장님의 헌신이 8할이었지요. 자서전도 인터뷰한 것을 다시 워드로 작성하고 디자인과 기횎까지 일련의 과정을 거쳤지요.


그 연세에 이런 결과물을 접했으니 감회가 얼마나 새롭겠습니까. 제가 돌면서 한 분 한 분 손을 잡아들이니까. 그것도 좋았던 모양입니다. 제 손을 잡다가 급기야 팔 그리고 콱 안아 버리기도 하십니다. 그리곤 슬쩍 눈물을 비치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면 사소한 것에도 예민해집니다. 그래서 그분들을 대할 때 좀더 정감있게 해야 하며, 손도 건성 건성이 아닌 정성을 다해 잡아들이며 위로와 격려를 드리면 정말 좋아하십니다. 그러다가 제가 사가지고 간 초콜릿과 두유를 받아들고 감사합니다란 말씀을 크게 하시며 고개를 깊이 숙이십니다. 그렇게도 고맙냐구 물었더니 입을 모아 감사합니다를 다시 합니다. 그 중에 성격이 유난히 밝은 분께서 한 마디 하십니다.


"샘께서 우리 하는 거 보러 올 때마다 양말이나 온갖 먹을 꺼를 사가지고 오시니 정말 고맙지요. 앞으로 뭐든 안 사가지고 와도 되니 그냥 몸만 와도 됩니더."


저도 그렇게 하겠노라고 약속했습니다. 그래도 다음에 갈 때 뭘 사드릴까 고민할 겁니다. 한 달 전에 사드린 꽃 그림이 든 양말을 신고 오신 분이 두 분이나 계시고, 그 꽃양말이 하도 예뻐서 딸이 가져갔다는 분도 계십니다. 그래서 그 따님의 나이를 물었더니, 올해 60이랍니다. 세상에!



나이가 들면 사소한 것에도 잘 삐칩니다. 그리고 사소한 것에도 감동을 잘 받지요. 그래서 말 한 마디라도 따뜻하게 해야 합니다. 나이 80이 넘어가면 인생에 뭐 새삼스럽게 특별한 희망이나 목표가 있기 어렵지요. 그저 하루 하루 건강하고 즐겁게 사는 것이 최고지요. 우리도 주위에 나이 많은 분들 보면 나 몰라라 하지 말고 한 마디라도 좀더 다정하게 대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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